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은 교육비 탓이라는데 … 바보야, 문제는 문화야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4. 8. 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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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국가로 손꼽힌다.

오히려 문화적으로 동일한 지역은 비슷한 시기에 출산율 감소를 같이 겪었다.

전통 사회에서 여성은 아이를 양육하거나 가사를 수행함으로써 자존심과 사회적 지위를 획득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여성도 직업적 성취를 당연하게 여기고 더 선망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결국 오늘날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상도 문화적 진화의 흐름과 연계해 살펴볼 때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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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200년 출산율 살펴보니
경제 발전 시기와 관계없어
여성의 직업성취 문화가
아이 출산 욕구 떨어뜨려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 피터 J. 리처슨·로버트 보이드 지음 김준홍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2만2500원

한국은 세계에서 아이를 키우는 데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국가로 손꼽힌다. 고비용 구조는 출산율을 0.6명대로 뚝 떨어뜨린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뿐일까.

경제학은 오랫동안 근대화를 거치며 출산율이 떨어진 것은 비용과 이익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업에서 공업으로의 산업 구조 변화가 가족 노동에 대한 필요는 줄이고 교육비는 늘려 출산율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은 일리가 있지만 모든 현상을 설명하지는 못했다. 앤슬리 콜이 주도한 '프린스턴 유럽 출산율 프로젝트' 연구에 따르면 지난 두 세기 동안 유럽의 600군데 행정 단위에서 출산율 하락을 조사한 결과, 경제가 발전한 시기와 출산율 감소가 시작된 시기는 거의 일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화적으로 동일한 지역은 비슷한 시기에 출산율 감소를 같이 겪었다. 벨기에에서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 플라망어를 쓰는 지역이 달랐고 카탈루냐도 나머지 스페인 지역보다 빠르게 인구 감소를 겪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유한 부부들이 자녀를 많이 갖지 않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까. 기존의 진화론에서 보자면 자기 유전자를 널리 퍼트리려는 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우위에 설수록 더 많은 자녀를 가져야 옳다. 하지만 문화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자녀를 적게 갖는 만큼 교육에 좀 더 투자하고, 자신의 개발에도 신경을 더 쓰는 문화가 주류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면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특히 현대인들은 돈 그 자체뿐만 아니라 평생 일궈온 직업적 성취를 존경하는 문화가 있다. 전통 사회에서 여성은 아이를 양육하거나 가사를 수행함으로써 자존심과 사회적 지위를 획득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여성도 직업적 성취를 당연하게 여기고 더 선망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욕구는 당연하게도 아이를 갖고자 하는 욕구를 떨어뜨린다.

결국 오늘날 출산율이 떨어지는 현상도 문화적 진화의 흐름과 연계해 살펴볼 때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Not by Genes Alone)는 피터 리처슨 미국 캘리포니아대 환경과학·정책학부 교수와 로버트 보이드 인류학과 교수가 저술한 책으로, 인간은 유전자뿐 아니라 문화적 요소에 의해 진화한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행동과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기적 유전자'만으로는 인류의 진화를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대 진화론의 주요 이론 가운데 하나인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의 대표 고전으로 통한다. 2009년 출간됐던 '유전자만이 아니다'의 개정판으로, 일부 오류를 바로잡았고 역자 주석과 서문을 보강했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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