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文 수행하다 뇌출혈로 쓰러진 김은영 국장, 결국 면직처리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ASEAN) 정상회의 관련 실무를 총괄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김은영 남아시아태평양 국장이 면직 처리됐다. 외교부는 관련법을 검토했으나 면직 처리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2일 외교부는 김은영 국장에 대한 면직을 결정한 인사발령을 공지했다. 면직은 공무원 신분을 해제시키는 것으로,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 등과는 다른 인사 조치다.
이와 관련 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김은영 국장은) 2018년 11월 싱가포르 출장 중 뇌출혈로 의식 불명인 상황에서 그해 12월 인사혁신처로부터 공무상 요양 승인 및 질병 휴직 자격을 부여 받았다"고 그간 상황을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국가공무원법이 개정되어 공무상 질병휴직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 2024년 1월 30일까지 (휴직 기간이) 연장됐다"면서도 "질병휴직의 법정 최대 연장 기한이 만료됐으나 현재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업무 복귀가 어려워 향후 거취와 관련, 관계 부처와 함께 복직 후 병가나 명예퇴직 등 여러 대안을 검토했으나 현행법상 면직이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명예퇴직의 경우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표명하는 것이 신청의 조건인데 현재 김 국장은 그런 의사를 표명할 상태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질병휴직 만료일인 올해 1월 30일부터 여러 방안을 찾아봤으나 면직 외에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명예퇴직이 아닌 면직을 할 경우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 제4조에 따른 명예퇴직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다만 김 국장이 휴직 기간 중에는 기본급과 간경비, 치료비 등이 보전됐고 면직 이후에는 퇴직연금과 장해연금, 간병비 일부 등이 지급되기 때문에 금전적인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외교부 설명이다.
이 당국자는 "외교부에서는 김은영 국장을 응원‧위로하고 치료와 간병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2주 간 성금 모금을 진행했다. 해당 기간 중에 김 국장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게시판도 운영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근무하는 많은 동료들로부터 성금과 응원 메시지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8년 11월 16일 문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본인 계정에 "오늘 아침, 저를 수행해왔던 외교부 남아태 김은영 국장이 뇌출혈로 보이는 증세로 방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현재 의식이 없다"며 "김 국장은 이번 아세안 관련 여러 회의와 에이펙 회의까지 실무 총괄했다. 과로로 보인다. 매우 안타깝다. 꼭 회복되길 기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문 대통령은 "현지 병원에 긴급 입원시킨 다음 직접 가 봤는데, 뇌압이 높아 위급할 수 있고 오늘 하루 긴급처치를 하며 경과를 봐야 상태를 알 수 있겠다고 한다"며 "대통령 주치의가 남아서 치료를 돕게 하고, 눈물을 흘리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함께 에이펙(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회의 참석을 위해 파푸아뉴기니로 떠난다. 꼭 회복되길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김 국장은 뇌출혈 증상을 보인 당시 싱가포르 현지에서 응급수술이 진행됐다. 이후 에어 앰뷸런스를 이용해 한국으로 돌아온 김 국장은 의식을 회복했으나 후유증으로 인해 의사표시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국장은 당시 문 대통령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에이펙 정상회의 수행과 함께 김정숙 영부인의 인도 방문 등도 외교부의 담당 국장으로서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국장은 2018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양자 외교'를 담당하는 지역국 국장에 임명됐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외무고시 28회로 외교부에 입부했다.
이후 주태국 1등 서기관, 서남아태평양과장, 시드니대 국제안보연구소 객원연구원, 호주 주재 참사관, 남아태국 심의관 등을 거치며 남아시아와 남태평양 지역의 전문적 역량을 쌓았다. 김 국장의 남편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동기이자 외교관으로 현재 외교부에서 근무 중이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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