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공식 대선 등판’ 카운트다운···후보 선출절차 시작
트럼프 ‘인종 정체성’ 공격에 맞대응 삼가
미국 민주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선출하기 위한 공식 절차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을 겨냥한 인신공격 수위를 높여가는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정면 상대하지 않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민주당은 1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조기 선출하기 위해 온라인 호명투표를 시작했다. 대의원 99% 동의를 얻어 단독 후보에 오른 해리스 부통령은 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투표를 거쳐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하는 민주당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
해리스 부통령의 등판은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 등으로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민주당 대선 캠프의 분위기를 뒤바꿔놓았다. 다수 여론조사 결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는가 하면, 선거자금 모금액 수준도 트럼프 캠프를 넘어섰다.
러닝메이트 후보 지명과 전당대회 등 유권자의 시선을 끌 기회가 남은 점도 해리스 캠프의 유리한 상황으로 꼽힌다. 해리스 부통령은 호명투표를 마치면 러닝메이트 후보를 발표하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합주 공략에 나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세를 올리는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인종 정체성’ 문제를 쟁점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전날 전미흑인언론인협회(NABJ) 초청 토론회에서 ‘줄곧 인도계였던 해리스 부통령이 갑자기 흑인이 됐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된 데 이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인도 전통 의상을 입은 해리스 부통령 사진을 올렸다. 그는 그러면서 “인도 혈통에 대한 당신의 우정과 사랑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고 조롱하는 글을 적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 집중하려는 트럼프 캠프의 목표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48시간 동안 인신공격이라는 더 익숙한 영역으로 반복해 이탈했다”고 보도했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등 정치라이벌의 인종 정체성을 주된 공격 지점으로 삼아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같은 전략을 취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대응하지 않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론하는 인종 정체성 의혹에 일일이 해명하거나 논쟁을 벌이지 않는 대신 ‘그의 발언이 분열을 조장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집중하는 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인종을 두고 논박하는 일이 오히려 그의 거짓말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종 정체성 논란이 길어지면 임신중지권, 경제 불평등, 민주주의 등 해리스 캠프가 내거는 주요 공약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멀어질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분열을 일으키는’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자신은 반대로 ‘통합과 진보’를 상징하는 인물로 강조하려 할 것”이라고 NYT에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그가 “분열과 무례함”이라는 “낡은 쇼”를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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