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뜬다]⑧ 건강한 사람도 '식사 처방' 받는 초개인화 시대
[편집자주] 삶의 질이 향상되고 소비자의 지식수준은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인간 수명까지 늘어나면서 건강을 개선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개인 맞춤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자원 낭비는 줄이고 식품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 산업도 주목됩니다. 식품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조리 및 외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도 각광받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이 모든 것을 현실화하는 ‘푸드테크’를 유형별로 살펴보고 푸드테크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한국이 푸드테크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혜안을 모색해 봅니다.
개인의 관심사, 취향, 성격, 행동 등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는 초개인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식사도 개인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이 결합해 개인의 건강, 입맛 등을 반영한 음식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개인의 유전 정보, 건강 상태 및 병력, 음식 선호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식단을 제공하는 것을 ‘개인맞춤식단’이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배달음식이 일상이 된 것처럼 인구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젠 개인맞춤식단이 일상화하고 있다.
홍지연 고려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태국 리서치기관인 크롱타이 컴파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개인 맞춤형 식품시장 규모는 연평균 12% 성장해 2025년에는 약 968억2000만 달러(약132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인맞춤식단, 질병 위험 낮추고 스트레스도 줄이고
노인을 위한 고령친화식품이나 환자를 위한 메디푸드, 운동선수를 위한 식품 등 특정 소비자 그룹을 위한 식단뿐 아니라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개인을 위한 영양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다이어트를 진행 중이거나 근육 만들기를 한다면 이에 맞는 식단을 설계할 수 있다.
특정 식재료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카페인에 예민하거나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등 개별 특성을 고려하고 음식에 대한 기호까지 더하면 개인만을 위한 레시피가 탄생한다.
박재호 한국식품연구원 맞춤형식이연구단 단장은 “건강한 사람도 개인의 생활습관, 식습관, 유전체 특성, 장내미생물 특성, 생리대사 특성에 따른 개인 맞춤 식이를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며 “질병 발생 위험을 낮추거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거나 건강한 상태로 만드는 데 개인맞춤식단이 도움이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뇌 건강과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홍 교수는 ”바른 영양소 섭취는 뇌 건강과 직결된다“며 ”맞춤형 식단을 통해 뇌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면 스트레스 감소, 집중력 향상, 기분 개선 등 정신 건강 혜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맞춤식단을 짜려면 식품에 대한 정보는 물론 개인 정보 또한 필요하다. 식단 설계를 위해 필요한 개인 정보로는 체중·신장·나이·성별 등 기본 신체 정보, 체지방량·근육량·체질량지수·기초대사율 등 체성분, 건강 상태 및 병력, 알레르기 및 글루텐 불내증 등 식이 제한, 유전 정보, 식습관 및 식사 패턴, 식품 기호, 수면·운동 등 생활습관, 개인의 영향 목표, 스트레스성 폭식 등 정서적 특성 등이 있다.
박 단장은 “건강 관리를 위한 개인맞춤식단은 인체, 유전, 단백체, 대사체, 화학적 정보, 개인건강 및 섭취식이 정보, 생활패턴, 신체활동 등을 바탕으로 현재의 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판단해 구성한다”며 “여기에 개인의 기호를 고려하면 즐기면서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 ‘개인화’ 기술 + ‘식단’ 기술 통한 맞춤형식단 설계
식단 설계를 위해서는 푸드테크 기술도 필요하다. 개인정보보호 사항이나 데이터 분석 기술의 투명성과 정확성을 보장하면서 ‘개인화’와 ‘식단’이라는 두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기술이다.
개인화 관련 기술은 개인의 건강 및 영양 상태, 음식 기호도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기술이다. 홍 교수는 “건강검진 데이터, 인바디, 웨어러블 데이터를 연동하고 유전자 분석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필요한 섭취 영양소와 예방이 필요한 질병을 판단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이 선호하는 맛, 식감, 향미 등 음식의 관능적인 취향과 시간, 장소, 때에 맞는 맞춤 추천도 개인화 관련 기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식단 관련 기술의 경우 비대면으로 식단을 자동 생성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홍 교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임상영양사 등 전문가와 대면하는 방식은 전문적인 식단수립이 가능하지만 대면해야 한다는 불편함이나 높은 비용이 한계”라며 “질환이 있거나 강력한 다이어트를 원할 땐 대면 상담이 적합하지만 편의성과 저렴한 비용 등을 고려할 땐 AI 영양사와 같은 솔루션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비대면 자동화 기술과 서비스들은 설문 및 문진, 취향 분석을 기반으로 목적에 맞는 식단을 자동 생성한다.
앞으로 개인맞춤식단은 식품산업과 헬스케어산업을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식품연 맞춤식이연구단은 ‘맞춤형 식이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7000명 이상의 장내미생물 정보, 식이 정보, 혈액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고려대 식품생명공학과 바이오헬스데이터 연구센터는 푸드테크기업인 팜킷과 함께 AI 자동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손쉽게 간편식 등을 추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식품제조업체인 네슬레는 체중을 조절 중인 소비자들의 DNA를 연구해 건강 목표에 도달하도록 돕는 제품을 출시했고 일본 기업인 캔이트는 식품 라벨을 스캔하면 알레르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개인별로 각기 다른 식사 서비스를 제공받는 초개인화시대를 선도하려면 한국 역시 개인맞춤식단 푸드테크 분야의 기술적 도전과 기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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