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인가스캔들’ 감독 “10여년 전 기획된 작품, 클리셰 지적 받아들여야”[EN:인터뷰①]
[뉴스엔 박수인 기자]
박홍균 감독이 '화인가 스캔들' 연출 과정을 밝혔다.
박홍균 감독은 8월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극본 최윤정/연출 박홍균) 종영 인터뷰에서 작품의 제작 과정과 함께 K-드라마의 클리셰가 많다는 일부 시청자들에 대한 반응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화인가 스캔들'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완수'와 그녀의 경호원 '도윤'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치명적 스캔들 드라마.
tvN 드라마 '화유기' 이후 오랜만에 연출 작업을 하게 된 박홍균 감독은 "그동안 연출보다는 기획, 제작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연출이 딜레이된 것도 있고 하다가 좌초된 것도 있어서 저도 모르게 시간이 많이 흘렀더라. 이 작품은 제작사 대표님이 대본을 읽어보는 게 어떻겠냐 했고 MBC에 있을 때부터 글을 잘 쓰는 작가님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봤다. (작품이) 기획된 건 오래 전이었다. 대략 10여년 전이었다. 그동안에 재벌 드라마가 많이 나왔지 않나. 그래서 작가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을 것 같다. 기획 당시에 나왔다면 신선하게 받아들였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 자체가 재미있고 대본을 많이 써주셨다. 빨리 들어갈 수 있겠다 싶었다. 걱정됐던 점은, 오래 전에 기획된 것이다 보니까 장치들이나 인물 캐릭터나 배경 상황들이 기시감도 들고 클리셰 지적을 받겠구나 했는데 드라마화를 하면 잘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다. 어찌됐건 작가님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했고 그 부분을 잘 쥐고 가면 되지 않을까 했다. 오해나 지루함, 클리셰로 인한 우려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봐주신다면 하고자 했던 메지기 전달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재벌가를 다루는 이야기인 만큼 미술, 공간적인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박홍균 감독은 "최적의 효율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재벌가 이야기이면 주 무대가 재벌인데 실제 재벌이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을수도 있다. 워낙 많은 재벌가 드라마가 있었으니까 거기서 오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렇다고 미술로만 승부를 걸기에는 10부작이라서 막상 쓸 수 있는 비용이 많지 않았다. 선택과 집중을 할 때였다. 규모를 크게 보여주되 디테일로 채워야 하는데 전경, 후경을 채울 수 있는, 시청자들을 사로 잡을 수 있는 꼼수를 가지고 하자고 했다. 예를 들어 큰 샹들리에로 시선을 뺏는다든지 바닥에 정원을 깔든지 외부공간을 연결해서 확장시킨다든지 하는 아이디어를 모아서 했다. 저희 딴에는 비슷하게 느낌을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했다.
연출이 확정되며 기존 기획된 16부작에서 10부작으로 분량을 줄이는 과정도 뒤따랐다. 박홍균 감독은 "연출을 선택하고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다듬는 과정에서는 16부작을 10부작으로 줄이는 작업이 힘들었다. 비중이나 재미가 있는 캐릭터를 줄여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플랫폼이 OTT다 보니까 지상파와 다르게 타겟 시청자도 다르고 글로벌 마켓을 염두해 뒀기 때문에 맞춰나가는 작업들이 어려웠다"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화인가 스캔들'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박홍균 감독은 "시청자 분들이 마라탕 같은 맛이라고 하는 분들이 있던데 마라탕 같은지는 잘 모르겠다. 작가님이 의도한 거라고 생각한 메시지는 욕망에 관한 드라마다. 보편적 가치를 벗어날 때 얼만큼 피해를 줄 수 있는지, 바로잡아주고자 했다. '화인가 스캔들'이 불륜 드라마라고 하는데 그걸 염두해 둔 건 아니다. 저희는 통상의 멜로 스텝을 밟지는 않는다. 생존을 염두해 둔 우정이라 생각했다. 절박함을 표현하려 했다. 절박함으로 권력과 힘과 돈을 쥐고 있는 분들과 맞서서 올바른 길로 끌어가면 되겠다 했다. 여러 장르가 들어가 있고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표현들이 있어서 만족 하고 있다. 뭘로 평가해야 하냐 할때 클래식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많이 봤고 19세기 이후 나온 이야기와 비슷하다. 그러니까 막장이나 많이 봤던 이야기라는 평이 있었던 것 같다. 트렌디하게 다듬는 작업을 못한 건 전적으로 제 잘못이다. 전통적인 이야기가 주는 힘이 공감을 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드라마 추세는 편수도 줄어들고 하다 보니까 클래식한 이야기가 많이 줄었다. 드라마 하면 주로 이런 이야기였는데 요즘에는 더 거창하고 볼륨감 있고 디테일한 이야기를 선호한다. 다양성 차원에서 전통적인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MBC PD로 입사했을 때 드라마 PD를 해야겠다 생간한 건, TV라는 장르가 약자들의 위안처라 생각했다. 약자인 부분을 달래주거나 공감을 달래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그런 걸 넘어서서 규모가 커졌는데 동시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스펙터클한 재미를 주지는 못했지만 제가 생각한 분들에게는 닿아서 소소하게나마 즐거움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연출자로서의 만족도는 어떨까. 박홍균 감독은 "만들고 나면 죄인이다. 조마조마하다. 100% 흡족하게 만드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도 많다. 넷플릭스, 디즈니+에 좋은 작품이 많지 않나. 두 플랫폼 만이라도 좋은 작품이 많아서 시청자 분들의 눈이 높아졌다. 그에 비해 '화인가 스캔들'은 라이브한 작품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 실망했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이 쓴소리를 해주신다고 생각한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는 지점에서 찾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변명을 덧붙이자면 한국 드라마 안에서 할 수 있는 작품을 해야 했다. '화인가 스캔들'은 이 이야기만의 볼륨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볼륨 안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안에서 나올 수 있는 퀄리티, 결과라고 하는 부분은 저희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소중하다. 만족시켜드리려 노력했다"고 답했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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