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도 못뗀 고준위 방폐법·반도체 지원법

2024. 8. 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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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위 법안 124건 계류, 처리 ‘0’
고준위 방폐법 논의 시작도 못해
더딘 가동, 여야 극한 대립 영향
다른 상임위도 상황 다르지 않아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은 민생법안을 비롯한 경제법안 관련 논의도 더디게 만들고 있다. 각종 탄핵과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둘로 나뉜 전선이 상임위원회 차원의 논의를 지연시키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사이 이견이 크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21대 국회 종료로 자동폐기된 법안이 속속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지만 소관 상임위에서 아직 논의 첫발도 못 뗀 것이 대부분이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관 법안은 1일 현재 124건이 계류 중이다. 가결, 부결은 물론 대안이나 수정안이 통과돼 법률로 반영되거나 폐기·철회 등으로 국회 통계상 ‘처리’ 집계된 법안은 한 건도 없었다. 산자위는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사항 등을 담당해 경제·기업 관련 법안을 주로 다루는 상임위다.

21대 국회에서 여야 사이 이견이 크지 않았던 대표적 법안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산자위 소관이다. 원자력 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와 저장시설 건설 관련 사항 법제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데 22대 국회에서도 여야 공감대가 큰 법안으로 가장 먼저 꼽힌다. 22대 국회 임기 첫날인 5월 30일 김석기·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을 시작으로 같은 당 김성원 의원과 정동만 의원 대표발의 법안이 각각 제출됐지만 논의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반도체 지원법’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반도체 산업 지원 강화를 외치고 있고 고동진 의원과 김태년 의원 등 여야 의원 사이 협력 교류도 이뤄지고 있지만 상임위 차원의 논의는 아직 출발도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22대 국회 원 구성이 늦어졌던 것과 무관치 않다.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 확보를 두고 시작된 여야 상임위원장 자리 다툼 영향에 임기 시작 한 달이 다 된 6월 27일에야 여당 몫으로 산자위원장 자리가 채워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탄핵, 청문회 및 민주당의 당론 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 대립이 점점 격화한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이 이어지면서 산자위 가동이 더뎌졌다. 지난달 9일에야 첫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를 정했고, 같은 달 29~30일 산자부와 중기부 업무보고를 받고서 소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다음 전체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산자위 뿐 아니라 다른 상임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민주당이 처리를 강조하는 법안을 두고 ‘야당 요구로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법안 상정→여당 신청으로 필리버스터 시작→야당 주도 법안 본회의 통과→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흐름이 반복되는 터라 여야 입장 차이가 큰 법안은 언제 논의할 수 있을지 기약도 없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공약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로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발의에 이름을 올려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고 기존 양도소득세 체계를 유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6월 제출했다. 하지만 이 법안도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22대 국회 입법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은 이대로 금투세를 시행하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큰 틀에서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하는 데 당내 컨센서스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 여러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새 지도부가 선출되고 나면 그 지도부의 방침이나 의중을 감안해 당 내 총의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선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이재명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면서 “시행 시기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화두를 던진 후 금투세 논의가 점화됐다. 하지만 이 후보도 폐지가 아닌 완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 당대표 후보자 2차 방송토론회에서 “5년 동안 연간 5000만원, 2억5000만원 이상을 벌어야 세금 대상이 되지 않나. 이것을 연간 한 1억원 정도로 올려서 5년간 5억원 정도 버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를 해주고 좀 올리자는 것”이라고 했다. 안대용 기자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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