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노년 세대 요구 반영한 일자리 필요”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경제 활동 인구와 노인 부양 인구가 줄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노인의 정년 기준을 재정립하고 노동 체계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노인 고용을 늘리면 국내총생산(GDP)이 올라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현재 ‘노인’의 고용 형태는 어떤지, 이들의 인력을 활용하면 경제성장률 등 사회 체계는 어떻게 바뀌는지 들여다본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중앙노인일자리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개발원은 △노인일자리 개발 및 보급 △노인일자리사업 종사자 교육훈련 △노인일자리에 관한 조사 및 연구 △노인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운영 등 노인의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을 위해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김미곤 원장을 인터뷰했다. 김 원장은 2021년에 취임 후,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노인 일자리 패러다임 전환 방향을 제시해왔다. 김 원장은 “같은 노인이라도 10년 전과 지금 노인들의 건강, 능력, 선호하는 일자리가 모두 다르다”며. “신노년 세대들이 경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채용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일문일답.
Q 노인일자리는 어떻게 구별하고 있나
노인일자리는 △공공형(공익활동) △사회서비스형 △민간형으로 구분된다. 공공형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 공익증진을 목표로 한다. 사회서비스형은 정부 재정지원 또는 외부자원을 활용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다. 민간형은 최소한의 재정지원만으로 지속가능하면서 급여 수준이 비교적 높은 양질의 노인일자리다. 최근 직장 경험이 풍부하고 건강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인층 대거 진입에 따라 보수가 높은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 일자리 참여가 늘고 있다.
Q 지난 7월 10일, 주민등록상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었다. 개발원은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섬에 따라 다양한 노인일자리를 개발하고 확대하고 있다. 노인의 경력과 활동역량을 활용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 예를 들어 지역사회 돌봄이나 안전 관련 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제주도 내 연안위험구역에서 드론을 활용한 바다안전순찰대 사업단을 운영하며 사고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시범사업으로 추진된 후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제주도 전역으로 확대됐다.
또한, 기업에 고령자를 고용할 때 인건비를 지원하는 시니어 인턴십도 운영 중이다. 숙련기술 보유 퇴직자를 청년 멘토로 최소 6개월 이상 고용한 기업에 1인당 3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조선업 전문 기업 HD현대삼호는 정년퇴직 인력을 채용해 퇴직자를 청년의 안전관리 및 직무 멘토로 재고용했다. 시니어(멘토)들은 청년(멘티)들에게 기술 및 생활 멘토링을 시행하며 청년들이 회사에 조기 적응하고 전력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Q 은퇴자들의 경력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반응이 많다
은퇴자들의 능력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에 공감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일자리를 △정부 예산을 활용한 공공중심 일자리(1세대) △정부와 민간이 결합한 일자리(2세대) △순수 민간일자리(3세대)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1세대 일자리의 비중을 줄이고 은퇴자들의 경력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2세대와 3세대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있다. 3세대 노인일자리는 고령자친화기업 관리기간 종료 후 국가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노인 고용을 유도하고 취업알선 등을 통해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노인일자리의 확대를 통해 은퇴자들의 능력과 경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민간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Q 고용주들은 어떤 노인 구직자를 원하고 있나
민간기업은 업무 노하우 등 경력과 경험을 지닌 노인 구직자를 선호한다. 신노년 세대를 고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의 만족도는 4점 만점에 평균 2.9로 높게 나오고 있다. 고용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만족’했다는 응답이 86.4%로 나왔다. 신노년 세대 고용 만족도가 높은 이유로는 △업무노하우(11.2%) △성실(7.8%) △열정적(6.3%) △낮은 이직률(4.1%) 순으로 꼽았다. 신노년 세대를 고용할 의사가 있는 기업들은 △행정 및 경영지원 관리직(14.6%) △제조관련 단순 노무직(10.0%)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9.0%) 순으로 배치하겠다고 응답했다.
Q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64~74년생)들의 은퇴가 시작됐다. 개발원에서는 어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2023년 정부가 발표한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에 따라, 노인일자리를 노인인구의 10% 수준으로 창출할 예정이다. 향후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양질의 노인일자리 확충 방안도 마련돼 있다. 경험과 역량이 높은 신노년 세대의 수요에 맞춘 사회서비스형 및 민간형 일자리를 확충해 2027년까지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고자 한다. 2023년 기준으로 사회서비스형 및 민간형 일자리는 전체의 31%를 차지하고 있다.
Q 노인일자리 사업 효과에 대해 설명해달라
2004년 2만5000개로 시작한 노인일자리 사업이 올해 103만 개로 확대됐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개인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경상소득 기준 빈곤율이 대기자와 비교해 10.2%P 감소했다. 또한, 노인일자리 참여로 인해 참여자 1인당 월평균 약 7만원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었다. 사회적 관계 개선에서도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는 가족관계, 친구, 이웃 및 지인 관계 등에서 대기자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노인일자리 사업이 노후 빈곤 완화 및 다양한 고령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Q 8월에 3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퇴임한다고 들었다. 소감 부탁드립니다
지난 3년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노인일자리를 통한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 열심히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도 많았다. 그러나 재직기간 동안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을 매우 뿌듯하게 생각한다. 법안이 통과된 건 보건복지부와 노인인력개발원 직원 모두가 합심한 결과이다.
지난 3년간 지자체와 기업 등과의 노인일자리 협약을 통해 꾸준히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러한 노인일자리 사업은 소득 증가뿐만 아니라 노후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3년간 함께 노력해준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노인일자리사업이 더욱 발전하길 기원한다.
Q 노인일자리 사업을 담당할 개발원과 정부 정책 담당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은
노인이 행복하면 사회가 바뀐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미권 국가의 연령별 행복도를 보면 어릴 때는 높고 40대는 떨어지며, 노인이 되면 다시 올라가는 U자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릴 때는 높고 나이가 들수록 계속 떨어져 노인이 가장 낮다. 낮은 노인 행복도는 높은 노인 자살률과 높은 노인 빈곤율과 상관관계가 높다.
또한, 노인일자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 예산만을 활용한 노인일자리(1세대)에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만들어가는 일자리(2세대)로, 그리고 순수 민간에서 창출하는 노인일자리(3세대)로 점진적 이동이 필요하다. 1세대 비중을 줄이고 2세대 및 3세대 노인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적정 인력이 필요하다. 현재의 인력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노인일자리 사업을 체계적으로 잘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종사하시길 바란다.
PROFILE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1959년 경남 함양 출생
건국대학교 경제학 학사·석사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참여정부 정권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사회보장위원회 실무위원장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
세종시사회서비스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현승 기자 hs175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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