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에서 쏜 미사일 맞고 두 아들과 함께 즉사…지도자 되려면 죽음 각오해야 하는 테러단체 [필동정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아 갔다가 암살되자 이스라엘과 앙숙인 이란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복수는 의무”라고 선동하면서 중동 국가들과 연대해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자와 그 가족을 상대로 습격을 가한 것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새 이란 대통령 취임 축하 방문이 확실한 하니예 동선을 파악해 그의 거처를 폭격해버린 이스라엘 당국의 과단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벌인 납치·살해 사건에 대한 이스라엘군 보복 공격으로 이미 하니예의 자식과 손자 10여명이 죽었다. 현지 매체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지난 10개월 간 60여 명의 하니예 친인척이 살해됐다고 전했다. 하니예가 카타르와 이란, 튀르키예 등 주로 해외에 머물러온 것도 오래 전부터 자신을 향한 공격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한달 뒤에는 야신에 이어 하마스 최고지도자가 된 압델 아지즈 란티시 역시 비슷한 헬기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같은해 11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과 자치정부 수반을 지낸 야세르 아라파트가 프랑스 파리 군병원에서 온갖 치료를 받고 편안히(?) 사망한 것과 대비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온건한 투쟁을 하는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대립해왔다.
란티시에 이어 하마스를 이끈 칼리드 마수알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암살 기도를 두려워했다. 하마스 공동 창립자인 마수알은 이미 1997년 요르단에서 모사드 요원으로부터 귀 부근에 독극물 주사 테러를 당했다. 그는 혼수 상태가 돼서 병원에 이송됐고 죽기 직전까지 갔다. 후세인 요르단 국왕은 마수알이 죽으면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정은 무효라며 해독제를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까지 중재에 나서 이스라엘이 수긍한 덕분에 그는 겨우 살아났다.
하마스는 2006년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 처음 나와 승리하면서 합법적인 정계 진출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하마스와 지도자들 위상도 달라졌다. 이스라엘도 예전처럼 함부로 하마스 인사를 상대로 테러를 하는데 부담을 느끼게 됐다. 미국과 유럽이 여전히 하마스를 테러집단으로 보고 상대하지 않는 와중에 하마스를 받아준 것이 러시아였다. 2006년 총선 승리 직후 마수알은 모스크바를 찾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서방은 테러집단 수괴와의 회동을 비난했지만 푸틴은 마수알을 환대하며 하마스 위상을 높여줬다. 방북한 푸틴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그의 뒷배가 되어준 것과 비슷하다.
이들 최고지도자 외에도 하마스 내 수많은 고위급 인사들이 이스라엘의 비밀 공격에 죽어갔다. 하마스 최대 병력인 알카삼 여단 사령관 등 50명은 족히 된다. 이란 시리아 레바논 등 반이스라엘 국가까지 합치면 살해된 주요 인사는 수백명이 넘는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요지부동이다. 상대방의 보복 공격이 시원찮은 면도 있지만 하마스는 없애야 할 테러집단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 자신들한테 피해를 준 인물은 끝까지 찾아가 응징한다는 목표 의식도 탁월하다. 한 이스라엘 의원은 “하마스 테러범을 살해하는 것은 유대교적 선행”이라고 했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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