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슨 빠진 키움, 백업 자원 맹활약에 위기가 기회로
에이스 2번 타자가 부상으로 빠진 날, 백업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키움의 위기는 기회가 됐다.
외인 테이블세터 로니 도슨(29)의 부상 이탈은 키움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도슨은 이번 시즌 거의 전 경기인 95경기에 출전하며 0.330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7월 들어 타율이 0.188로 낮아지긴 했으나 지난 두 번의 NC전에서 연속 안타를 치며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도슨은 지난달 31일 NC전에서 권희동의 타구를 잡으려다 같은 팀 중견수 이용규와 충돌해 무릎을 다쳤다. 처음엔 부상이 크지 않으리라고 예상됐으나 1·2차 검진 결과 오른쪽 전방 십자인대 손상 소견이 나왔다. 손상 정도가 크면 수술이 필요하기에 최악의 경우 시즌 아웃 가능성도 있다. 도슨은 다음 주 중 대학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당분간 경기 출전이 불가능하다.
갑작스러운 외인 타자의 부상 이탈에 키움은 퓨처스리그에서 훈련 중이던 변상권(27)을 급히 1군으로 콜업했다. 변상권은 도슨이 맡았던 2번 타자 좌익수 자리에 투입됐다. 2020년 프로 데뷔한 변상권은 이날 처음으로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막바지에는 박수종(25)과 임병욱(29) 등 그동안 1군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대타로 외야 수비에 투입됐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경기 전 “(도슨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일단 변상권 선수와 임병국 선수를 콜업했는데 이 선수들이 100% 그 자리를 메울 순 없겠지만 도슨 선수가 복귀할 때까지 십시일반 해서 잘 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고육지책 ‘플랜B’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변상권은 이날 5타수 3안타 2득점으로 이번 시즌 가장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변상권은 NC에 3-9로 끌려가던 5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를 치며 추격의 불씨를 만들었다. 6회말 안타에 이어 8회말 2루타까지 터트리며 테이블 세터로서 손색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주로 대타로 출전했던 김태진은 이날 8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김태진은 1·2·3루타를 하나씩 치며 사이클링 히트 가능성까지 보여줬으나 끝내 홈런을 치지 못했다. 이날 김태진이 마지막 타석에 오르자 팬들은 사이클링 히트의 염원을 담아 ‘김태진 홈런’을 열렬히 외쳤다. 그는 경기 후 “프로 생활 11년 동안 처음 듣는 응원이었다”라고 벅찬 감정을 전했다. 수비 포지션이 유동적인 김태진은 “스스로 각성하기 위해 항상 ‘정신 차려, 네 자리 아니니까’라고 생각하며 경기에 임한다”라고 말했다.
백업 자원들의 맹활약에 더해 송성문과 최주환 등 베테랑 선수들도 시원한 홈런으로 득점포를 터트렸다. 직전 경기에서 도슨과 충돌해 가슴 통증을 호소했던 이용규는 기존 포지션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몸을 날리는 수비로 실점을 막아냈다.
도슨의 복귀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키움은 계속 대체 자원을 기용해야 한다. 출전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는 주전으로 도약할 기회다. ‘도슨 빠진 키움’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됐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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