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뷰] ‘검은 금요일’ 맞은 코스피, 4년 만에 가장 많이 내렸다…3.65% 하락 마감
외국인 투자자 코스피서 현·선물 3조 매도
코스닥, 2년2개월 만에 최대 하락…800선 붕괴
2일 코스피지수가 4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코스피지수가 하루 만에 3.65% 넘게 하락한 건 지난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4년 만이다. 지난 밤 미국 뉴욕 증시가 경기 침체 우려에 하락하자 국내 투자자들의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지수도 4% 넘게 내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1.49포인트(3.65%) 내린 2676.19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2700선 아래로 내린 건 지난 6월 5일(2689.5) 이후 두 달 만이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2.1% 내린 2719.39에 개장해 오후에 접어들며 낙폭을 더 키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461억원, 7742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1조613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외국인은 선물 시장에서도 2조1405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하락했다. 특히 올해 들어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했던 SK하이닉스가 하루 만에 10.4% 급락했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이후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1월 18일 11.17%의 하락률을 기록한 바 있다.
국내 시총 1위 종목 삼성전자도 전 거래일 대비 4.21% 하락 마감했다. KB금융과 신한지주도 각각 5.78%, 5.93% 하락했다.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꾸준한 강세를 이어왔지만, 이날은 하락장을 피해가지 못했다. 현대차는 3.75%, 기아도 4.46%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0.75% 상승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제조업 지수 쇼크에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하며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현물과 선물을 합쳐 3조원 가까이 쏟아졌다”며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기에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7월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평균 전망치인 48.8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PMI 하위 지수인 고용지수가 43.4로 전월 대비 5.9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두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하면 업황이 위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날 국내 증시가 급격히 하락하자 대통령실에서도 이례적으로 의견을 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증시 하락과 관련한 질문에 “조금 지나면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어제 미국에서 고용지표라든지 경제지표가 잘 나오지 않고 장외에서 인텔이 실적이 안 좋아 주가가 19% 정도 빠진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도 4% 정도 빠지고 있고, (국제 증시가) 다 같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코스닥도 800선 붕괴… 최대 낙폭
코스닥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 대비 34.20포인트(4.2%) 하락하며 800선을 내주고 779.33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2년 2개월 만에 하루 기준 최대 낙폭을 보였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01억원, 899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은 2446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들도 줄줄이 하락했다. 알테오젠이 7.5% 넘게 하락했고, 에코프로도 2.56% 내렸다. 에코프로비엠은 0.43% 상승했다. 엔켐은 4.5% 하락했다. 이밖에 셀트리온제약(-8.91%), 휴젤(-4.46%)과 리가켐바이오(-5.22%), 삼천당제약(-1.59%)도 약세를 보였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암(Arm) 홀딩스가 보수적 추정치를 제시한 탓에 인공지능(AI)에 대한 회의론이 재부상하며 코스닥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약세를 보였다”며 “경제 침체 우려에 화장품 등 수출주 역시 부진했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상승 마감한 종목은 2348개 중 209개에 불과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60개, 149개다. 업종 가운데서 경기 방어주로 꼽히는 통신업만 유일하게 0.53% 상승했다. 통신과 함께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금융업도 하락을 면치 못하고 업종지수가 4% 가까이 하락했다.
앞서 뉴욕증시는 1일(현지 시각)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5.62포인트(-1.37%) 내린 5446.68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05.25포인트(-2.30%) 하락한 1만7194.15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94.82포인트(-1.21%) 내린 4만347.97을 기록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수요 둔화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실업률이 더 오르면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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