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문조차 쇼”...양재웅, 딸 잃은 어머니에 사과 대신 신고했나

성정은 스타투데이 기자(sje@mkinternet.com) 2024. 8. 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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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웅. 사진|미스틱스토리
방송 활동으로 얼굴을 알린 유명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양재웅(42)의 병원에서 33세 여성 환자가 사망한 가운데 유족 측이 병원의 대응에 분노하며 딸의 죽음에 대해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A씨의 모친은 지난 1일 디스패치와 인터뷰에서 “결국, 우리 딸만 죽은 겁니다. 우리 가족들만 죽었어요”라고 통탄하며 “그(병원) 사람들 모두 제 앞을 뻔뻔하게 걸어 다녔어요. 미안하다는 사람 하나 없었고요. 그러다 경찰이 왔더라고요. 사과가 아니라 신고를 한 거죠”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지난달 26일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부천 정신병원에서 지난 5월 27일 30대 환자 A씨가 숨졌다는 SBS 보도가 나왔고, 이후 해당 병원이 양재웅의 병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자 양재웅은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A씨는 미국 뉴욕의 명문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한국에서도 유명 대학교의 경제학과 조교로 있었다. 일명 ‘나비약’으로 불리는 다이어트약(디에타민) 중독 증세로 양재웅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입원 17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모친은 이 병원을 찾은 이유에 대해 “그곳에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 프로그램이 있었다. 양재진과 양재웅 씨가 나오는 많은 방송을 봤다. 신뢰가 생겼다. 하지만 양재웅 씨가 치료한 적은 없다. 일주일에 3일, 오후 진료만 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모친은 “양재웅 형제가 아닌 다른 의사가 담당의로 배정됐다. 딸은 담당의에게 ‘입원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지만, 의사는 ‘입원하면서 지켜보자’고 했다. 그러나 경과 보고를 들은 적은 없다. 병원에서 내가 만난 사람은 수간호사 B씨 뿐이다”라고 했다.

딸의 변화에 대해 모친은 “(딸과)통화를 하는데 말이 어눌해진 느낌을 받았다. 원래는 정말 정상이었는데, 이상했다”며 “그래서 수간호사한테 혹시 안정제 먹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더라. “말이 어눌해진다. 안정제를 먹이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수간호사가 “알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CCTV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죽는 그 시간까지 약을 먹이는 모습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7일 새벽 강박 조처되는 A씨의 모습. 사진|유족 측·연합뉴스
딸의 치료 과정을 지적한 적 없었냐는 질문에 모친은 “딸이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몰랐다. 죽은 다음에서야 (CCTV를 통해) 1인실에 묶어 놓고 안정제를 투여한 사실을 알았다. 좁은 방에 가둬놓고 약만 먹이는 지옥이었다. (병원은) 딸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병원 의료진 6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병원이 딸을 방치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로 모친은 “병원 정면 벽에 ‘내과진료’와 ‘내시경’ 등이 쓰여 있다. 실제 그 병원에 내과의사가 있었다면 내 딸의 증세를 몰랐을까. 딸이 죽기 2~3일 전부터 임신부처럼 배가 불렀다. CCTV에도 나온다. 내과 의사가 있었으면 유기치사다. 없었으면 사기 아닌가”라며 “나는 아직도 전체 영상을 못 봤다. 뉴스도 못 본다. 사람들이 말하니까 듣고 안다. 지금도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모친은 “전문의가 아닌 간호조무사, 보호사 등이 심폐소생술을 했다. 마치 잠자는 아이를 깨우듯이 하는 게 심폐소생술이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하며 “그런데 변호사들을 만나니 “의료법과 형사법은 이길 수가 없다”고 말한다. 현실이 참담하다”고 했다.

A씨가 사망한 지 4일 후인 지난 5월 31일 양재웅은 걸그룹 EXID 출신 하니와 9월 결혼을 발표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하니의 SNS 계정에 악플이 쇄도해 ‘연좌제 악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모친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정신과 의사는 사람의 마음을 만져줘야 하는 사람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유족은 A씨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국민청원, 유튜브 영상 공개, 언론사 제보 등 가리지 않고 움직였고 사망 두 달여 만에야 방송 보도로 알려졌다. 대중의 시선이 쏠리자 양재웅은 소속사 미스틱스토리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병원에서 입원 중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본인과 전 의료진은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으며 고인과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져 있으실 유가족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현재 본인이 대표자로 있는 병원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병원장으로서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유족은 “그것 조차 쇼”라고 비판하며 “양재웅이 (언론용)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가족에게 따로 연락한 적은 없다”고 했다.

모친은 “양재웅이 입장을 발표하는 날에도, 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양재웅이 내 앞으로 지나갔다. (뻔뻔하게) 쳐다도 보지 않고 지나치더라. 그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병원 사람들이 그랬다”며 “진짜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면, (내가) 시위를 할 때 눈길이라도 주지 않았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앞을 지나다녔다. 그러다 뉴스에 나오니까 입장문을 냈다. 양재웅은 정신과 의사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양재웅이 병원이 아닌, 소속사를 통해 입장을 낸데 대해 모친은 “양재웅은 의사가 아니다. 연예인이다. 대표 병원장이면 개인적으로 입장 밝혀야 한다. 어떻게 소속사를 통해 발표를 할 수 있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 그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모친은 “(딸이) 억울하게 죽은 지 2달이 지났다.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우리 아이만 죽었다. 그 병원에 있던 책임자와 관계자들은 제 앞을 당당하게 걸어 다녔다. 죄를 지으면 누군가는 처벌받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딸을 잃은 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이랬다. “저희 가정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병원의 행보를 지켜볼 것입니다. 내 딸은 고작 32살이었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딸이고 동생이고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오전 3시 30분께 양재웅이 운영하는 부천 병원에서 A씨가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 시신 부검을 진행한 뒤 “가성 장폐색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A씨는 입원 후 배변 활동에 어려움을 겪으며 간헐적인 복부 통증을 보였고 사망 전날에는 극심한 복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유족은 “병원 측이 건강 상태가 나빠진 A씨를 방치해 숨지게 했다”며 지난 6월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B씨 등 의료진 6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이후 병원 측으로부터 폐쇄회로(CC)TV 하드디스크와 진료 기록 등을 임의제출 형태로 확보했다. CCTV 영상에는 A씨가 격리실(안정실)에서 배를 잡은 채 문을 두드리자 간호조무사와 보호사가 들어와 안정제를 먹이고 손발과 가슴을 침대에 묶는 강박 조처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어 2시간 뒤 A씨는 배가 부푼 채로 코피를 흘리다가 결박 상태에서 벗어났으나 의식을 잃고 끝내 숨졌다.

병원 측은 A씨가 만성 변비 환자인 데다 계속 복통 호소를 한 게 아니어서 장폐색을 의심하기 어려웠고 사고 당일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각각 조사한 뒤 의료 전문기관 자문을 거쳐 병원 측 행위가 A씨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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