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고 ‘폐기물 경험’도 있는 케펠, 왜 거캐피탈 손 잡나…에코비트 본입찰 일주일 앞으로
둘 다 고가에 사면 매각 시 부담
태영그룹 산하 폐기물 처리 업체 에코비트의 매각 본입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싱가포르계 운용사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이하 케펠)와 홍콩계 거캐피탈파트너스가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캐피탈 다른 원매자들과 합종연횡하기 위해 최근까지도 설득을 계속해왔는데, 결국 케펠의 손을 잡는 방안이 유력해진 것이다.
케펠이 거캐피탈의 손을 잡은 데 대해 시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케펠은 앞서 폐기물 소각 업체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EMK)를 지나치게 비싼 값에 인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매립 업체인 에코비트를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에코비트 역시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케펠 입장에선 자칫하면 폐기물 대어 두 곳을 고점에 인수하는 리스크를 안고 갈 수도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비트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케펠과 거캐피탈이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 중인 티와이홀딩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칼라일, 거캐피탈, 케펠, IMM인베스트먼트-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컨소시엄 등 네 곳을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하고 본입찰 일정을 통보한 바 있다. 본입찰은 이달 9일로 예정돼있다.
업계에 따르면 거캐피탈은 그동안 칼라일, 케펠과 접촉해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데다 조현찬 거캐피탈 한국 대표의 ‘친정’이기도 한 IMM 쪽에는 찾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케펠은 거캐피탈과 마찬가지로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 중이라는 설이 있었던 만큼, 두 후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거캐피탈은 운용자산(AUM)이 약 50조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동산에 주로 투자해왔으며 폐기물 등 인프라 쪽에는 예산을 별로 배정해 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트윈시티 남산, 덕수궁 디팰리스 등 부동산 외에 이렇다 할 투자 이력이 없었다는 점도 거캐피탈의 경쟁력에 의문을 품게 한 요인이다.
반면 케펠의 경우 AUM이 88억달러(약 12조원)로 작지 않으며 이미 국내 폐기물 업체를 인수해 운영 중인 만큼, 업계 일각에서는 ‘강자’로 평가 받은 바 있다. 케펠의 주력 사업 분야가 인프라라는 점도 이번 인수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럼에도 케펠이 거캐피탈의 손을 잡고자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케펠은 앞서 지난 2022년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폐기물 소각 전문 업체 EMK를 7700억원에 인수했는데, 고점에 무리하게 샀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폐기물 소각 시장은 점진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열분해유 등 재활용 기술이 발달해 소각 물량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체 등이 중간에 끼어들어 물량을 채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렇게 소각 물량이 줄어드니 폐기물 소각 단가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 폐기물의 질이 낮아져 재가 많이 나와 재 처리 비용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케펠은 폐기물 매립 업체인 에코비트를 인수해 시너지를 내야 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마침 거캐피탈의 조현찬 대표도 올해 4월 선임돼 뭔가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두 회사의 니즈가 서로 맞아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IB 업계에서는 케펠이 이번에 에코비트마저 비싼 값에 산다면 향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추진할 시 수익률 관리가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고 본다. 에코비트 역시 매각 측이 원하는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에코비트의 경우 매립지로서의 가치에 비해 몸값이 2배 정도 뻥튀기 돼있다”고 말했다.
폐기물 매립의 경우 매립지 용량에 한계가 있는 사업인데, 에코비트의 매립 잔존용량은 전체의 20%인 350만㎥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국내 최대 단일 매립 업체인 제이엔텍의 잔존용량보다도 작은 수준이다. 제이엔텍은 최근 어펄마캐피탈-더함파트너스에 5100억원(전체 기업가치 기준)에 매각됐는데, 에코비트의 경우 매각 측이 3조원대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매자들은 2조원대가 적정하다고 보는 상황이다.
에코비트는 이 같은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원매자들에게 “폐기물 매립지를 추가 인수하기 위해 열댓 곳에 보증금을 넣어놓고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서너 곳만 확보해도 사업 규모를 계속 키울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에코비트가 말하는 보증금은 관행적으로 5억원 씩 뿌려놓는, 무산될 시 돌려 받을 수 있는 돈”이라며 “그런 보증금을 여기 저기 넣어둔 것을 갖고 매립 용량이 의미 있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어폐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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