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강하게 울린 큐텐 미정산 '경고음'…구영배의 방심, 결국 '파국'으로

이혜원 기자 2024. 8. 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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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정산 지연 사태 작년부터 시작돼…계열사 티몬·위메프서도 지난달 사태 확산
뉴시스, 작년 10월부터 큐텐 문제점 지적…구영배 "당시 심각하게 못봐" 오판 인정
2023년 10월 6일자 뉴시스 보도 사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결국 '총책임자' 구영배 큐텐 대표와 법인 대한 검찰 수사로 귀결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1년 전부터 이어져온 경고를 무시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른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발생 후 구영배 대표가 두 번째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서울 서초구 자택 앞이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협조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구 대표 등에 1조원 규모의 사기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는 지난달 촉발됐지만, 모회사 큐텐 역시 오래 전부터 판매자들에 대한 정산 지연 문제를 겪고 있었다.

앞서 뉴시스는 지난해 10월 초부터 해외직구 플랫폼 큐텐(Qoo10)이 오픈마켓 판매 물건에 대한 대금 정산을 수개월째 지연해 셀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며 강한 경고음을 울렸다.

(뉴시스 2023년 10월 6일자 "구영배 대표 믿었는데 장사 접어야 할 판" 큐텐, 소상공인 셀러 정산금 지연 논란 기사 참조)

당시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큐텐은 기존 일주일마다 진행하던 정산을 지난 5월부터 한 달에 1번 정산으로 변경했다.

고객이 상품을 수령하면 그 다음 달 15일에 정산이 완료되고 셀러가 정산 금액 출금을 신청하면 그주 금요일에 정산금이 지급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 고객이 상품을 주문한 후 대략 한 달 반 후 정산금을 지급받는 셈이다.

그러나 정산 일 변경 이후, 수개월째 정산을 못받는 판매자들이 속출했다.

온라인 쇼핑몰 셀러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서는 "큐텐에 출금 신청한 돈이 한 달이 넘도록 들어오지 않는다", "3개월치 판매 대금 정산이 밀려있다", "큐텐에 문의해도 기다려달라는 똑같은 답변만 몇 번째 반복하고 있어 답답하다" 등 정산금 지연에 대한 불만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더욱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큐텐은 이메일로만 연락하도록 소통 창구를 제한해 셀러들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당시 정산 지연 이슈와 관련해 큐텐그룹 측은 "입장 확인이 어렵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검찰 관계자들과 함께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4.08.01. kmn@newsis.com


구 대표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하지 못했던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구 대표는 전날 진행된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작년부터 큐텐 셀러들을 중심으로 미정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큐텐에서 1년 전부터 미정산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 대표는 "아주 크리티컬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셀러의 컴플레인이 있었고 사과 해야 하는 문제지만 풀어낼 수 있는 문제였다"고 항변했다.

이어 "중국에 이래저래 묶여있는 자산을 감안해도 활용할 수 있는 게 400억~500억원이었다"며 "일시적이지만 풀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서 심각하게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이같은 안일한 상황 인식이 결국 사태를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무형의 플랫폼에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들에게 정산은 서로 간의 신뢰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아무리 소규모라도 신뢰를 저버리는 정산 지연을 '크리티컬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생각한 인식 자체가 문제를 키웠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물류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거래액 덩치 만을 키우는데만 혈안이 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액이 곧 회사 가치를 나타내는 이커머스 특성 상 무리해서 부풀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티몬·위메프 등은 큐텐 인수 이후 거래액이 성장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수차례에 걸쳐 배포하기도 했다.

한편 티몬·위메프에 입점해 사업을 하다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업체 대표와 환불이 지연된 소비자들은 구 대표 등을 고소·고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구 대표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1조원대 사기 혐의를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 인수 대금으로 사용된 400억원에 대해서도 횡령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티몬·위메프 사태' 긴급 현안질의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티메프 사태 관련 1조3000억원 이상의 피해액이 예상된다"는 질문에 대해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1조원 이상의 건전성·유동성 이슈가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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