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티몬 상품권·여행상품, 전액환불 어려울듯..'핀번호'가 관건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진 25일 오후 피해자들이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 내부로 진입해 사무실을 점거하고 있다. 2024.07.25. photo1006@newsis.com /사진=

티몬·위메프에서 구매한 수천억원 규모의 상품권과 여행상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 구제에 난항이 예고된다. 지급결제대행사(PG사)가 결제취소 및 환불 의무가 있지만 일련번호(핀번호)가 찍한 상품권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PG사에 환불 책임이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여전법에선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이 되지 않은 경우만 PG사의 결제취소 대상이다. 소비자가 상품권을 아직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핀번호가 찍힌 상품권을 구매했기 때문에 '물품의 판매'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PG사 환불 대상에서 제외된 소비자는 소비자원에 집단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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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법상 PG사의 취소·환불 조건은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안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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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권에 따르면 PG사들은 전일 회의를 열고 티몬, 위메프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과 범위 및 기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PG사들은 지난 1일 상품권과 여행상품을 제외한 일반물품 배송 정보를 전달받아 결제 취소 및 환불을 시작했다. 양 사를 합쳐 약 6만건 내외에 대해 수십 억원 수준의 결제 취소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일반 물품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큰 상품권과 여행상품이다. 소비자들은 티몬을 통해 상품권을 구매했으나 티몬이 여행업체나 판매자 등에 정산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판매사들은 상품권을 거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네이버페이 등 각종 포인트로 전환하는 방법도 과거엔 가능했으나 현재는 이마저도 막힌 상황이다. 결국 결제 취소나 환불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결제 취소와 환불 범위를 고심 중인 PG사들은 상품권과 여행상품의 경우 구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여전법 17조에 따르면 PG사는 신용카드회원이 거래 취소 또는 환불을 요구할 경우 이에 따라야 한다. 전제 조건은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이 되지 않은 경우다. 티몬에서 일반 물품을 구매하고 결제했는데 배송받지 못한 경우는 명확하게 환불 대상이 된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7항/그래픽=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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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번호 찍힌 상품권 어쩌나..소비자, 분쟁조정 신청해야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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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상품권은 논란이 된다. 티몬에서 상품권이나 여행상품을 구매하면 핀번호(일련번호) 등이 찍힌다. 소비자가 아직 해당 상품권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상품권을 일단 구매했기 때문에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으로 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실제로 티몬이 상품권을 30일 뒤에 지급하기로 하고 판매한 '선구매 상품권'은 일련번호가 찍히지 않아서 PG사들이 전액 환불해 줬다. 다만 금액은 1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전체 상품권 판매액 중 일부에 불과하다.

금융당국도 상품권과 여행상품이 결제 취소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전법 해석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신속하게 결제취소 대상 범위와 기준을 줘야 소비자나 PG사의 혼선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카드사를 통해 접수된 민원만 13만건을 넘어섰고 PG사를 통해서도 수만건이 들어오고 있어서다.

PG업계 관계자는 "결제 신청 민원이 PG사별로 많게는 1만건 이상 접수되고 있어 민원센터의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핀번호가 찍힌상품권 등이 구제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PG사가 물어줘야 할 금액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권과 여행상품이 결제취소 대상에 해당하지 않은 경우 소비자는 소비자원에 집단 분쟁조정 신청을 해야 할 수 있다. 여행·숙박·항공권을 구입하고 청약 철회, 판매자의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대금 환급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다만 분쟁조정을 신청해도 전액 환불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피해 현황'자료에 따르면 상품권 업체 6곳이 티몬에서 받지 못한 금액이 1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메프에서는 20개의 상품권 업체가 약 550억원을 정산받지 못했다. 미정산 상품권 규모가 1850억원가량이다. 여기에 여행상품 등을 포함하면 소비자 피해 금액은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