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죽느니 화성으로 가자"는 머스크의 말에 혹해선 안 되는 과학적 이유들

권영은 2024. 8. 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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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아메데오 발비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머스크 '화성 식민지화'에 대한 과학자의 유감 
"화성 테라포밍보다 지구온난화 해결 더 쉽다"
1968년 달 탐사선 아폴로 8호에 탑승한 윌리엄 앤더스가 달 궤도를 돌던 중 직접 찍은 지구의 모습이다. 훗날 '지구돋이'로 명명됐다. 앤더스는 "우리는 달을 탐험하기 위해 이 모든 길을 헤쳐왔지만, 우리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건 지구였다"고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제공

미국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거느린 일론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화 계획은 실현 가능할까. 100년 안에 화성을 지구의 식민지로 만들어 100만 명이 자급자족하며 살게 하겠다는 게 머스크의 구상이다.

한 과학자가 응답했다. 안 될 거라고. 이탈리아 천체물리학자 아메데오 발비는 책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에서 머스크의 장밋빛 시나리오가 갖는 과학적·기술적·윤리적 문제들을 조목조목 톺아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화성은 지구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 세상에는 "기술의 진보로도 절대 넘을 수 없는 '물리의 한계'가 존재"한다.


"화성까지 5,500만㎞,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머스크 추종자들에게 화성은 '흥미로운 모험의 땅'이나 미국 개척시대의 현대판 '거친 서부'쯤으로 여겨진다. 머스크와 민간 우주 기업들의 잇단 등장 이후 지구인의 화성 이주는 구체적 실현 가능성을 띤 것처럼 보였다.

발비는 현실적 문제들을 따져본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거리는 약 5,500만 ㎞. 지구와 달 사이 거리보다 140배 이상 멀다. 제아무리 빠른 우주선을 만들더라도 물리학 기본인 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빛의 속도로는 갈 수 없다.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우주 공간의 매질과의 마찰로 우주선은 금세 녹아내릴 것이다. 2년 2개월마다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워지는 회합주기에 우주선을 보내도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비행 환경도 상상 이상으로 험하다. 과거 이 경로에서 임무를 수행했던 무인 탐사선에서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지구인이 지구 표면에서 매년 받는 양보다 100배 이상 많았다. 지구와의 실시간 통신도 끊긴다. 돌발 사태가 발생해도 지구의 기술진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우주선이 고속으로 가속하기에 비행 경로를 수정하기도 어렵다. 달로 향하던 중 사고가 났음에도 지구로 무사귀환한 아폴로 13호 같은 일은 기대할 수 없다.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아메데오 발비 지음·장윤주 옮김·북인어박스 발행·260쪽·1만7,500원

"지구의 남극도 그곳에서는 천국이 된다"

화성에 도착했다고 끝이 아니다. 기온이 최하 섭씨 영하 150도인 혹독한 날씨와 숨 쉬기 어려운 이산화탄소 95%의 대기에서 인간은 생존할 수 있을까. 지구의 약 3분의 1인 중력과 고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건강상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종족 보존을 위한 임신·출산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화성에 물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액체로 만들려면 추출과 증류 등 기계적 장치가 필요하고 여기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화성의 토양에서는 경작이 불가능한 탓에 수경재배 방식으로 식량을 얻어야 하는데 앞서 말한 대로 물이 희박하고 일조량도 부족하다. 지구에서 조달한 식량 공급 없이는 화성에서 생명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발비는 "화성에 머물기 위해서는 야외활동을 최소화하고, 대부분 시간을 지하처럼 외부 환경과 격리된 인공 공간에서 보내야 한다"고 했다.

머스크는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 원자폭탄을 터뜨려 화성 극지의 얼음을 녹이는 '테라포밍'을 하자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 비축량보다 많은 핵무기가 필요하다. 더구나 화성 내 방사능 문제를 악화시켜 인간이 더욱 살 수 없는 환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화성의 기후와 환경을 지구처럼 만드는 것은 공상과학(SF)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발비는 잘라 말한다. 그는 머스크를 비롯한 우주개발론자들이 사람들의 꿈을 이용해 경제적 이윤을 추구한다고 비판한다.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달과 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한 유인 우주선이자 우주발사체인 스타십이 지난 6월 6일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스타베이스 기지에서 네 번째 시험 비행을 위해 발사되고 있다. 보카치카=AP 뉴시스

지구를 떠나야 살 수 있다? "지구온난화부터 좀…"

더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위험하고 긴 여행을 감수한 후 목숨이 담보되지 않는 인공 정착지에서 남은 일생을 보내기" 위해 굳이 화성으로 이주해야 하느냐는 것. 인간은 (화성에 비하면 천국이나 마찬가지인) 남극이나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정착하거나 해저도시를 건설하지 않는다. 그건 실제로 가능한데도 말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살 가치가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남은 수명은 약 75억 년. 지구 종말에 대비해 인간도 '우주 다행성 종'이 돼야 한다는 주장에 발비는 인간의 시간 개념으로 보면 멸종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맞선다. 오히려 지금은 '자멸'을 걱정해야 할 때다. 발비는 "적어도 단기적으로 지구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훨씬 간단하다"며 "지구온난화를 제어하는 게 화성의 기후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쉽다"고 꼬집었다. 다행성 종이 되기를 원한다면 생존부터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발비는 우주 탐사는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곳에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모르는 사실들, 이를테면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고, 우주에 퍼져 있는 생명 분포가 어떠한지, 지구를 더 생명이 살기 좋은 행성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인간이 화성을 좀 더 가까이에서 연구할 이유는 이것뿐이어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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