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에 34세 오뚝이가 있다…허리수술만 세 번, 누가 0승이라고 욕하나, FA 계약의 책임감 ‘고양 출퇴근남’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내용보다 안 아픈 게 우선시돼야 하는 선수다.”
키움 히어로즈 우완 정찬헌(34)은 FA 2년 8억6000만원 계약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 고척스카이돔이 아닌 2군 고양구장으로 출퇴근하는 날이 훨씬 많다. 보통의 선발투수가 소화하는 5선발로테이션은 정찬헌에게 적용되기 어렵다.
정찬헌은 2023년 8월 말, 경력 세 번째 허리 수술을 받았다. LG 트윈스 시절이던 2016년과 2019년에 받았던 전례가 있다. 그럼에도 놀라운 건 포기하지 않고 다시 마운드에 오르고 또 올랐다는 점이다. 2023시즌을 앞두고선 FA 계약까지 맺었으니, 책임감이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과거 LG는 그런 정찬헌을 세심하게 관리해왔다. 5일 로테이션이 무리라고 판단, 한번 등판하면 다음날 1군에서 제외하고 열흘만에 등판시켰다. 과거 마무리 경험도 있지만, 불규칙한 불펜 등판은 더 이상 어렵다.
그런 정찬헌은 2021시즌 전반기를 마치고 서건창(KIA 타이거즈)과의 트레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2021시즌과 2022시즌에는 큰 문제없이 4~5선발로 뛰었다. 2021시즌 후반기의 경우 부상과 코로나19 이슈로 초토화된 선발진을 직접 구해내기도 했다.
그런데 키움도 정찬헌이 작년 여름 세 번째 허리 수술을 받자 LG의 관리 사례를 따라갔다. 정찬헌은 지난 6월13일 롯데 자이언츠전서 1군 복귀전을 치렀다. 이후 6월19일 한화 이글스전에 나갔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러자 홍원기 감독은 정찬헌에게 다시 충분히 재활할 시간을 줬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서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홍원기 감독은 1일 고척 NC전을 앞두고 “정찬헌은 투구내용보다 안 아픈 게 우선시돼야 한다. 본인의 임무는 100%, 충실히 잘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날 등판에 앞서 7월27일 두산 베어스와의 퓨처스리그서 5이닝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정찬헌은 사흘 쉬고 1군 경기에 등판했다. 정찬헌도 팀 사정을 감안해서 등판한 것으로 보인다. 홍원기 감독은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허리수술은 굉장히 부담이 된다. 관리하는 차원에서라도 길게 보고 기용해야 한다. 5일 로테이션은 무리”라고 했다.
LG가 그랬던 것처럼, 한번 등판하면 최소 열흘의 간격을 주고 등판을 시키겠다는 계획. 그 사이 정찬헌은 고양에서 회복 및 재활훈련을 한다. FA 선수인데 고척돔보다 고양구장에 훨씬 더 오래 머무른다. 홍원기 감독은 “고양에서 관리하고 훈련을 하는 게 맞다. 날짜도 보고 매치업도 확인해서 괜찮으면 기용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정찬헌은 자신이 평소 꾸준히 허리를 관리 받아온 지방의 모처에서 수술을 받고 재활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정찬헌의 뜻을 존중했고, 정찬헌도 구단의 뜻을 받아들여 허리를 관리하면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쯤 되면 성적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1군 3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9.82, 2군 9경기서 1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4.59. 정찬헌에겐 어쩌면 마운드에 오르는 것 자체가 기적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FA 2년 계약의 막바지가 다가왔다. 키움 사람들은 그런 정찬헌을 묵묵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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