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의 '탄핵 중독'... 민생과 멀어지면 2년 전 실패 반복될 수도 [기자의눈]

박준규 2024. 8.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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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이상인·이진숙·박상용·김영철·엄희준·강백신.

22대 국회 개원 두 달 만에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한 인사들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금의 시대정신은 탄핵"이라는 발언이 나와도 전혀 낯설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법원 안팎에선 이 전 대표가 올가을 위증교사와 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민주당이 판사 탄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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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최소 15명 공직자 탄핵 시도
국정 함께 책임지라고 '巨野' 해줬더니
탄핵 중독돼 강공에만 열 올리는 민주
여당보다 더 높은 정치력 보여줄 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김홍일·이상인·이진숙·박상용·김영철·엄희준·강백신. 22대 국회 개원 두 달 만에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한 인사들이다. 이미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은 안동완 검사를 포함한 8명의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금의 시대정신은 탄핵"이라는 발언이 나와도 전혀 낯설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민주당도 탄핵의 명분은 갖췄다. 위법을 저지른 공직자를 견제하고, '검찰권 남용'과 '방송장악'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정당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사례도 있다. 2020년 총선에서 대검찰청 고위 간부 신분으로 야권 인사들의 고발을 사주한 혐의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가 탄핵심판 도중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문제는 탄핵의 남발이다. 탄핵은 내부 징계나 사법절차만으로는 공직자의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를 제어하기 어려울 때만 이뤄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탄핵소추를 당한 공직자는 직무 정지로 인한 명예가 손상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여야가 대화할 공간도 협소해져 국가적 혼란도 엄청나다. 그래서 주요 선진국에서도 탄핵 사례가 드물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가결 이전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사례 자체가 손에 꼽힐 정도였던 것도 같은 이유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이제 탄핵은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부실한 탄핵 명분 쌓기도 탄핵이 가진 엄중함을 희석시킨다. 이재명 전 대표 수사에 관여한 박상용·엄희준 등 검사 탄핵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감찰이나 수사를 거치지 않은 상태라 위법 의혹이 뚜렷하지 않아 민주당 내부에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할 정도였지만 그대로 밀어붙였다. 언론장악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방통위 수뇌부 탄핵도 사실상 '직무정지' 성격이 짙다. 법원 안팎에선 이 전 대표가 올가을 위증교사와 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민주당이 판사 탄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탄핵 공세를 펼쳐온 민주당이 내놓은 성과는 '유능한 개혁정당'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할 만큼 초라하다. 국회 개원 이후 공포된 법안이 하나도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거부권으로 일관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남 탓하라고 유권자들이 연이어 압도적인 의석을 안겨준 게 아니다. 입법독주로 정국을 경색시켜 민생 법안까지 협상할 공간을 좁힌 결과가 어땠는가. 민주당은 불과 2년 전 정권교체라는 쓰라린 교훈을 얻은 바 있다.

당 안팎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것은 두 번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희망의 서곡으로 들린다. '채 상병 특검법' 기조 변화 요구가 의원총회에서 언급됐고, 민생법안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셸 오바마는 2016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When they go low, we go high"(그들이 저열하게 갈 때,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탓을 하기보다 민주당이 더 높은 수준의 정치를 보여주면 된다. 탄핵 중독으로 도파민이 분출되는 것은 순간이다.

박준규 기자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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