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2년 절반은 노인, ‘일자리 전쟁’ 시작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급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경제 활동 인구와 노인 부양 인구가 줄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노인의 정년 기준을 재정립하고 노동 체계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노인 고용을 늘리면 국내총생산(GDP)이 올라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현재 ‘노인’의 고용 형태는 어떤지, 이들의 인력을 활용하면 경제성장률 등 사회 체계는 어떻게 바뀌는지 들여다본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7월 10일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1062만 명이다. 전체 주민등록인구 5126만9012명의 19.51%를 차지한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내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2072년에는 우리나라 인구 절반 이상이 노인이 된다는 조사도 있다. 통계청이 7월 12일 발표한 장례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6년에는 30%를, 2050년에는 40%를 돌파하며 2072년에는 50% 이상이 된다. 이때가 되면 생산연령인구 1명당 노인 1명을 돌봐야 한다.
노동 기준을 재정립하고 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인 연령의 기준이 된 65세는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되면서 정해졌다. 당시 기대수명은 66.7세였다. 노인 나이 기준을 정립한 40년 전과 지금은 사회 구조와 생활여건, 기대수명 등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베이비 부머’ 세대, 노인으로 분류…“은퇴하면 경제성장률 타격”
‘베이비붐 세대(Baby Boom Generation)’가 노인으로 분류되면서 증가 폭은 빠르게 늘어났다. 베이비붐 세대는 보통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1946년부터 1964년까지, 베이비붐이 일어난 시기에 출생한 세대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사람을 1차 베이비부머로 부른다. 이들은 705만 명으로, 2015년부터 은퇴하기 시작했다.
1964년부터 1974년 출생자인 2차 베이비부머는 954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18.6%를 차지한다. 이들은 올해부터 10년가량 매년 100만 명 가까이 정년퇴직을 맞는다. 앞으로 이들이 노인 인구로 분류되면서 65세 이상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차 베이비부머의 최연장자는 올해 정년의 나이인 60세가 됐다. 1차 베이비붐 세대보다 대학 진학률이 높고, 고도 성장기였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취직해 정년까지 일한 게 특징이다.
이들이 은퇴하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까지 내려간다는 조사도 있다. 한국은행은 7월 2차 베이비부머(1964년?1974년생) 세대가 올해부터 차례로 은퇴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약 0.4%포인트(p)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은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2차 베이비부머 인력 활용을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인 고용률·빈곤율 세계 최고…나이 들수록 고용 질 낮아져
노인 일자리 자체를 늘리기 전에 고용의 질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는 노인 고용률이 높은 동시에, 노인 빈곤율도 가장 높다. ‘일하는 노인’은 많지만 전체적으로 소득과 질이 낮아 빈곤율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s at a glance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38개 국가 중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이웃 일본(20.2%)이나 미국(22.8%)의 두 배 수준이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2022년 기준 36.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OECD 평균(15.5%)의 두 배 이상이다. OECD 국가 중 65세 이상 고용률이 30% 이상인 나라는 우리나라와 아이슬란드(32.3%)가 유일하다. 평균수명이 긴 일본도 65세 이상 고용률은 25.2%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보다 ‘많이 일하고, 적게 받는다’는 조사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 총 근로시간은 114.6시간으로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111.7시간)보다 많았다. 그러나 시간당 임금총액은 1만6575원으로, 전체 비정규직(1만7233원)보다 적었다.
◇“연공서열 줄이고 법정 정년 늘리면 GDP 오를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가 노인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공 서열 중요성을 줄이고 법정 정년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OECD는 7월 ‘2024 한국경제보고서’를 발간하고 고령화와 저출생 시대에 맞게 노동 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연공 서열 중요성을 줄이는 동시에 법정 정년을 늘리거나 회사별 의무 퇴직 연령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면 국내총생산(GDP)이 올라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노인 고용을 늘리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과 재정 성과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노인들이 일자리에 남아 있거나 재진입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전반적인 고용 증진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공주의에 따른 임금체계로 인해 기업들이 조기퇴직을 강요하거나 장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구조 변화를 현장에서 체감한 일선의 지자체는 빠르게 노인 나이 기준을 올리고, 관련 정책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6월 16일 이 같은 내용의 ‘인구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법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만 65세 이상 노인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어르신취업지원센터를 통해 만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시니어인턴십 등의 채용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는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을 통해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행복캠퍼스 사업을 운영한다. 사업은 지역사회와 연계해 베이비부머의 성공적인 재도약과 적극적인 사회참여 활동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사업은 정규과정 운영과 함께 △시·군 찾아가는 교육 △인생재설계 상담 서비스 △커뮤니티(동아리) 활동 △사회공헌활동 △취·창업 연계 △중장년 서포터즈 운영 등을 지원한다.
지난해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경남도는 고령자 일자리 지원 전담센터 운영을 통해 재취업 지원 연령대를 70세까지 확대한다. 고령자센터는 기존 50~64세를 대상으로 했던 재취업 지원 연령대를 확대해 근로 능력이 있는 70세 고령자까지 일자리를 찾아준다. 일자리를 희망하는 고령자는 고령자센터를 찾아 먼저 구직 등록을 해야 한다.
충북 옥천군은 중년 일자리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은퇴한 50대 이상 70세 미만 군민의 노후 준비와 재도약 지원을 위해서다. 현재 지역 내 50세 이상 70세 미만 인구는 1만9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38% 수준이다.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분들을 보면 소득적으로도 많이 개선됐지만 우울 수준이 감소하거나 건강상태가 좋아지는 등 효과를 봤다”며 “이 외에도 보건 의료비 감소, 사회적 관계 개선 등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노인이 행복하면 사회가 바뀐다는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며 “영미권 국가의 연령별 행복도를 보면 어릴 때는 높고 40대는 떨어지고 노인이 되면 다시 올라가는 유(U)자형이지만, 우리나라는 어릴 때 높고 나이가 올라갈수록 계속 떨어진다. 낮은 노인 행복도는 높은 노인 자살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노인 일자리를 위해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정부 예산만을 활용해 노인 일자리를 만든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만들어야 한다. 순수 민간에서도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인식이 형성돼 같이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세미 기자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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