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죄책감을 달고 살았다”…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라는 말 [매경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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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치과의사는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야." 수련기간 선배들에게 많이 듣던 말이다.
왜 직업에 남녀가 다르지? 당시 나는 의아했지만,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며 알 수 있었다.
반면 1983년생 남성의 경우 93%가 결혼이나 출산과 관계없이 직업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라는 말이 계속 통용되는 사회에서 출산율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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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만 일한다는 마음에
집과 직장서 죄책감 느껴
출산·육아 겪는 30대 여성
경력단절 문제 해결 못하면
출산보다 커리어 택할 것
나 역시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위해 임신 말기에 선배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출산휴가 후 일주일의 반인 3.5일을 일했고, 3.5일은 아이를 돌보았다. 그리고 그 시기의 나는 직업인으로서도 엄마로서도 죄책감에 시달렸다. 병원에서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후배들에 비해 환자 수가 잘 늘지 않았으며, 내 환자가 응급 상황으로 예약이 아닌 날 찾아올 때 다른 선생님들의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의사로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나를 억눌렀다. 일을 나가지 않는 날은 백일도 안 된 아이를 타인에게 맡겼다는 엄마로서 죄책감으로 무리해서 아이를 돌보았다. 반쪽만 일하기 때문에 육아와 살림은 내 몫인 것이 당연해보였다. 반쪽만 일하기 때문에 2배로 일해야만 뒤쳐지지 않을 것 같았다.
심리학자인 제니퍼 스튜어트는 예일대학교 졸업생 그룹을 연구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사회적 경력과 어머니 역할을 병행하려고 노력하는 여성이 걱정스럽다. 그들은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완벽을 추구하므로 그만큼 낙담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높은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면 직장에서 집으로, 아니면 집에서 직장으로 도피할 가능성이 크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죄책감을 달고 있던 나는 낙담한 나머지 결국 커리어를 중단하려는 결정을 내렸었다. 2023년 통계에 따르면 1983년생 기혼 여성 가운데 출산을 기점으로 직업을 잃은 여성은 전체의 25.2%로 4명 중 1명이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을 겪었다.
지금 나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일한다. 풀타임으로 일하고, 진료는 오전, 오후 여덟 타임을 하며, 레지던트 교육에, 책과 칼럼도 쓴다. 강의도 하고 각종 회의에도 참여한다. 그런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시절보다 훨씬 편안하다. 물론 아이가 좀 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타인도, 나를 ‘파트타임’으로 인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시절, 나는 풀타임 투 잡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란 일도 하면서 아이도 키워야 하는 직업이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여성에게 두 가지 일을 강요하는 것이다. 하물며,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 아닌 일하는 엄마의 노고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정재계 분야들에서 여성인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여성의 연령대별 고용률을 보면 30대만 뚝 떨어져 경력단절이 되는 ‘M자형 그래프’가 굳건하다. 커리어의 한창인 30대에 출산과 육아로 허리가 끊겨져 버리니 여성인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여자에게 좋은 직업’이라는 말이 계속 통용되는 사회에서 출산율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모습이라면 일하는 여성은 당연히 출산보다 커리어의 연장을 선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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