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의 金 앞에서 또 만나는 최강 중국···패기의 김원호-정나은 “결승전에선 다를 거다”[올림픽x인터뷰]
김원호(25)와 정나은(24)이 대이변을 일으키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에 진출했다.
김원호-정나은은 2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에서 서승재-채유정을 2-1(21-16 21-23 23-21)로 꺾었다.
김원호-정나은은 세계랭킹 8위로 세계 2위인 서승재-채유정을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상대전적 5전 전패였으나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으로 승리했다.
조별예선에서 1승2패를 했지만 같은 조에서 3개 팀이 동률을 기록, 득실차로 조2위가 돼 8강에 오르는 행운을 안았던 김원호-정나은은 지난 1일 서승재-채유정에 이어 8강을 통과하면서 4강에 진출, 대진에 따라 한국 팀 맞대결이 성사됐다.
세계랭킹도, 경력도, 이번 대회 컨디션도 앞서보였던 서승재-채유정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김원호-정나은은 패기의 승리를 거뒀다. 3게임에서 인터벌이 지난 뒤에는 김원호가 메디컬타임을 요청해 비닐주머니에 구토를 하기도 했다. 토할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은 김원호-정나은이 금메달을 따러 결승으로 간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 나타난 김원호는 밝게 웃지 못했다. 속도 좋지 않은 데다 이 결승행이 얼떨떨했기 때문이다. “아직 잘 모르겠다. 실감이 안 난다”는 김원호와 마찬가지로 정나은도 “이게 (현실이) 맞나 싶고, 예선부터 힘들게 올라왔는데 이렇게 결승까지 가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원호-정나은은 서승재-채유정을 5번 만나 5번 모두 졌다. 같은 대표팀 선배지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상대를 올림픽 4강에서 꺾은 것은 분명 이변이다.
김원호는 “우리보다 한 수 위 실력을 가진 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파이팅 있게, 좀 더 활기차게 적극적으로 뛰는 거라 생각했다. 패기있게 다가가서 부담을 준 것 같다. 끝까지 포기 않고 했다”고 말했다. 정나은도 “한 팀은 결승이고 한 팀은 3-4위전인데, 그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않고 이 경기에만 집중해보자 생각하고 했더니 예선보다 오히려 긴장이 덜 된 것 같다. 그런데 막상 3게임으로 가니까 힘이 들어가서 치열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원호-정나은은 3게임 초반 5-10까지 끌려갔다. 그때부터 김원호의 몸이 힘들기 시작했다. 이후 인터벌을 지난 뒤에는 헛구역질이 나오자 16-13으로 앞설 때 메디컬 타임을 요청했다. 구토를 했다. 김원호는 “자꾸 헛구역질이 나와서 한 번 그런 거겠지 했는데 뛰다가 코트에 토할 것 같아서 메디컬타임을 불렀다. 코트 안에서 그런 적은 처음인데 운동선수로서 보여주면 안 되는 모습을 올림픽에서 보여줘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4점 차로 앞서고 있던 김원호-정나은은 이후 따라잡혔다. 김원호가 힘을 쓰지 못했지만 정나은이 잡아갔고 듀스 승부를 이겨냈다. 김원호는 “나는 그때 배터리가 이미 끝난 상태였다. 그래서 나은이에게 맡기겠다고, 니가 해줘야겠다고 부담을 줬는데 나은이가 나를 잘 다독이면서 이끌어갔다”고 말했다.
김원호는 올림픽 은메달을 확보하면서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최솔규와 호흡을 맞춰 남자복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원호는 “그런 부담을 한 번 겪었다. 아시안게임 때 결승전에서 이기고 있었는데 군대 생각하다가 진 적이 있어서 오늘은 그런 생각 안 하려고 노력했다. 경기 중엔 한 번도 생각 안 했다”고 말했다.
극적으로 올림픽 결승 무대에 나간 김원호-정나은은 이제 세계 최강 팀을 마주한다.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젱시웨이-황야총(중국)과 결승에서 격돌한다. 김원호-정나은이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패했던 상대이기도 하다.
김원호는 “올라갔으면 금메달을 따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 갖고 결승전을 어떻게든 이기도록 하겠다. 예선에서는 게임이 안 되는 승부를 했지만 결승전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호와 정나은은 2일 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의 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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