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에 예의 지킨 중국 천재, 올림픽金 따도 겸손 [Paris Now]

강대호 MK스포츠 기자(dogma01@maekyung.com) 2024. 8. 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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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파리올림픽 ◆

황선우(대한민국)는 2021년 제32회 일본 도쿄하계올림픽 남자수영 자유형 100m 준결선 47초56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판잔러(중국)는 2022년 제16회 국제수영연맹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5초77의 아시아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등 종합경기대회 경영 종목은 롱코스(50m)에서 열린다. 판잔러가 쇼트코스, 황선우가 롱코스 자유형 100m 아시아 일인자가 될 때 둘은 18세였다.

중국은 2023년 9~10월 제19회 항저우 하계아시안게임을 개최했다. 판잔러는 그해 5월 아시안게임 테스트 이벤트를 겸하여 열린 전국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100m를 47초22로 우승하여 비공인 아시아 신기록에 빛났다.

판잔러가 제19회 항저우 하계아시안게임 테스트이벤트를 겸하여 열린 2023년 5월 전국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100m 비공인 아시아 최고 기록을 수립하며 황선우를 넘은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중국수영협회
1달 뒤 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 뉴스통신사 ‘중궈신원서’는 기획 콘텐츠 ‘중국의 새 인물’ 주인공으로 판잔러를 선택하여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대한 높은 기대를 드러냈다. 자연스럽게 황선우와 경쟁이 인터뷰에서 비중 있게 언급됐다.

2003년생 황선우가 2021년, 2004년생 판잔러가 2022년부터 아시아 수영 최정상급으로 치고 나온 것은 한국과 중국의 공통 화제였다. 그러나 판잔러는 “황선우한테 항저우가 얼마나 아름다운 도시인지를 보여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도발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중궈신원서’ 보도 시점 판잔러는 자유형 100m, 황선우는 200m에서 2022-23 세계랭킹 1위였다. 아시아 랭킹은 황선우가 100m 2위, 판잔러가 200m 2위. 라이벌 관계 그 자체였던 상황이다.

판잔러가 항저우아시안게임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전국선수권대회 자유형 100m에서 비공식 아시아 최고 기록을 세울 당시 전광판 화면. 사진=중국수영협회
물론 ‘(금메달은 내가 딸 테니) 너는 항저우의 멋진 풍경이나 감상하렴’이라는 뜻을 담았다는 추측도 있었지만, 판잔러는 “황선우와 경기를 통해 아시안게임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길 바란다”며 과정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진지한 각오만 추가로 밝혔을 뿐이다.

황선우는 2023년 6월 ‘중궈신원서’ 기획 인터뷰와 비슷한 시기 “귀여운 친구”라며 1살밖에 어리지 않은 판잔러를 대등한 맞수로 취급하지 않는 느낌을 줬다. 그러나 판잔러는 황선우한테 끝까지 선을 넘지 않았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수영 자유형 맞대결 결과는 세계랭킹처럼 판잔러가 100m, 황선우가 200m를 제패하는 것으로 끝났다. 200m 은메달리스트 판잔러는 시상식에서 금메달리스트 황선우를 추켜세우는 퍼포먼스로 챔피언한테 예의를 갖췄다.

판잔러(왼쪽)가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수영 자유형 200m 은메달 시상식에서 금메달리스트 황선우를 예우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판잔러는 ▲항저우아시안게임 ▲제21회 세계선수권 ▲제33회 프랑스 파리하계올림픽까지 312일 만에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을 달성하여 자유형 100m 월드 넘버원으로 급부상했다. 세계신기록(46초80, 46초40) 및 올림픽 최고 기록(46초92)을 잇달아 갈아치운 놀라운 상승세다.

개인 종목에서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일인자가 됐지만, 여전히 판잔러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세계 최고 기록으로 가장 권위 있는 스포츠대회 시상대 꼭대기를 차지한 것은 중국에 매우 좋은 성과”라면서 “이날만큼은 중국 수영을 깔보는 미국을 우리가 쓰러뜨렸다”고 말했다.

‘내 업적’이 아닌 “중국 수영이 이루어낸 결실”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수영이 최강인 것을 부인하진 않으면서도 “중국이 미국을 무너뜨린 하루”라며 혼자가 아닌 중국대표팀이 해냈다고 강조한다.

판잔러가 제33회 프랑스 파리하계올림픽 남자수영 자유형 100m를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자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지난해부터 판잔러는 18~19세의 나이에도 자랑하지 않고 남을 존중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있는 말과 행동을 이어왔다. 이미 월드베스트이지만, 더 성장하여 대한민국 수영을 완전히 짓누를지 모른다는 공포까지 느끼게 하는 성숙한 마음가짐이다.

이미 항저우아시안게임 자유형 단·중거리 종목은 ‘판잔러 vs 한국’이었다. 판잔러는 ▲50m 동메달 ▲100m 금메달 ▲200m 은메달 ▲400m 은메달, 한국은 △50m 지유찬 금메달 △100m 황선우 동메달 △200m 황선우 금메달 △400m 김우민 금메달로 맞섰다.

다음은 2026년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다. 대한민국 수영은 ‘압도적인 괴물로 진화할지 모르는 중국 천재’ 판잔러를 어떻게 감당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개최국 일본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판잔러가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 획득 및 세계 최고 기록 수립 현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제공
[강대호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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