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심상원, '융스트링' 악장 겸 작곡‧프로듀서
현 김미정과 ‘융스트링’ 공동 악장
발라드, 댄스, OST, 트로트까지 전방위 세션
태연‧변진섭‧제이‧코요태‧애즈원‧엄정화‧이승철
최재훈‧윤상‧SG워너비‧B1A4‧임영웅‧이찬원 등등
“스트링은 모든 세션 중 가장 생명력 긴 분야”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 아이유 ‘좋은 날’
한양대 음대서 바이올린 전공
졸업 후 코리안심포니, KBS교향악단 활동
연내 조윤성과 듀오 형태 솔로앨범 발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앨범 크레딧엔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코러스 등 분야별 세션을 맡은 이름이 기재돼 있다. 국내에서 발매되는 음원 중 스트링 파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름이 '융스트링'이다.
'융스트링'은 2009년 'K스트링(악장 심상원)'과 '더스트링스(악장 김미정)' 악단이 하나로 합치며 탄생했다. 각 악단을 이끌던 심상원과 김미정이 현 융스트링 공동 악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심상원은 한양대 음대, 김미정 악장은 서울대 음대 출신으로 두 사람 모두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14인 구성의 융스트링은 단원 모두 클래식 전공자로 구성됐다. 창단 이래 지금까지 15년간 이승철, 백지영, 윤상, SG워너비, 임창정, 태연, 아이유, (여자)아이들, B1A4, 김동률, 왁스, 린, 윤민수, 지아, 10CM(십센치), 나윤권, 임영웅, 김호중, 이찬원 등 1만5000여 곡 넘게 세션했다.
'융스트링'이란 이름은 심상원 악장이 지었다. '비단결같이 부드럽고 좋은 소리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이외에도 융은 '기운(氣運)이 크게 일어나다', '기세가 성하다'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독일어 융(Jung)은 '젊음(Young)'이란 뜻도 있다. 알프스산맥 최고봉 '융프라우'나 시계 브랜드 '융한스' 등이 이러한 '융'의 의미를 담았다.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선 클래식 바이올린 전공 후 국내 유수의 교향악단 활동에 이어 많은 스타와 작업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이자 '융스트링' 심상원 악장을 만났다.
심상원 '융스트링' 악장은 변진섭 '너와 함께 있는 이유', 코요테 '비상'과 '파란', 양파 '알고 싶어요', 제이 2집과 5집, 애즈원 'Day by day' 등 많은 히트곡을 작곡‧프로듀싱했고, 엄정화 '배반의 장미' 앨범 프로듀서로도 활약했다. 제이 '어제처럼'으로 2000년 KBS 가요대상 작곡상을 받기도 했다. 2024년 8월 1일 현재 한국저작권협회에 250곡이 등록돼 있다. 최재훈 '잊을 수 없는 너', 윤상 '이별의 그늘', 이승철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고한우 '암연', 김정민 '슬픈 언약식', SG워너비 '죄와벌' 등에서 들을 수 있는 바이올린 솔로 및 조관우 '늪' 바이올린 버전도 그의 연주다.
"융스트링 세션 중 가요, OST 등이 70~80% 이상입니다. 근래엔 트로트 장르 비중이 커지며 10~20%대의 비중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요. 넷마블 게임 음악도 활발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영화 '원더랜드' OST 및 르세라핌 작업도 했습니다."
"그간 융스트링은 셀 수 없이 많은 스튜디오 세션을 해왔지만 정작 융스트링이란 이름을 내건 브랜드 형태의 공연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심상원 악장이 작업실(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는 강남의 모처엔 이성수 前 SM엔터테인먼트 사장이 이웃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이성수 전 대표와 심상원 악장은 자주 어울려 음악 관련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고 한다.
"융스트링이 SM 소속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곡이 연간 몇십 곡이 넘는데, 이런 곡을 뽑아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편곡해 가수와 함께 공연하면 어떻겠냐고 이성수 대표에게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성수 사장도 관심을 보였어요. 여건이 된다면 후일 이러한 공연을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2014년 부산에서 융스트링 첫 공연을 했어요. 녹음 스튜디오에서만 작업하다가 현장에서 공연하니 감회가 남달랐죠. 공연 시작을 알리는 드럼 킥 소리를 듣는 순간 짜릿했습니다. 이런 게 바로 공연의 매력이라고 봐요. 앞으로 이런 공연을 자주 하고 싶습니다. 물론 융스트링만의 연주 앨범도 발매하고 싶어요."
심상원은 '장충스튜디오'에서 이주엽 '첫사랑' 작업을 시작으로 음악계에 등장했다. 입대 전까지 유영선과 3개월간 세션 활동을 하기도 했다.
