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머니, 최소금액만 충전하세요···티메프 사태 ‘선불 충전금’ 불똥
9월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돼도 등록 의무 면제
스타벅스도 등록 면제…“자체 지급보증보험 가입”
티몬·위메프에서 할인 판매한 해피머니 상품권 구매자는 최근 가맹점 대부분이 결제를 차단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보험도 들지 않은 상품권이 대규모로 시장에 유통된 건 관련 규제가 너무 헐거웠던 탓이다. 9월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게임머니, 스타벅스 충전금 등 여전히 규제 대상에서 빠지는 선불 충전금은 많을 것으로 보인다.
티메프가 7% 이상의 높은 할인율로 판매한 해피머니 상품권은 주요 유통처인 티몬이 지난달 사실상 지급 불능 상태에 처하면서 사용이 중단됐다. 대한적십자사는 헌혈 기념품으로 제공하기 위해 구매해둔 33억원어치 해피머니 상품권이 한순간에 휴짓조각이 되자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다.
이번 사태가 만약 9월 이후 터졌다면, 대량의 해피머니가 무용지물이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 9월 시행되는 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선불충전금 발행잔액이 3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총 발행액이 500억원을 넘는 경우 선불업 등록의무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해피머니는 9월 이후부터는 선불업 등록 대상에 편입돼, 보험에 가입하거나 상품권 발행 잔액을 신탁 관리할 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돼도 등록 의무에서 면제되는 사업자는 여전히 많다. 개정안은 등록 선불전자지급수단 기존 요건이었던 범용성 기준(2개 이상 업종 사용)은 폐지했지만 ‘제3자성’ 요건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제3자성이란, 발행인·지주회사·모자회사 외 제3기관에서 사용되는 선불충전금, 상품권만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가맹점 1곳에서만 사용가능한 자가형 선불충전금이나 상품권은 등록 의무에서 제외된다.
제3자성에 걸려 등록 의무가 면제되는 대표적인 곳이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충전금 규모가 3000억원 수준인데, 직영 형태라 등록 선불업 대상이 아니다. 다만 스타벅스는 자체적으로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의무가 면제되는 또 다른 곳 중 하나가 게임머니다. 국내 게임사들은 선불 충전 방식으로 자사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를 판매한다. 넥슨의 넥슨 캐시, 스마일게이트의 스토브캐시, 엔씨소프트 N코인, 넷마블의 넷마블캐시, 카카오게임즈 게임코인 등이다. 이 중 넥슨 캐시는 넥슨 플랫폼에 들어온 다른 게임업체에서 넥슨캐시를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제3자성이 인정돼 등록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 반면 대다수의 중소형 게임사 게임머니는 제3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소비자보호 장치가 없는 채로 계속 발행을 이어갈 수 있다.
YMCA 게임소비자센터 관계자는 “최근에도 일본 메이저 게임회사가 국내 사업을 중단하면서 디지털상 재화에 투자해온 게임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대부분의 게임머니는 소비자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결제 즉시 게임머니를 사용하거나 사용할 만큼의 최소 금액만 충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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