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부산서 전세계 지질 석학 '영일만 석유' 토론
8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IGC)에서 전 세계 지질학자들이 한국 정부의 포항 영일만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한다. 올해 총회에서 '인류세'가 공표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고, 부산을 거점으로 지구환경 변화에 대응하기로 하는 '부산선언'이 선포된다.
IGC 2024 조직위원회는 2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25~31일 7일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리는 지질학 최고 권위의 학술대회라 불리는 IGC를 소개하는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대한지질학회, 부산광역시가 조직한 IGC 2024 조직위원회가 주최한다.
올해 37회를 맞이하는 IGC는 1878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차 총회를 시작으로 4년마다 대륙을 순환하며 개최되고 있다. 이번 총회는 1996년 중국 개최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28년 만에 개최되는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8년 만에 대면으로 열려 지질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지질과학 올림픽'이라 불리는 IGC는 지질학자들이 모여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공동연구를 도모하는 행사다.
정대교 IGC 2024 조직위원장(강원대 지질·지구물리학부 교수)은 "이번 IGC에 121개국 7000명이 참가하며 3800여 편의 논문 초록이 접수됐다"면서 "이번 총회의 주제는 '위대한 여행자들: 지구 통합을 위한 항해(The Great Travelers: Voyages to the Unifying Earth)'로 지구환경과 기후변화를 대하는 새로운 '접근과 통찰'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IGC의 학술대회는 우주지질, 탄소중립, 원자력 및 방사성 폐기물 처리, 기후변화 등 41개 주제로 열린다. 학술대회 프로그램 중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등을 논의하는 29일 '한국석유공사(KNOC) 특별 심포지엄'과 인류세를 다루는 세션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KNOC 특별 심포지엄에 대해 정 위원장은 "국내외 지질학자 50여 명을 초청해 정부가 시추 계획을 발표한 동해 심해 지질이 석유가 나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 발표, 토론 등을 통해 평가할 예정"이라면서 "(잠재력이 없다는) 좋지 않은 전망이 있더라도 일반인에게 모두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KNOC과 이번 세션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인류세 권위자인 미카엘 워그레이치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교수를 중심으로 열리는 인류세 세션 5개에서는 인류세 공표에 관한 토론이 이뤄질 예정이다. 인류세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생태계 및 환경에 큰 영향을 미쳐 돌이킬 수 없는 지구적 변화를 일으킨 새로운 지질시대를 의미한다.
지난 15년 동안 지질학계는 인류세를 새로운 시대로 인정해야 할지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여왔다. 당초 이번 IGC에서 인류세를 공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지난 3월 이를 결정하는 국제지질학연합(IUG) 산하 제4기 층서 소위원회가 인류세 선언 안건에 대한 다수결 투표를 진행했지만 부결됐다.
정 위원장은 "지질학자들은 보통 수백 만년 단위로 지질시대를 구분 짓는데 1950년대부터 시작하는 시대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성급하다고 보는 보수적인 입장이 있다"고 말했다. 허민 IGC 2024 조직부위원장(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은 "이번 총회에서 인류세를 선언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는 '과감한' 세션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도릭 스토우 영국 헤리엇와트대 교수가 동아시아 땅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준 고대 바다 '테티스'를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고, 왕성산 중국지질대 교수가 중국이 백악기 송랴오 분지를 16년간 무려 8km를 시추한 과정을 설명하는 강연이 열린다. 지난 4월 규모 7.2 지진이 강타한 대만 지역 활성단층 조사 결과를 소개하는 쿠오퐁 마 대만 국립중앙대 교수의 강연도 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는 전 세계 지질학자들은 부산을 거점으로 지구 지질환경 변화에 미래위기에 대응하기로 하는 '부산선언'을 공표한다. 또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이 선정하는 2차 세계 지질 명소 100곳 추가 선정 결과가 발표되는데 한국 서해안 갯벌도 이번 목록에 포함됐다.
한편 이번 IGC에 참가 신청을 한 78명의 러시아 과학자들은 IGC 조직위원회가 '소속국명 변경', '국적 노출 금지' 등을 요구하자 약 30명은 이에 응하고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나머지는 불참할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2022년 IUGS가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면서 "이번 IGC 조직위원회는 러시아 과학자들에게 요구한 사항은 권고였을 뿐"이라면서 참석을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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