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호무역 강화될수록 … 조선·바이오株 신바람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4. 8. 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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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AI 이을 하반기 주도주

직장인 김 모씨(37)는 1년 동안 보유했던 HD현대중공업을 전량 매도했다가 땅을 치고 있다. 김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수혜주로 올해 10% 올랐길래 팔았는데 이후 한 달 새 주가가 30%포인트 추가로 올랐다"고 후회했다. 실제 김씨와 같은 개인투자자는 HD현대중공업을 올해 들어 지난 7월 30일까지 1700억원 넘게 팔았다. 증권가에선 인기를 끌었던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다음 타자를 찾고 있다. 주목받는 주식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수혜를 입는 기업들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조선업종이 증권가 레이더망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은 미국 군함과 같은 신규 일감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 주목받고 있다. K바이오 주식 역시 '머니 무브에 따른 주가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며 주목받고 있다. 미국이 중국 기업을 몰아내려 하면서 이 빈자리를 국내 업체들이 메꿀 것이란 예상이다.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미국이 중국에 추월을 허용한 분야 중 한 곳이 바로 조선업이다. 1980년대 들어 미국이 보조금을 대폭 축소한 반면 중국은 보란 듯이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선박 건조 능력을 키웠다. 증권가 관계자는 "미국 조선업은 인건비는 높은데 수익성은 낮아 세계시장 점유율이 1%도 안 된다"며 "시장 논리라면 중국에 선박 건조를 의뢰해야 하는데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불가능해서 한국과 일본에 나눠서 맡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선업은 민간 상선은 물론 군함 등 특수선 분야까지 포함돼 주식시장에선 방산주로도 분류한다. 이에 따라 민간과 군용 선박 능력까지 보유한 HD현대중공업의 주가가 고공 행진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달 이 조선사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앞으로 5년 동안 미국 군함 유지·보수(MRO) 사업 입찰 자격을 얻었다는 뜻이다.

HD현대중공업은 세종대왕함과 같은 이지스함(고성능 레이더와 대공 미사일을 갖춰 전방위 공격 가능) 건조 경험이 있다. 세종대왕함은 미국 이지스함과 설계 구조가 비슷해 시너지효과가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미래 실적으로 최근 주가가 사상 최고가로 진격한 이유다. 단기 실적도 우량하다. 지난 2분기 잠정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8840억원, 1956억원을 기록했다. 이익의 경우 1년 새 185.4%나 급증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5%를 기록했는데 1년 전인 작년 2분기(2.2%)에 비해 수익성이 2배 이상 높아졌다.

낮은 마진율은 오랫동안 K조선의 발목을 잡아왔다. 올 들어 수익성이 개선된 이유는 주된 비용 요소인 후판(조선용 철강) 가격 하락·안정 덕분이다. 철강값은 각종 주택 건설 경기와 비례하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와중에 중국의 덤핑 수출로 하락세를 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업종 내 지주사를 제외한 실적 기준으로 2등주다.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5320억원, 1307억원이며 영업이익률은 5.2%다. 이익률 기준으로 근소하게 HD현대중공업을 앞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연간 매출은 8조94억원이며 2026년 예상 매출은 12조5177억원으로 3년 새 매출이 56.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기간 HD현대중공업의 예상 매출 증가율(44.9%)보다 높다. 증권가에서 삼성중공업의 매출이 더 커질 것으로 보는 이유는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매출이 많아서다. 지난 2분기 매출 증가도 4월부터 착수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성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들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9척을 비롯해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 셔틀탱커 1척 등 22척을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인 97억달러의 51%를 이미 달성했다.

삼성바이오·셀트리온

중국 바이오 대표주자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바이오)는 올 들어 미국 내 로비 자금을 대폭 늘리며 생물보안법 저지에 나섰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인의 건강과 유전 정보를 우려대상 기업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미국 의회가 밀어붙이는 주요 법안이다. 여기서 우려대상 기업에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 이름을 대놓고 올려 '반중국 법안'으로도 불린다.

미국 내 자료를 인용한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우시바이오의 경우 미국 의회 등을 대상으로 한 로비 금액이 지난 1분기 4만달러에서 2분기 16만5000달러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우시바이오는 중국의 대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다. 그동안 신규 수주의 55%가 북미 지역에서 나왔지만 앞으로는 불투명하다. 우시바이오 등의 로비에도 미국 의회의 의지는 굳건하다. 현재 CDMO 시장 점유율은 스위스 론자(2023년 기준 20.7%), 미국 캐털런트(12%), 우시바이오(10.2%)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9.3%)순이다.

삼성바이오의 잠정 실적 기준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37.6%에 달한다. 2분기 압도적 이익률의 비결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덕분이다. 2000억원가량의 마일스톤(연구개발 수수료)이 들어왔는데 새로운 현금흐름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셀트리온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예상 실적 기준 9.2%다. 바이오 2등주인 셀트리온 주가의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감과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라는 호재에 더 반응하고 있다.

휴미라 같은 원조의약품 특허가 종료되면서 셀트리온이 주로 생산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대거 팔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제품 효과는 원조와 같은데 가격이 더 저렴한 복제약으로, 인플레이션 시대에 각광받고 있다. 이 시장은 연평균 17.8% 성장(한국바이오협회 자료 기준)이 예상되며 삼성바이오도 주된 공급사다. CDMO의 강자인 데다 바이오시밀러까지 품고 있는 삼성바이오로 돈이 몰리는 이유다.

올 들어 삼성바이오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6875억원이다. 외국인은 셀트리온에 대해선 지난 7월 이후 순매수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달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신약으로 인정받은 짐펜트라의 매출이 2분기부터 인식될 것"이라며 "짐펜트라는 이익률이 높아 이익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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