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강승규 "솔직히 불만 있다"…한동훈, 김상훈 내정에 갈등 '불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정책위의장으로 김상훈(4선, 대구 서구) 의원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정점식 전 의장 사퇴 하루만이다. 정책위의장 교체가 이뤄지며 한 대표가 당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이지만, 친윤계의 불만도 여전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민의힘은 2일 오전 공지를 통해 김 신임 정책위의장 인선 사실을 발표하며 "향후 당헌당규에 따라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임명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헌 68조는 "정책위원회 의장은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 임명한다"고 정하고 있다. 의총 추인 요건은 재적 과반수 출석에 과반 찬성이다.
김 내정자는 이날 바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민생 우선'과 '탈(脫)계파'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특히 탈계파를 내세운 것은 여전히 친윤계 의원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총회 추인을 앞두고 있다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른바 '윤-한 갈등'의 소재가 돼온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문제에 대해서도 △진행 중인 공수처 수사 종료 후 △당내 의원들 의견 수렴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간담회에서 특검법 문제와 관련 "채상병 특검법의 전제는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완결되고 나서 수사가 미진할 때에 실행하는 것"이라며 "그 부분은 좀 상황 판단을 다시 한 번 해봐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내 의원들 의견을 조금 더 들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계파 문제에 대해 김 내정자는 "저는 계파 프레임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며 "최고위 석상에서 '4대5', '5대4' 그렇게 (표 대결이) 불거질 일이 사실은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집권 여당이기 때문에 한목소리를 내고 같이가는 최고위원회의가 될 거라고 본다"며 "거기에 무슨 계파 프레임이 작동한다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정관계 부분에 대해서도 "집권 여당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성공으로 가는 로드맵에 힘을 보태야 된다"며 "국회에서의 입법 과정도 정부 측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보고, 가능하면 정부 측의 의견을 최대한 사전 협의·조율·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내정자는 특히 사퇴한 정점식 전 의장을 "본회의장에서 잠깐 뵈었다"면서 "(정 전 의장이) '제안을 받았냐'고 물음을 주셔서 '고민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정책위의장을 좀 맡아주는 게 좋겠다'고 그렇게 말씀을 주셨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그간에 정 전 의장께서 원활한 당정관계의 초석을 닦으시느라고 굉장히 수고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 바통을 이어받아서 당면 민생 현안 처리에 매진하겠다"고 간담회 첫머리에서 밝히기도 했다.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로부터 별다른 당부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여야의 합의 안건 처리가 거의 되지 않고 있어서, 가능하면 서로 양당이 협의할 수 있는 민생법안 처리나 민생 에서 국민들께서 불편해하시는 점을 찾아서 국회에서 해결할 수 있는 행보를 주문하셨다"고 전했다.
친윤-친한 갈등, 일단 봉합?…강승규 "정점식 사퇴 불만"
김 내정자 지명이 이뤄지면서 7.23 전당대회 이후 지도부 구성을 놓고 당내 친윤(親윤석열)계와 친한(親한동훈)계 간의 신경전 국면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내정자에 대해 "아주 합리적이고 정책분야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분으로 가장 적임자가 아닌가"라며 "개인적으로 보면 아주 훌륭한 분이다. 잘 선정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책위의장 인선 관련 계파 갈등설에 대해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었고, 다만 그 밑바닥에 '아무래도 정책위의장이 혼자 자기 판단으로 저렇게 버티겠느냐' 이런 것이 있었는데 추측에 불과했다"며 "어쨌든 자연스럽게 해소가 됐지 않느냐. 그러니까 더 이상 무슨 갈등 소지가 지금 당장 벌어질 일은 없다"고 했다.
지명직 최고위원 물망에 오르고 있는 친한계 김종혁 전 사무부총장도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아주 심각한 상처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무난히 잘 해결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각자 서로 인내한 부분이 있다. 정 전 의장이 대놓고 '나는 계속하겠다'고 본인 입으로 얘기한 사실은 없고, 한 대표도 '당신 당장 물러나라'면서 후임을 임명하지는 않았다. 우회적 방법으로 갈등을 조정한 결과"라고 했다.
"한 대표가 63%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이 됐지만 거기에 반대하는 분들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처음 당직 인선을 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로의 체면이나 퇴로를 만들어주면서 인선을 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김 전 부총장은 "당헌당규에 보면 당 대표는 모든 당직자에 대한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고 돼있고, 이전 관례를 봐도 2021년부터 지금까지 3년 사이에 정책위의장이 여섯 번째다. 무슨 임기가 있다는 것은 맞지 않다", "정점식 의장이 본인의 의지로 그 자리가 좋은 자리여서 끝까지 버텨야겠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한동훈 대표를 반대하는 친윤그룹이라는 분들이 '우리가 이 자리까지 나가서 5대4가 되도록 하면 안 되지 않느냐. 우리가 지키고 있어야 되지 않느냐' 이런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었나 추정할 뿐"이라고 불편함을 다 삭이지 못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다만 친윤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인 강승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새로운 지도부에서 일괄사퇴 요구를 하지 않았나"라며 "그런 이유로 정책위의장이 사퇴해야 되는 시점인지 의원들 사이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 결국은 사퇴로 귀결됐지만 저 같은 경우는 솔직히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정책위의장(이라는 자리)의 성격과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정점식 의원의 캐릭터 등을 볼 때, 정책위의장이 대표가 바뀌었다고 바로 바뀌어야 되는 그런 자리는 아니다"라며 "임기 1년의 정책위의장을 바꿔야 새로운 지도부의 리더십이 나오는 건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의원들이 다수 있었다"고 했다.
강 의원은 "정점식 의장이 계파색이 아주 짙은 정치인도 아니지 않나"라며 "이렇게 원심력이 강하게 드러나는, 정 의장까지 사퇴압박을 이렇게 해야 되는지 그런 아쉬움이 남아있다"고 했다.
강 의원은 특히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왔던 '채상병 제3자 특검법' 등 지금 야당과의 싸움에 있어서 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대표의 리더십 리스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 부분들이 정 의장 사퇴와 관련해서 내부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소속 12명의 광역단체장이 모인 시도지사 협의회 회장을 맡아, 협의회의 최고위 참석 정례화를 요구하고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당 대표인 한동훈 대표 체제가 중심이 될 수밖에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앞으로 어떻게 대안을 제시하고 잘 화합하면서 가느냐, 그건 결국은 한 대표의 리더십과 관련된다"고 언급했다.
유 시장은 제3자 특검법 문제에 대해 "한 대표께서 대표가 되기 전에 전당대회 후보로서 얘기한 부분과, 지금 당 대표가 됐을 때하고는 일단 위치에서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왜냐하면 특검은 결국 국회 의결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되는데 그러면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의 의견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느냐. 그런데 지금까지 국민의힘에서는 특검 반대 입장이기 때문에 대표가 이것을 자기 생각을 갖고 무리하게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한 대표가 제시한 제3자 특검법안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한테 얼마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라며 이 역시 "한 대표의 리더십과 관련돼 있다"고 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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