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중견 가수' 아이유를 파헤치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8. 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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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때부터 싱어송라이터
한편의 시와 같은 노랫말에
노래할땐 연기하듯 극한 몰입
삼촌팬 거느린 '국민여동생'서
남녀노소 사랑받는 아이콘으로
음악평론가인 저자 꼼꼼한 분석
음악평론가인 저자는 데뷔 이후 현재까지 아이유의 모든 것을 이 책에서 분석한다. 사진은 지난 3월 열린 아이유 콘서트 모습. EDAM엔터테인먼트

미국에 테일러 스위프트가 있다면 한국에는 아이유가 있다. 10대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노랫말로 쓰고 곡을 지어 노래해온 싱어송라이터다. 적어도 지금의 20대부터 40대는 거의 모두가 이 가수의 노래를 통해 인생의 한 시절을 위로받은 '음악 빚'을 지고 있다.

음악평론가인 저자는 데뷔 이후 현재까지 아이유의 모든 것을 이 책에서 분석한다. 5장의 정규앨범과 6장의 미니앨범을 보유한 이 음악가는 31세에 불과하지만 음악의 양과 질로 보면 이미 '중견' 가수라고 설명한다. 또래라면 정규앨범만 1~2장 냈을 법한 시간에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과 싱글 등을 합쳐 무려 200여 곡을 보유한 치열한 아티스트라는 이유에서다. 이 책은 아이유의 대표곡 124곡을 깐깐하게 분석해 리뷰를 실었다.

성실함, 높은 음악성, 남녀노소를 막론한 막강 팬덤 등 아이유의 인기 비결을 설명하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이 책이 주목하는 건 곡에 자신을 캐릭터화하는 극한의 몰입의 미학이다. 아이유는 무대에서 소리로 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데뷔 당시 아이유는 단순히 노래 잘 부르는 신인 가수였다. 만능 엔터테이너로 연기 활동을 부지런히 병행하는 아이유가 드라마에 출연한 경험은 가수로서 경쟁력을 극적으로 배가시켰다. 예를 들어 2013년 '모던타임스'를 기점으로 노래에서 보여주는 탁월한 연기력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저자는 "온갖 테크닉이 난무하는 최근 보컬 트렌드와 달리 아이유는 굳이 이런 걸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노래한다"면서 "가사 중심으로 노래하고 어휘 하나하나를 리얼하게 연기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이유를 읽는 시간 조성진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2만3000원

무대 아래에서도 아이유는 수준 높은 문장가, 문인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탁월한 가사 쓰기는 이미 많은 히트곡이 증명했다. 특히 '밤편지' 가사는 고교 국어 교사들이 수업에서 예제로 사용할 만큼 명문으로 알려졌다. '스물' 등에서는 자신의 나이에 관한 생각과 감성을 가사로 솔직하게 풀어내 찬사를 받았다. 아이유는 가사에 직유와 은유법, 의성·의태법, 열거법, 도치법 등을 즐겨 사용하는데, 특히 버스(Verse)와 코러스에 은유법을 사용해 곡의 메시지를 더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셀러브러티' '블루밍' '스물셋' '러브포엠' '밤편지' 등의 명곡을 일일이 열거하며 "이 모든 건 노래이기 이전에 한 편의 시(詩)"라고 단언한다.

마지막 비결은 팀워크다. 아이유는 각 분야 최고 실력자들을 모은 밴드를 편성하고, 콘서트에서 보여주는 규모와 이벤트 등 볼거리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공연에는 돈을 아끼지 말자'는 철학으로 무려 5~6시간씩 콘서트를 마라톤하듯 달린다. 아이유는 "처음엔 미안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지금은 제 콘서트 문화가 됐고, 안 하면 서운한 시그니처가 됐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밴드 멤버들도 공연을 마치면 바로 쓰러질 만큼 힘든 강행군이다.

2008년 데뷔한 발랄하고 노래 잘하는 '국민 여동생'은 처음엔 삼촌 팬이 많았다. 그러다 2014년 특유의 포크 감성이 실린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를 통해 중장년층 팬을 늘렸다. 이 앨범은 '빈티지'와 '트렌드'라는 양립하기 힘든 이질적인 두 감성이 뻔하지 않은 작법으로 만난 대단한 앨범이었다. 조덕배, 김광석, 김완선, 이문세 등의 노래를 부르는 소녀에게 중년 팬들이 열광했다.

본격 싱어송라이터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돌에게 열광하던 나이 어린 팬덤과 여성 팬이 동시에 늘었다. 2012년 콘서트에서 남성 팬 비율은 63.1%였는데, 2019년에는 여성 팬이 56.6%로 역전됐다. 아이유는 팬덤의 확장성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중견 가수, 아이유의 질주는 앞으로도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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