[마켓톺] 엄습한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멀어진 '삼천피의 꿈'
"인플레 장세→경기 민감 장세 전환…악재가 더 민감하게 반영"
"국내증시 이익전망 양호, 내주 안정 기대"…오늘 밤 美고용지표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이동환 이민영 기자 = 코스피가 2일 3.6%가 넘는 낙폭으로 2,700선을 하향 이탈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월 금리인하 전망에 힘을 실은 데 따른 환호가, 이후 부진한 경제지표와 맞물리면서 경기침체 공포로 뒤바뀐 것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01.49포인트(3.65%) 내린 2,676.19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4.01%까지 낙폭을 키우며 2,666.40까지 밀리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4.21%, SK하이닉스가 10.40% 급락하는 등 대장주의 부진과 맞물리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업종별로도 통신업(0.53%)을 제외한 전 업종이 내림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천464억원, 7천785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또 코스피200선물을 1조9천201억원 순매도하는 등 역대급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지수 급락을 불러온 외국인 자금 이탈은 간밤 뉴욕 증시를 덮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 때문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1일(현지시간) 미 공급관리협회(ISM)는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로, 기준선인 50을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인 48.8을 하회한 수치다.
특히 ISM 제조업 PMI 하위지수인 고용지수가 43.4로 전월 대비 5.9포인트 급락하면서 시장의 공포심리를 자극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직후인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로,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1.21%, 1.37%, 2.30% 일제히 하락했다.
증시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장중 19.49를 기록, 지난 4월 19일 이후 3개월여 만에 최고로 올라갔다.
뉴욕 증시에선 연준이 7월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이 '실기'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해리스금융그룹의 제이미 콕스는 "제조업 PMI가 일회성인지, 혹은 전례 없는 침체를 향해 가는 진전인지를 두고 시장이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전날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도 경기침체 내러티브 확산에 따른 우려가 급격히 유입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크로상 시장 색깔이 인플레이션 민감 장세에서 경기 민감 장세로 넘어가는 것이 맞는 듯하다"고 짚었다.
전날 발표된 우리나라 7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하면서 10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이어갔음에도 반도체(50.4%)를 제외한 자동차(-9.1%), 선박(-36.2%) 등 다른 주력업종 수출은 예상보다 좋지 않은 점도 우려를 키운다.
한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종목 주가가 최근 워낙 취약해지고 실적 시즌에 대한 자신감도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지표상 악재가 더 민감하게 주가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 증시 하락세에 대해 "대선 관련 정치 이벤트가 소강 국면인 가운데 연준의 통화정책 및 매크로 환경에 따른 실적과 수급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중"이라며 "그동안 높아진 가격 레벨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증권가에선 최근 국내외 증시의 조정 분위기 속에서도 '삼천피'(코스피 3,000선) 돌파가 가능할 것이란 낙관론이 적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전날 보고서에서 이달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밴드)를 2,650∼3,050으로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680∼2,900, 키움증권은 2,680∼2,950으로 예상했다.
이날 뜻밖의 급락장세로 인해 이 같은 낙관론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그러나 급랭한 투자심리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추가적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고 결국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여전히 살아있다.
한지영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 비해 국내 증시가 비싸다는 평가를 받지 않고 있고 이익 전망도 아직 양호하다"며 "침체 내러티브가 생길 법하지만 이를 기정사실화해서 주가에 반영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가 과하게 유입된 상황으로, 눌려있던 지수에 되돌림이 나올 수 있다"며 "다음 주부터는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기술주가 제일 많이 내린 만큼 제일 먼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발표되는 미 7월 고용지표는 내주 시장 동향을 가늠할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가 아닌 경기에 초점을 맞춘 시장의 관점으로는 더 이상 '배드 뉴스 이즈 굿 뉴스'(Bad news is good news·악재가 오히려 시장에 호재가 되는 것)가 아니라 '배드 뉴스 이즈 배드 뉴스'(Bad news is bad news)가 될 수 있는 만큼 부진한 고용 상황이 확인될 경우 시장의 낙폭이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
반면 지표가 컨센서스에 부합하거나 이를 웃돈 것으로 나타난다면 일시적으로 확대된 공포심이 진정되고 시장이 다시 안정세를 찾을 수도 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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