1965년 서울에서 2녀(누나와 여동생) 1남으로 태어난 심상원은 음악애호가인 아버지 영향으로 클래식을 들으며 성장했다. 7세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중2 때 어쿠스틱 기타도 배웠다. 작곡은 중3 때부터 했다. 클래식 바이올린에 빠져 살던 그에게 팝의 세계로 눈을 뜨게 한 건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였다.
음악이 취미라면 모를까 직업으로 선택하는 데 대해선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그래서 외국어대 영문과에 가려고 했지만, 점수가 되지 않았다. 담임선생은 "재수하라"고 했지만, 완강히 거부했다. 심상원이 대학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대학가요제 출전인데, 재수하면 그 꿈이 1년이나 지연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대입을 2주 남겨둔 때 담임은 "차라리 그렇게 음악을 하고 싶으면 음대에 가라"고 했고 결국 심상원은 한양대 음대에 지원서를 냈다. 그런데 당시 한양대 음대 바이올린은 정원 6명을 뽑았는데, 응시자도 6명이었다. 몇 년간 바이올린을 하지 않던 그에겐 행운이었다.
비록 클래식 바이올린을 전공했지만, 대학 졸업과 함께 국내 유명 가수들과 작업하며 자신의 재능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변진섭 곡도 이즈음 쓴 것이다.
1989년 코리안심포니(현 국립심포니)에 입단해 2년간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이어 1992년 KBS교향악단에 입단했다. 서울시향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KBS교향악단은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였다. KBS교향악단에 입단할 즈음 이미 그는 유명 가수의 히트곡 작곡가였다. 단원들 사이에선 단연 화제의 인물이었다.
이미 이때부터 심상원은 클래식(바이올린)과 대중음악이라는 두 분야를 견지하며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였던 오트마 마가의 총애도 받았다. 당시 오트마 마가는 단원 심상원 단원의 연주에 대해 "한 두 마디 빼곤 거의 레코딩 수준"이라고 평할 정도였다. 심상원이 마포의 오피스텔에 살던 시절에도 오트마 마가가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오트마 마가는 심상원에게 "자네는 재능도 있고 좋다. 하지만 자네의 음악은 메트로놈"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것보다 중요한 건 자기만의 템포 색채라는 걸 깨닫게 해준 지적이었다. 이 한마디가 이후 심상원의 음악 세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KBS교향악단 시절 4대 상임지휘자인 오트마 마가에 이어 5대 정명훈, 6대 드미트리 키타옌코까지 함께 했다. 그중 정명훈 지휘자에 대한 추억은 남다르다. 심상원 악장은 정명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인급 또는 덜 유명한 지휘자가 지휘봉을 잡으면 단원들의 등은 무의식적으로 의자 뒤로 붙게 됩니다. 다음 주에 연주할 악보들을 한 주 전에 준비해야 하지만 단원들이 다 찾아가지 않죠. 맨날 하던 건데 뭐 하는 안도감 때문이에요. 하지만 정명훈이 상임지휘자로 오는 리허설 첫날, 합주 예정인 악보는 이미 한 주 전에 동이 나버렸어요. 모든 단원이 틀리지 않으려고 악보를 다 찾아갔던 거죠. (웃음)"
"리허설을 하다 보면 틀리는 파트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특히 스트링은 여러 명이라 티가 안 날 수도 있지만 관악 솔로 악기들은 금세 티가 나죠. 이때 지휘자는 틀린 사람을 쳐다보기 마련이고. 이런 제스처 하나만으로도 연주 당사자에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정명훈 님은 틀리는 사람이 있어도 한 번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어요. 월‧화‧수 리허설 후 연주 당일에 솔로 중 틀린 연주자가 있었어요. 그런데 정명훈 지휘자는 연주가 끝난 후 오히려 그 사람을 일으켜 세우곤 객석을 향해 박수를 쳤어요. 그러자 관중도 지휘자를 따라 박수를 치게 됐죠. 제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이처럼 정명훈 지휘자는 자상했어요."
심상원은 드미트리 키타옌코가 부임한 지 얼마 후 KBS교향악단을 떠났다. 그래서 그와 함께 좀 더 오래 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거장 키타옌코와 함께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황홀했어요. 리허설 때 키타옌코 아내가 뒷자리에서 항상 무언가를 메모했었죠. 따라서 단원 입장에선 마치 감시를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키타옌코는 차이콥스키를 비롯해 많은 명연을 관중에게 선보였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는 정명훈입니다. 지휘만큼은 최고인 것 같아요. 바이올린은 에릭 프리드만, 리사 바티아슈빌리 등을 좋아합니다."
