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테크족 이제야 웃는다 …"900원대 중반서 팔아볼까"
엔화 반등하더라도
100엔당 1천원까지
시간 오래 걸릴 듯
매도 구간 미리 정해
조금씩 차익 얻을만
추격매수 나선다면
장기투자로 접근을
엔화예금은 이자 없어
환차익 고려해 투자를
추락하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엔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엔화값이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졌던 때에 엔화를 사들였던 이른바 '앤화 개미'들 입장에선 엔화 가치가 높아지는 국면에 들어선 현재 언제 엔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할지가 중요한 때가 됐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그 속도가 더디다는 점, 일종의 '놈(Norm)'과 같았던 '100엔당 1000원'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에서 엔화 추가 매수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7월 초 달러 대비 엔화값이 38년 만에 최저치인 161엔대로 추락하며 100엔당 원화값은 850엔대로 올랐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에서 일본은행에 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엔화 약세를 비판하자 엔화가 강세로 전환되면서 엔화값이 148엔대로 10원 넘게 뛰었다. 그 결과 100엔당 엔화값도 900원대에 진입했다.
이러한 환율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엔화가 오른 상태에서 가장 적절한 매도 시점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신만의 매도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현재 엔화값이 상승하고 있지만, 환율은 외부 요인에 취약하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기존에 엔화를 매입해 현재 환차익이 발생하고 있는 투자자가 매도를 희망한다면 100엔당 원화값이 곧바로 1000원을 달성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930원 등 단계를 밟아가면서 올라갈 확률이 크므로 매도하고자 하는 환율대를 정해서 분할 매도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역시 단계별 투자를 권했다. 오 단장은 "단기적으로 강한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는 권하지 않는다"며 "중장기 관점에서의 원 대비 엔 강세·엔캐리 청산 국면으로의 전환 등을 감안한 적립식 투자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엔은 싸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엔을 추가로 매수하려는 투자자들도 꽤 된다. 다만 이 대목에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지금 엔화를 추가 매수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일부 엔을 매수하는 것은 괜찮다고 평가하는 의견도 있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까지 2년 정도 기간을 놓고 본다면 100엔당 원화값 950원 이하에서는 엔화를 매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엔화 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엔이 저평가됐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권현경 하나은행 영통금융센터지점 VIP PB팀장은 "이미 저점에 매입한 엔화는 지금 매도해 환차익을 실현하고 향후 엔화 강세가 끝나고 엔화 약세가 다시 시작되는 시점에 엔화를 추가로 매입할 것을 권유한다"고 조언했다. 권 팀장은 "예컨대 100엔화당 원화값 850원대에 엔화를 샀던 투자자의 경우 우선 현재 매도하고 다시 엔화를 매수해 환차액을 노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애널리스트는 "엔화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저렴한 것은 사실"이라며 '추격 매수'를 하게 된다면 장기 투자를 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엔 직접투자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엔화 예금이나 일본 주식 투자, 상장지수펀드(ETF) 등 여러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엔화 매수 재테크 방법은 엔화 예금이다. 원화가 아닌 엔화로 국내 은행에 예금하는 것인데, 정기예금처럼 이자가 붙는다.
다만 시중은행의 금리는 '제로(0)' 수준이기 때문에, 이자 수익이 아닌 미래 환차익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 엔화를 환전해 외화통장에 입금할 때 적용되는 환율(전신환 매도율)은 엔화 현찰을 살 때 적용되는 환율(현찰매도율)보다 더 낮아서 유리한 환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통장에 들어 있는 엔화를 나중에 현찰로 출금할 때는 현찰 수수료가 발생하게 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외화 ETF를 통해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ETF는 주식처럼 쉽게 거래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환전 수수료도 없다. 다만 '환차익 비과세'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국내에서 원·엔 환율을 기초로 엔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 ETF'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화 연계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ETF다. 실제 ETF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지는 투자자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일본 주식에 직접 투자하거나 일본 주식 종목들로 구성된 ETF에 투자할 수도 있다. 해외 주식 가격은 해당 국가 화폐로 계산되므로 주가와 별개로 해당 외화 가치에 따른 수익을 볼 수 있다. 다만 1주 단위 거래가 가능한 한국 주식과 달리 최소 100주 단위로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재테크족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해외 주식의 매매차익에 대해선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인 현재 시점에선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미국 주식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다. S&P500 인덱스 등 미국 ETF에 우선 투자하고, 향후 환율 상황 등을 통해 일본 ETF에 투자하는 방법도 추천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환전 수수료 무료' 여행 카드의 경우 엔테크에 적절하지 않다. 원화로 재환전 시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환테크를 목적으로 수익을 실현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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