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 성골 출신 김영민 회장 영입한 이유는?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국내 최대 K-팝 기업인 하이브가 새로운 비전을 공개했다. 이른바 '하이브 2.0'이다. 하이브는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그들의 '과거'와 '미래'를 스스로 진단했다. 과거 하이브의 3대 사업영역이 '레이블', '솔루션', '플랫폼'이었다면, 미래 하이브의 사업은 '음악', '플랫폼', '테크기반 미래성장 사업'으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언뜻 봐서는 명확하게 구분된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3대영역의 기본 역시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2.0 전략을 밝히며 '음악'을 첫번째 키워드로 제시했다는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존 SM·YG·JYP 3대 가요기획사 체제를 깨며 등장한 하이브가 외형을 키우는 데 성공했지만 더 덩치를 원활하게 순환시킬 음악적 갈증은 더 커졌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하이브는 "음악 사업 영역에서는 본질인 콘텐츠 품질과 팬 경험을 더욱 향상하고, 한국·미국·일본·라틴 사업의 확장 및 지역간 시너지 창출을 더욱 가속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역시나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K-팝 시장을 지탱하는 근간인 팬덤을 한데 모으는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제시한 나라들의 면모를 보자. 한국은 당연히 그 출발선이고 미국, 일본은 현재 가장 큰 K-팝 시장이다. 그 다음으로 제시한 나라는 라틴이다. 이는 지난해 말 하이브가 라틴 음악 레이블을 인수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한 행보와 일치한다. 라틴은 가장 열정적인 팬덤이 모여 있는 남미 시장의 핵심 콘텐츠다. 남미 시장이 움직이면 북미 시장도 따라온다. 이는 이미 검증된 수순이다. 멕시코를 비롯해 남미 출신 인구는 북미 시장의 주요 노동자 계급이다. 그들이 평소 일터에서 듣는 음악은 북미와 유럽으로도 뻗어나간다. K-팝의 북미 시장 유행도 이런 단계를 밟았다. 이를 넘어 하이브는 라틴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플랫폼' 사업이다. 기존 3대 사업영역에서 세번째로 언급됐던 플랫폼을 미래 먹거리 중 2번째로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플랫폼 사업의 핵심축인 위버스는 일본과 미국을 대상으로 장르를 확대하고, 서비스 모델의 고도화를 통해 아티스트 활동을 활성화 해 팬들에게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이미 '엔터테인먼트 기업' 그 이상임을 공공연하게 외쳐왔다. 하이브 안에 속한 빅히트, 플레디스, 쏘스뮤직, 어도어 등은 각각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지만 이들을 한데 묶은 하이브는 플랫폼 기업이자 IT 기업을 지향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위버스'가 있다. 위버스는 팬덤이 모이는 일종의 광장이다. 그 안에서 스타를 만나고 상거래가 이뤄진다. 팬들이 일단 위버스 안으로 들어오게 한 후 그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실컷 놀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팬들에게 제공한다는 '더욱 풍부한 경험'이라 함은 이제 다양한 콘텐츠 영역으로 스펙트럼을 넓혀갈 가능성이 높다. 심심한 이들이 유튜브에 가서 유희를 즐기듯, 위버스는 그 역할을 대체하길 원하지 않을까?
마지막은 '테크기반 미래성장 사업'이다. "현재 인큐베이팅 중인 게임사업의 본격적 확장과 더불어 미래형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선행 R&D가 추진될 예정"이라는 것이 하이브의 설명이다. 게임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린다. 어찌보면 현재 하이브의 덩치를 키우는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기업은 게임 기반 넷마블이다. 그들이 과감하게 2000억 원을 그룹 방탄소년단이 속한 빅히트에 투자하며 그들의 기업 가치를 크게 띄웠고, 이후 승승장구해 현재까지 왔다. 이미 K-팝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몇몇 게임이 등장했지만 뚜렷한 성공 사례를 찾아보긴 어렵다. 하이브는 바로 블루오션을 노린다. 이걸 해낸다면 하이브는 완연한 플랫폼 기업이자 IT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
그러면서 '미래형 엔터테인먼트'를 내다본다. 그게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산업 전체를 놓고 볼 때 20년 이상 주도권을 쥐고 가는 사업을 찾아보긴 어렵다. 삼성전자 역시 휴대폰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과감히 투자하며 20년간 황금기를 누렸지만 이제 또 다른 사업을 찾고 있다. 하이브도 마찬가지다. 현상 유지는 곧 도태를 뜻한다. K-팝을 지속 발전시키되, 여기에 경도돼서는 안 된다. 대중은 늘 새로운 '섬싱 뉴(something new)'를 찾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하이브는 음악사업 부문에서 국내 및 일본 멀티레이블 사업을 총괄하는 '하이브 뮤직그룹 APAC(HYBE MUSIC GROUP APAC)'을 신설하며 인력 구조에 대폭 변화를 줬다. 얼마 전 박지원 하이브 대표가 자리에서 내려놓은 데 이은 연쇄 효과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고, 놀라운 결정은 김영민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사장을 하이브 재팬 회장(Chairman)으로 신규 선임했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대표적 '일본통'으로 알려진 김영민 회장은 K-팝 산업에서 하이브가 수립한 성공 방정식을 일본 시장에 접목, 하이브 재팬을 일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시킨다는 포부"라고 설명했다. 맞는 이야기다. 역대 K-팝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한 주체로 김 회장 만한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SM 출신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데려온 후 내홍을 겪는 입장에서 하이브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하이브가 업계 '맏형'인 SM의 DNA를 인정했다고 볼 수도 있다. 트렌드가 급변하고 대중은 금세 싫증을 느끼는 이 산업에서 SM은 30년째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 단단한 토대를 만든 인물 중 한 명이 김 회장이다. 그 노하우와 리더십을 하이브가 중용한 셈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일본 내에서 심상치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뉴진스의 일본 내 활동을 이끌 중추적인 인물, 더 나아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민희진 대표 리스크를 줄여주는 역할을 기대하고 영입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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