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작업대출에 대한 소고
최근 모 국회의원 당선자의 자녀인 20대 학생이 모 금고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으로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한다. 소득이 전혀 없는 자녀가 11억의 고액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기업의 운용자금 용도의 대출을 받아서 거주 목적의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사용했다고 하니 소위 “이게 뭐지” 하는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더 나아가 사업자 용도로 대출받은 금원을 아파트 구입 자금으로 사용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는 식의 초기 반응을 접하고는 더욱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대출 용도에 맞게 자금을 사용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의 대출은 용도에 맞춰서 대출이 실행되고 이러한 용도에 따라 적합한 규제가 이루어지는데 크게 가계대출과 기업대출로 구분된다. 가계대출은 가계의 운영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대출을 의미하고 기업대출은 기업의 경영과 생산 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출의 성격에 따라 다른 규제 등이 적용되어 한정된 자금이 생산적인 분야로 적절하게 융통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계대출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LTV규제가 적용이 되나, 기업대출의 사업자주택담보 대출의 경우 LTV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대출 한도의 경우에도 가계주택담보대출에 비하여 사업자주택담보대출의 한도가 높게 책정되어 운용되고 있다.
이러한 규체 차익이 존재하다 보니 이를 회피해 자금을 많이 대출받기 위해서 서류 등을 조작할 니즈(needs)가 생기는 것이다. 소위 이러한 “용도 외 대출”은 작업대출(허위서류를 이용한 대출)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용도 외 대출”을 위해서는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전문적으로 위조하고 대출을 중개하는 업자가 개입되어 있어 작업대출이라고 하는 것이다.
작업대출의 형태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금감원은 작업대출의 유형을 4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① 4대 보험 서류 및 재직증명서를 조작하여 무직자가 유직자로 둔갑하여 일어나는 대출 ② 대출한도 상향을 위해 급여 서류 등을 위조 및 변조하여 이루어지는 대출 ③ 급여통장 등 위·변조를 통해 저신용자 또는 대출 부적격자에게 이루어지는 대출 ④ 임대차계약서, 사업자등록증 등을 위·변조하여 받는 고액 대출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것은 앞의 ④ 유형으로 대출모집인 등 ‘작업대출업자’가 사업자가 아닌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둔갑시켜 대출액을 늘려주고 주택담보대출로 우회해 금융권 자금을 편법으로 이용할 수 있게 알선하는 행위이다. 대출모집인 등으로 구성된 작업대출 조직은 SNS 등을 통해 가계대출을 받기에는 주택의 담보가치가 부족하거나, 사업자대출이 어려운 차주 등에 대하여 견적서나 세금계산서 등 관련 서류를 위·변조하여 사업자대출로 위장하는 방법으로 부당 작업대출을 주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출 관련 서류의 위조 및 변조 등에 가담한 대출신청자도 불법 대출에 가담한 공범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대출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서 모르는 경우가 있고, 사회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층이 연루된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아쉬움을 넘어서 안타까움이 앞선다. 그러면 작업대출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무엇보다도 생산적 용도로 사용되어야 할 자금이 개인의 주택 구입 용도 등으로 사용되어 금융의 자금 공급 기능을 저하시킨다. 희소한 자금을 공급자로부터 수요자에게 효율적으로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 금융의 본질적인 역할인데 작업대출은 생산 현장에 투입돼야 할 자금이 주택구입자금으로 둔갑하는 등 분배의 비효율성을 야기하게 되어 국가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훼손한다.
둘째, 각종 규제 특히 가계대출 관련 규제를 형해화 할 수 있다. 가계대출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사업자주택담보대출로 부당하게 취급됨에 따라 LTV 한도, 대출취급 한도, DSR 등 가계대출 관련 규제를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금융회사의 대출 부실위험 증가 및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있다. 향후 부동산 경기 하락과 더불어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경우 담보가치 하락 및 이자부담 증가로 인한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상존하는데, 사업자주택담보대출은 LTV 규제(40% 이하)를 적용 받지 않음에 따라 작업대출을 통해 高 LTV 대출이 과다 취급될 가능성이 있다. 사업자주택담보대출의 대손충당금 요적립률이 가계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낮아, 대손충당금이 과소 적립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이로 인해 부실 채권의 증가나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업대출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로 금융권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사업자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등 지속적으로 개인사업자대출이 가계자금으로 ‘용도 외 유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작업대출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은행연합회의 ‘자금 용도 외 유용 사후점검기준’을 개선했고, 신협 등 상호금융업권에 대한 ‘자금 용도 외 유용 사후점검 기준 표준안’을 마련하고 2018년 10월1일부터 전면시행 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새마을 금고도 2018년 10월부터 내규 및 대출약정서 개정을 통해 작업대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작업대출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2020년, 2022년 및 2023년에 강도 높은 검사를 추진해 작업대출에 연루된 저축은행을 적발했다. 특히 2020년에는 사회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작업대출업자에게 대출금의 약 30%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위조된 소득증빙서류를 제출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실을 적발하고 금융 소비자 경보를 발동해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2023년도에는 ‘개인사업자 관련 작업대출방지를 위한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기준 표준(안)’을 제정 및 시행했다.
이렇게 부작용이 많은 작업대출이 당국 및 금융권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출 신청자의 절박한 심정과 이를 악용하려는 작업대출업자의 이기심과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점은 작업대출시 선취 이자를 지급하고 고금리의 이자를 납부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대출 신청자가 대출의 온전한 이익을 향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작업대출에 가담하거나 연루된 경우 작업대출업자 뿐만 아니라 대출신청자도 공범이 되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고,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되어 금융거래가 제한되며, 취업시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형법’상 처벌 수준은 공문서 등의 위조·변조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사문서 등의 위조·변조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사기로 처벌을 받는 경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오늘은 작업대출의 개념, 현황, 문제점 등에 대해서 핵심 위주로 살펴봤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업대출의 부작용이 매우 크고 명백한 불법 대출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업대출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금융회사 내부자와 공모 및 결탁하여 은밀하게 대출이 이루어지는 등 점차 조직화되고 있다.
또한, 그 규모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적인 작업대출에 연루된 관계자에 대해선 엄격한 처벌 등을 통해 사회 규율이 정립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자금의 투명하고 원활한 융통과 특히 서민금융의 활성화 등을 통해 작업대출이 사라지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해 본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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