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염색체’로 여성부 경기 나선 복서들…IOC “해당 선수에 쏟아지는 비난 안타까워” [파리 2024]

이마네 칼리프. 사진 | 파리=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XY염색체’를 가진 선수가 ‘XX염색체’를 가진 선수와 싸우는 게 맞는 것일까.

지난 1일(한국시간)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 경기는 논란 속에 치러졌다. 바로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의 성별 논란 때문이다.

여자 복싱 선수로 출전한 칼리프는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염색체인 ‘XY 염색체’를 가졌다. 트렌스 젠더인 그는 이 때문에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판단은 달랐다. IOC는 2일 성명을 통해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며 “이번 대회는 직전 대회와 동일하게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여권상 ‘여성’인 칼리프는 파리 올림픽 복싱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트렌스젠더 선수 이마네 칼리프가 지난 1일 복싱 여자 66kg 경기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 | 파리=EPA연합뉴스

성별 논란 속에 치른 에서 ‘XX 염색체’ 선수가 ‘XY 염색체’ 선수와 대결해 경기 시작 46초 만에 기권패 했다. 안젤라 카리니(25·이탈리아)는 지난 1일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16강전에서 이마네 칼리프에게 1분도 안 돼서 판정패했다.

경기 시작 직후 칼리프의 주먹에 얼굴을 가격당한 카리니는 30초 만에 이탈리아의 코너로 돌아가 헤드기어를 고쳤다. 그러나 곧바로 눈물을 흘리며 기권을 선언하고 링을 떠났다.

카리니는 눈물을 흘리며 “조국을 위해 항상 충성을 다했다. 이번에는 더는 싸울 수 없었기 때문에 경기를 포기했다. 코에 강한 통증을 느껴서 더 뛸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가족부 장관은 자국 선수의 경기 상대가 칼리프로 정해지자 “불공정하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경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체육부 장관도 “국제대회에서 호르몬 수치에 관한 기준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논란에는 해리포터의 작가 로앤 롤링도 가세했다. 롤링은 지난달 30일 ‘엑스(X·구 트위터)’에서 “이 미친 짓을 끝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여성 복서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부상을 당하는 것인가? 여성 복서가 죽는 것인가?”라며 격정적인 글을 올렸다.

한편, 여자 복싱에는 이마네 칼리프 말고 린위팅(28·대만)도 XY 염색체를 가진 채 출전한다. IOC는 이에 대해 “두 선수의 출전은 문제가 없다. 오히려 두 선수를 향하는 비난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