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기쎈 (신)유빈아,첸멍과 '깡'대결서 물러서지마!" '2004년銅' 스승,김경아 코치의 폭풍응원[올림픽]
"유빈아, 넌 강심장이야. 알지? 절대 물러서지마! 네 탁구를 믿어."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단식 동메달리스트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가 '애제자' 신유빈(20·대한항공·세계 8위)의 4강전을 앞두고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국민 삐약이' 신유빈은 2일 오후 5시(한국시각)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펼쳐질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4강에서 '중국 에이스' 첸멍(세계 4위)와 맞붙는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김경아(대한항공 코치) 이후 20년 만의 4강 진출이다. 내친 김에 20년 만의 메달을 노린다.
이 4강행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역대 올림픽 기록을 보면 바로 나온다. 대한민국 여자탁구 선수 중 4강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그랜드슬램 레전드' 현정화(1992년 바르셀로나 동), '월드클래스 깎신' 김경아(2004년 아테네 동) 그리고 신유빈 단 3명뿐이다. '대한민국 여자탁구의 마지막 메달리스트'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가 신유빈 소속팀의 스승이라는 건 운명이다.
전날 히라노 미우와의 8강전, 3게임을 먼저 따고 3게임을 내준 후, 마지막 7게임 숨막히는 듀스 랠리 끝에 4대3 승리, 역대급 반전 경기로 4강행을 결정지은 직후 김 코치는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막판에 유빈이가 미들을 너무 많이 주기에 '유빈아 이제 미들 그만, 백으로 백으로'를 외쳤다. 8-9에서 백으로 딱 볼이 들어가는데 심장이 터질 뻔했다"며 웃었다.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얼굴, 경기중 바나나를 냠냠 먹고, 에너지젤을 쫄쫄 짜먹는 깜찍한 매력의 '국민 귀요미' 신유빈이지만 테이블 앞에선 누구보다 기가 센 프로페셔널이다. 김 코치는 "유빈이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나도 기가 엄청 센 편인데 너도 정말 기가 세다고. 유빈이는 늘 웃는 얼굴이지만 붙어본 선수들은 다 안다.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 어린데도 사람을 쫄게 하는 기가 있다. 호랑이 같은 기는 타고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은퇴를 번복하고 현장에 돌아왔던 마흔한 살의 김경아가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맞붙은 '중1'의 신유빈을 떠올렸다. "중학생을 상대로 절대 져선 안될 경기였다. 첫 2게임을 내준 후에 3대2로 역전해 겨우 이겼는데 '진짜 얘 기 세구나'라고 느꼈다. 선수들끼리는 바로 안다. 유빈이는 행동도 아기같고 너무 귀여운데 경기할 때는 어마어마한 기가 있다"고 말했다.
신유빈의 혼합복식 동메달, 단식 4강 쾌거에 힘입어 파리올림픽 인기가 급상승하는 분위기, 김경아 코치는 '대한항공 애제자' 신유빈과 이은혜를 파리 현지가 아닌 집에서 응원하고 있다. 파리행을 준비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다 오던 차와 심하게 부딪쳤다. 비행기에 오를 수 없을 만큼의 큰 부상. 그 상황에서도 김 코치는 애제자들을 떠올렸다. "내 사고가 액땜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애들 꼭 메달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만큼 여자탁구의 메달은 탁구인 모두의 간절한 숙원이다.
김 코치는 올림픽을 앞두고 WTT 챔피언스 충칭 대회에서 신유빈이 중국 왕이디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올림픽 선전을 예상했다고 털어놨다. "왕이디와의 경기 내용이 정말 좋았다. 탁구의 방향이 좋아졌다. 유빈이에게 '나는 네 단식에 엄청 기대하고 있어. 복식은 파트너의 영향을 받지만 단식은 네 기량이 좋으면 무조건 이기는 거야. 그러니 너 단식도 욕심내도 돼. 단식도 분명 기회가 있어'라고 했었다"고 돌아봤다. "20일 파리 출국을 앞두고 19일 떡볶이를 먹으면서 유빈이에게 한번 더 이야기했다. '너 지금 컨디션도 탁구의 방향도 정말 좋아. 그러니 의심하지 않아도 돼. 체력만 좀더 키우면 돼'라고."
백전노장 김 코치의 예언은 맞아떨어졌다. 신유빈이 대한민국 여자탁구의 희망으로 올림픽 4강 무대에 선다.중국 에이스 첸멍과의 4강 맞대결을 앞두고 김 코치는 기대감을 표했다. "지금 유빈이가 컨디션이 좋다. 첸멍과의 승부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올림픽 4강 공기'를 아는 김 코치는 짧지만 강렬한 조언을 건넸다. "유빈아, 선생님이 늘 이야기하듯 넌 강심장이고 기가 정말 세. 이제부턴 무조건 깡이야. 상대방 깡하고 네 깡, 상대방 기하고 네 기하고 쎄게 붙는 거야. 절대 물러서면 안돼. 무조건 자신 있게! 네 탁구를 믿어!"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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