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압도적 증거에 따르면, 마두로 대선 패배”
미국도 사실상 인정…마두로 갈수록 궁지 몰려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인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두고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의 패배”를 거듭 공언했다. 베네수엘라 야권이 이를 뒷받침하는 자체 개표 결과를 내놓고 중남미 국가들마저 마두로 정권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미국까지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압도적인 증거를 고려하면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민주야권연합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베네수엘라 정당들은 현지 선거법과 시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이 언급한 ‘압도적 증거’는 전날 민주야권연합 측이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압승을 확인할 수 있다”며 온라인에 공개한 자체 개표 결과를 뜻한다. 개표 수치를 보면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717만여표(67%)를 얻어 마두로 대통령(325만표·30%)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두로 대통령의 3선 당선을 공식화한 선거관리위원회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료다.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 힘이 실리는 셈이다. 야권은 대선 당일 설치된 전체 투표함 3만26개 중 2만4576개를 대상으로 전산화한 자료 중 81.85%를 추출해 수치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마두로 정권이 승복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전국 투표소 80% 이상에서 투표 영수증을 직접 모았다고 설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개표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야권과 시민들 요구에 “대선 당일 개표 과정에서 선관위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대법원에 감사를 요청했지만 시민들 사이에선 비판적 여론이 우세하다. 현지 매체 엘디아리오는 “디지털화된 투표 정보를 바로 전달받는 선관위가 개표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마두로 대통령이 진짜 승리했다면 누구보다 개표 결과를 밝히는 데 큰 관심을 보였을 것” 등 전문가들 의견을 전했다.
그동안 베네수엘라에 상대적으로 우호적 입장을 유지해온 중남미 국가들도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는 데 가세하고 있다. 멕시코와 브라질, 콜롬비아 3개국은 공동 성명을 내고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 과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결과에 대한 공정한 검증을 거쳐 국민 주권의 기본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국가는 그러면서 베네수엘라 선거 당국에 신속한 개표와 투표소별 개표 결과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베네수엘라에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격화한 시위가 계속되면서 마두로 정권을 피하고자 이민을 택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코리나 마차도는 WSJ에 “생명과 자유를 두려워하며 숨어있다”면서도 지지자들에게 이번 주말 대규모 시위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마두로 정부가 강경 진압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서 대규모 유혈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우려된다. 현지 인권단체 포로 페날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시위 과정에서 여태 11명이 숨졌고 711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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