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양민혁이다' 터치 한 번에 '토트넘 선배' 와르르..."러블리 턴!" 英도 감탄→눈도장 성공!
[OSEN=고성환 기자] 양민혁(18, 강원FC)이 토트넘 홋스퍼 팬들 앞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가 '토트넘 선배' 에메르송 로얄(25)을 완전히 무너뜨리면서 감탄을 자아냈다.
팀 K리그는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에서 토트넘에 3-4로 패했다. 손흥민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주인공은 바로 양민혁이었다. 그는 지난달 28일 토트넘에 공식 입단했다. 고3 신분인 양민혁은 올 시즌 데뷔하자마자 K리그1에서 8골 4도움을 기록하며 재능을 뽐냈고, 토트넘과 6년 계약을 맺으며 프리미어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양민혁이 토트넘 입단 후 처음으로 상대하는 팀은 바로 토트넘이었다. 그는 팀 K리그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며 토트넘 팬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양민혁은 토트넘 수비를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고 실력을 보여줬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와 슈팅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돌파 후 강력한 왼발 슈팅이 골대 위로 넘어가면서 아쉬움을 삼키기도 했다. 모두의 주목을 받은 양민혁은 전반 45분을 소화한 뒤 교체됐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에메르송을 벗겨내는 유려한 턴 동작이었다. 양민혁은 전반 22분경 동료가 건넨 패스를 부드럽게 바깥발로 돌려놓으면서 터치 한 번으로 에메르송을 따돌렸다.
예상치 못한 퍼스트 터치에 압박하려 달려들던 에메르송은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었다. 그는 빠르게 지나쳐가는 양민혁을 뒤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현지 해설도 리플레이 장면을 본 뒤 "러블리 턴"이라고 감탄했다.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은 소셜 미디어에서 21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영국 '커트 오프사이드'도 "토트넘의 여름 영입생 양민혁이 친선경기에서 새로운 팀을 상대로 비단처럼 부드러운 스킬을 선보였다. 한국 신동은 올스타전에 선발로 출전했고, 뛰어난 기술로 에메르송으로부터 벗어나며 매우 빠르게 자기 이름을 알렸다"라고 주목했다.
이어 매체는 "양민혁은 패스를 받자 현란한 퍼스트 터치로 브라질 수비수를 빙글빙글 돌면서 지나쳤다. 에메르송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토트넘은 지난 몇 차례 이적시장에서 유망한 젊은 선수들에게 상당한 투자를 했다. 그들의 새로운 영입 전략처럼 보인다. 애슐리 필립스, 알레호 벨리스, 루카스 베리발, 아치 그레이와 계약했고, 그 명단에 양민혁이 추가됐다"라고 덧붙였다.
경기 후 양민혁은 곧 동료가 될 토트넘 선수들과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다. 그는 동갑내기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과 웃으며 얘기를 나눴고, 제임스 매디슨, 페드로 포로와 잠깐 어깨동무하기도 했다. 토트넘 스태프와도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모습이었다.
토트넘을 적으로 상대해본 양민혁은 "확실히 다르다. 난 아직 부족하다. 많이 노력해야 한다"라며 "당연히 골 넣은 손흥민이 가장 인상 깊었다. 슈팅이 정말 달랐다. 확실히 잘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나도 빨리 그 레벨에 도달해야 한다는 걸 많이 느낀 경기"라고 말했다.
양민혁은 이승우와 댄스 세레머니도 준비했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그는 "아쉬웠다. 세레머니를 하려면 골을 넣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이승우와) 서로 아쉬워했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우리 역시 K리그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로 만들어진 팀이다. 많이 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히 좋았다"라며 팀 K리그로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양민혁의 활약을 어떻게 봤을까. 그는 양민혁 이야기가 나오자 "오늘 중요한 건 우리 경기력이었다. 상대 선수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지켜보지 않았다. 우리가 어떻게 경기를 하는가에 집중했다"라며 선을 그었다.
조언도 남겼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은 분명히 K리그에서 전반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후반기에도 활약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현재 소속팀(강원)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팀 K리그를 지휘한 박태하 감독은 "순간순간 재치나 K리그에서 보여준 기술이나 득점력은 나이를 감안하면 굉장히 발전할 수 있는 선수다. 경쟁력이 굉장히 높다"라고 양민혁에게 칭찬을 남겼다.
한편 양민혁은 조금씩 토트넘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후반전 벤치로 물러난 양민혁은 형들 옆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이명재와 조현우(이상 울산 HD)와 대화를 나누며 팀 K리그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양민혁은 곧 새로운 동료가 되는 토트넘 선수들도 눈여겨봤다. 특히 자신의 경쟁자이자 파트너가 될 수 있는 '2007년생 신성' 마이키 무어를 이미 알고 있었다.
양민혁은 후반전 무어가 투입되자 조현우에게 "얘가 07이래요"라며 먼저 말을 꺼냈다. 이명재가 어디서 온 선수인지 묻자 "유스 출신일 걸요"라고 정확히 답하기도 했다. 또래인 데다가 포지션까지 겹치는 선수인 만큼 어느 정도 파악해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1군 센터백' 라두 드라구신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양민혁은 문득 조현우를 향해 "형 저기에 (토트넘) 6번 유명해요?"라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이명재가 '드라구신'이라고 답했고, 양민혁은 "유명한 사람이에요?"라고 다시 물어봤다. 앞서 양민혁은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제대로 본 적 없다고 밝힌 적 있는 만큼 아직 공부해나가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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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리그 공식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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