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위험 낮추려면 고지혈증·시력손상부터 치료해라
”14가지 위험 요소 제거하면 치매 절반 예방”
시력 상실과 고지혈증이 치매를 유발하는 위험 요인으로 밝혀졌다. 이런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성질환이나 몸에 나쁜 생활 습관을 고치면 치매 발병이 절반 정도 줄어들면 전 세계에서 수백조원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의 치매 예방·개입·치료위원회는 지난 31일(현지 시각)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회의(AAIC 2024)에서 전 세계 치매 발병을 절반 가까이 예방할 수 있는 14가지 방법을 정리해 발표했다. 이 내용은 이날 랜싯에도 실렸다.
앞서 2020년 랜싯 위원회는 치매 환자의 40%가 12가지 위험 요인과 관련 있다고 발표했다. 뇌 외상이나 청각 장애, 고혈압, 당뇨병, 비만, 우울증 같은 질환과 함께 운동 부족, 음주, 흡연 같은 생활 습관, 대기 오염, 사회적 고립, 낮은 교육 수준 같은 사회환경 요인도 모두 포함됐다.
올해 위원회는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저밀도(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고지혈증이 있거나 노년기에 시력 상실이 치료되지 않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치매 위험 요인이 14가지로 늘어난 것이다. 고지혈증과 시력 상실에 대해 각각 고령자 120만명, 620만명을 추적한 연구 31건을 분석한 결과다. 위원회는 치매는 주로 유전이나 연령에 영향을 받지만, 이런 위험 요인 14가지를 제거하면 치매를 약 45% 예방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전체 치매 발병 사례의 7%는 저밀도 콜레스테롤가 원인이었다.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액 1L(리터)당 1mmol(밀리몰, 용액에 녹은 용질의 수를 의미하는 단위) 증가할 때마다 치매 빈도가 8% 증가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혈액 1L당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3mmol 이상이면 치매 위험이 33% 증가했다. 콜레스테롤은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축적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청각 장애도 저밀도 콜레스테롤와 마찬가지로 치매 사례의 7%를 차지했다. 뒤이어 어린 시절의 낮은 교육 수준과 노년기 사회적 고립은 각각 5%를 차지했다.
이번에 위험 요인으로 추가된 시력 상실은 치매의 2%를 유발한다고 나타났다. 실제 시력 상실이 나타나고 14.5년 뒤에 치매를 앓을 가능성은 대조군 대비 47% 더 높았다. 연구진은 대부분 백내장이나 당뇨병 합병증으로 시력 상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시력이 떨어지면 인지 자극도 줄어 치매 회복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비만과 과도한 음주는 각각 1%로 확인됐다.
치매 전문가 27명이 참가한 위원회는 치매 환자를 줄이기 위해 위험 요인부터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 리빙스턴 영국 런던대 교수는 “이번 보고서는 치매 위험을 줄이고 사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행동하기에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었다는 건 없으며, 인생의 어느 단계든 영향을 미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전 세계 치매 환자 수는 2019년 5700만명에서 2050년 1억 5300만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치매와 관련된 전 세계 건강, 사회적 비용은 매년 1조달러(약 1375조원)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랜싯 건강 장수(The Lancet Healthy Longevity)’에 영국에서 치매 위험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할 경우, 40억파운드(약 7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별도 연구 결과를 31일 공개했다.
위원회는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일부 고소득 국가에서 치매를 앓는 고령자 비율이 감소했다”며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사람들은 평생 인지적, 신체적 회복력을 기르고 의료와 생활 방식을 바꿔 혈관 손상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험 요인 제거 혜택이 더 클 수 있는 중저소득 국가와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집단을 대상으로 치매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 자료
The Lancet(2024), DOI: https://doi.org/10.1016/S0140-6736(24)01296-0
The Lancet Healthy Longevity(2024), DOI: https://doi.org/10.1016/S2666-7568(24)0011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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