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찌는 무더위에 제주 종량제 쓰레기 수거차량 발 묶여
"피서철 유동 인구 많아져 벌어지는 듯…분리배출 홍보 강화"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1일 밤 8시 30분, 제주시 연동 한 '클린하우스'에 일반 쓰레기를 가득 담은 종량제 봉투들이 마구 쌓여 있었다.
많은 쓰레기로 미관을 해칠뿐더러 푹푹 찌는 무더위에 냄새도 심했다.
제주시 이도이동의 한 클린하우스 역시 2일 새벽 아직 치우지 못한 종량제봉투가 가득했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 등에서는 최근 안내 방송을 통해 "현재 쓰레기처리장 사정으로 일반 쓰레기 수거가 지연되고 있다. 쓰레기 배출을 나중에 해달라"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클린하우스'는 제주에서 시행하는 생활쓰레기 정책으로, 태울 수 있는 일반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모아 두는 곳이다. 요일별로 플라스틱, 캔, 종이류 등을 분리·배출하도록 배출 박스들이 동네 곳곳에 놓여있다.
그런데 이곳으로 모인 일반 쓰레기를 제때 수거해야 할 차량들은 정작 발이 묶여 있다.
2일 오전 8시께, 종량제 쓰레기를 소각해 최종 처리하는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이하 환경센터) 근처에는 종량제 쓰레기를 가득 실은 수거 차량 20여대가 멈춰 서 있었다.
평소 수거 차량이 싣고 온 일반 쓰레기를 센터의 소각로 앞에 내리고 다시 수거하러 각 지역 담당 클린하우스로 달려갔지만 이날은 소각 개시 한 시간이 지나도록 소각로로 이동한 수거 차량은 일부뿐이었다.
수거 차량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이처럼 소각로에 쓰레기를 제시간에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내 곳곳 클린하우스에는 치우지 못한 일반 쓰레기들이 쌓이고 있다.
환경센터 인근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협의체 감시단이 재활용, 불연성, 음식물 쓰레기 등의 불법적인 쓰레기들이 종량제 봉투에 담긴 채 일반 쓰레기와 섞여 소각로로 반입되고 있다면서 소각로로 최종 반입하기 전 불법 쓰레기가 없는지 검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소각로 앞에서 종량제 봉투를 일일이 풀어헤치고 불법 쓰레기 반입 여부를 확인하는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실제로 분류작업에서는 일반 쓰레기에 섞여 있는 재활용품, 음식물 쓰레기 혼합, 플라스틱, 철제 등이 많이 나왔다.
평소 15분에 수거 차량 1대꼴로 소각로에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 작업을 하면서 병목 현상이 발생해 심한 경우 한 시간에 2∼3대밖에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한 수거 차량이 환경센터로 싣고 온 종량제 봉투들에 불법 쓰레기가 너무 많이 섞여 있어 관련 지침에 따라 소각로에 쓰레기를 투입하지 못하고 그대로 실은 채 다시 돌아가는 일도 발생했다.
수거차량에 타고 온 환경미화원 A씨는 "종량제 봉투에 담을 수 없는 쓰레기가 얼마나 섞여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언제 처리작업을 끝내고 수거를 위해 다시 클린하우스로 이동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쓰레기 처리가 늦어지자 주민협의체 감시단은 일단 맨눈으로 불법 쓰레기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반입된 종량제 쓰레기를 바로 태울 수 있도록 다소 유연성을 발휘하면서 다행히 수거 차량이 장시간 대기하는 상황은 조금씩 풀리는 추세다.
제주도 관계자는 "주민협의체의 주장대로 플라스틱 등 불법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소각로에 반입할 수 없다"면서도 "환경미화원이 일반 쓰레기를 수거 차량에 실을 때마다 시간을 들여 일일이 종량제 봉투를 뜯어 분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피서철을 맞아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해 잘 모르는 관광객 등 유동 인구가 증가하면서 분리배출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것 같다"며 "행정당국이 불법 쓰레기를 잘 분리하고 종량제 봉투에는 일반 쓰레기만 넣도록 주민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조사에서는 2020년 기준 숙박업 등에서 발생하는 관광산업 폐기물이 연간 약 6만6천670t가량으로 연간 도내 생활폐기물(48만3천274t)의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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