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유럽연 "한국 연구자들, '호라이즌 유럽' 과제 많이 따도록 지원할 것"
"누군가의 호주머니에 955억 유로(약 142조원)가 들어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하는 것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돈을 가져올 기회를 얻은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올 지는 이제부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원유형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 기획조정본부장은 1일(현지시간) 영국 코벤트리 워릭대에서 열린 ‘한국·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4)’에서 "KIST 유럽연구소는 한국 과학기술의 유럽 전진기지가 되어 한국 연구자들이 최대한 연구비를 많이 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호라이즌 유럽은 유럽연합(EU)이 2021년부터 2027년까지 7년간 약 142조원을 지원하는 세계 최대 다자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이다. 한국은 지난 3월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 협상을 완료했다. 협정 체결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25년부터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이 된다.
호라이즌 유럽은 세부 분야(필러·Pillar)에 따라 운영된다. 한국은 글로벌 문제 해결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연구인 필러2에 한정해 준회원국으로 가입한다. 필러2 외에 필러1 인력양성 분야와 기초과학 연구개발(R&D), 필러 3 유럽 중소기업 역량강화로 구성된다. 유럽은 이중 필러2에 가장 많은 535억 유로를 투입한다.
한국은 호라이즌 유럽 필러2 가입 조건으로 분담금을 낸다. 정부는 협정이 아직 발효되지 않았다며 분담금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참가국 가운데 가장 적은 수준이 될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필라 2에 가입한 뉴질랜드는 약 1800만유로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과학계는 호라이즌 유럽 참여가 국제협력을 확대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수주할 수 있는 과제의 수에 제한이 없는 만큼 한국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된다. 많은 과제를 확보할수록 지식재산권(IP) 확보 등 더 큰 국가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원 본부장은 "한국 연구자들의 실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뛰어나다"며 "준회원국으로 참여한 뒤에는 상당 수준의 과제를 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이에 발맞춰 '더(THE·Towards Horizon Europe) 브릿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호라이즌 유럽에 지원하는 한국 연구자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지원서 작성은 물론 호라이즌 유럽의 연구 트렌드도 분석해 제공한다.
원 본부장은 "연구자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며 "호라이즌 유럽 과제 지원이 처음인 연구자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연구 파트너 수는 호라이즌 유럽 과제 선정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최소 5개, 보통 10개 이상의 기관이 컨소시엄을 꾸려 과제를 수주한다. 원 본부장은 "과제 선정률을 높이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과정에도 컨설팅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원 본부장은 KIST 유럽연구소가 이미 유럽에서 잔뼈가 굵은 한국 과학기술계 전진기지라고 강조했다. 1996년 설립돼 올해로 28년을 맞은 KIST 유럽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해외 소재 정부 출연연구소다.
이 기간 동안 유럽과 한국간 공동 R&D, 협력 촉진 플랫폼, 한국 산업을 위한 기술 협력 및 네트워킹 플랫폼 분석, 유럽의 과학기술 정책 분석 등의 역할을 맡아 왔다. 원 본부장은 "28년간 유럽에서 생존했다"며 "그간의 생존 노하우를 한국 연구자들이 호라이픈 유럽 과제를 따도록 하는데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한-EU 연구센터(KERC)와 '원팀'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KERC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한-EU 간 과학기술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2013년 발족한 기관이다. KERC가 한국과 EU 간 과학기술 협력의 전반을 관리하고 KIST 유럽연구소는 지원서 작성 등 협력의 세부적인 요소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코벤트리(영국)=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n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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