심상원은 2001년 KBS교향악단을 떠나 KBS교향악단 단원 중심의 'K스트링' 악단을 창단해 2008년 말까지 본격적인 대중음악 연주를 선보였다. 이 기간에 그는 K스트링을 이끌며 김범수 '보고 싶다' 등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김미정 악장을 알게 돼 의기투합한 게 '융스트링'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융스트링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현악 세션을 하는 스트링 전문가 집단이다. 어릴 때부터 예체능 계열에 이어 대학과 대학원 등에서 클래식을 전공한 이들 전문가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많은 양의 세션을 소화하고 있다. 이런 전문가들도 가장 힘들게 했던 작업으로 손에 꼽는 게 있다. 아이유다.
심상원 '융스트링' 악장은 가장 힘들었던 작업 중 하나로 아이유 '좋은 날'을 꼽았다.
"기술적으로 곡이 어렵다거나 편곡된 악보가 어렵다거나 등 몇몇 이유로 작업(세션)하기 힘들 때가 있어요. 이럴 때 다른 곡 작업할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아이유 '좋은 날'을 녹음하러 스튜디오에 갔는데, 이 곡의 악보가 어려웠어요. 통상적으로 20분 내외면 스트링 세션을 마치곤 하는데, 아이유 '좋은 날'은 50분 이상이 걸릴 만큼 어려웠던 곡으로 기억합니다."
아이유 '좋은 날'의 이민수 작곡가가 작업실에 와서 융스트링 심상원 악장과 음악 내용을 공유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도 쉽지 않았던 것.
"아이유 '좋은 날'은 당시로선 매우 생소한 장르였어요. 그간 우리가 세션하던 것과는 좀 달라서 신선하기도 했죠."
"아이유의 노래는 부드러울 땐 너무 부드럽고 강할 땐 비할 수 없을 만큼 강합니다.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고 다채로워요. 여기에서 '강하다'란 의미는 크게 소리쳐서 강렬하게 구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드럽게 불러도 강한 걸 느낄 수 있게 하는 걸 말합니다. 말할 때도 큰소리 내지 않고 잔잔한 톤이지만 그럼에도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듯한 말투, 이런 걸 뜻합니다. 그게 바로 아이유입니다."
"남자 가수는 김필 같은 목소리를 좋아합니다. 저는 이태리 계열의 거친 목소리를 선호하는 데 김필은 남자로서 매력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를 가졌어요. 임재범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남자 솔로 가수로 김필을 꼽고 싶어요."
"여자 솔로는 백지영, 비비 등을 좋아합니다. 예전에 백지영 '잊지 말아요' 세션을 하면서 감탄했듯이 백지영은 가창력과 톤, 호소력이란 점에서 엄지척이죠. 그리고 비비가 부른 '우리가 헤어져야 했던 이유'란 곡도 탁월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 곡을 듣고 해외 가수가 부른 노래인 줄 알았어요. 비비는 특유의 섹시한 톤과 표현, 감성도 대단합니다."
심상원 악장은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듀오 형태로 연내 바이올린 솔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스테판 그라펠리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심 단장의 취향과 조윤성의 스타일이 어떻게 어울릴지 기대케 한다.
한때 심상원 단장은 애주가 중의 애주가였다. 다른 사람들보다 늦은 나이인 35살부터 술을 시작해 자칭 '애기 간'이라 자신하며 줄기차게 마셔댔고 결국 술 때문에 쓰러져 입원했다. 지금은 술을 끊은 상태.
심상원 악장은 한양대 음대 후배(89학번)인 아내(하프 전공)를 만나 첫눈에 반해, 7년 연애 끝에 99년 아내가 졸업하자마자 결혼했다. 슬하에 고등학교 1학년생 아들이 하나 있다.
예전엔 하루 평균 20~30장의 앨범-300여 곡-을 작업할 만큼 눈코 틀 새 없이 바빴다. 돈 쓸 시간도 없을 만큼. 그러나 모든 게 디지틀화된 현단계 음악에선 리얼 세션이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심 단장은 지금도 월 30여 곡 세션 작업을 한다.
"세션 중에선 그나마 스트링이 아직까진 없어지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 등 여러 악기 파트는 어렵지 않게 MIDI로 해결할 수 있어요. 그러나 스트링은 문제가 다르죠. 악보에 맞게 일일이 미디로 찍게 되면 일단 손이 너무 많이 갈 뿐 아니라 작업시간도 많이 듭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 주법만 해도 너무 많죠. 이런 걸 일일이 악보에 맞춰 미디로 찍는다는 건 너무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이렇게 어렵게 하느니 스트링 세션을 쓰자'고 결론 내리게 되는 거죠."
"아무도 안하고 있을 때 (스트링) 팀을 만들어 가요계에 현악 세션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등 저는 실력이 좋아서라기보단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앞으로 더욱 성실하게 음악을 하며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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