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하루 만에 ‘원포인트’ 임무 완수!

[뉴스 큐레이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이 2024년 7월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나란히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공영방송 이사회 재구성을 위한 ‘원포인트’ 인사라는 예측은 벗어나지 않았다. 2024년 7월31일, 단 하루 동안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부터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한국방송(KBS) 이사 선임안 의결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31일 아침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위원을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이들은 임명장 수여와 현충원 참배도 생략하고 곧바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했다. 취임식이 오전 11시 열렸는데,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6시간 뒤인 오후 5시 전체회의를 열고, 오후 9시쯤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취임식을 한 지 10시간 만이다.

방문진 이사엔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티브이(TV)조선 시청자위원, 윤길용 전 울산문화방송 사장, 이우용 전 문화방송 라디오본부장, 임무영 변호사, ‘드루킹 사건’ 특별검사를 지낸 허익범 변호사가 임명됐다. 한국방송 이사회엔 권순범 현 이사, 서기석 현 이사장,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이 추천됐다. 방문진 이사는 방통위가 바로 임명하지만, KBS 이사는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방문진 이사회 구성이 중요한 이유는 MBC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장에겐 MBC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인사권이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취임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정권에 비판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기자나 피디들을 비제작부서로 보내고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파업에 나섰다 비제작부서로 ‘유배’를 간 경험이 있는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사장의 인사권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이동관 전 위원장 시절부터 이어져온 방송장악의 마무리 수순이다. 이 전 위원장 재임 시절 KBS 이사진 교체 작업을 거쳐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KBS 사장으로 임명됐고, 와이티엔(YTN) 민영화를 위한 초석을 깔아뒀다. 김홍일 전 위원장은 YTN 매각을 승인했고, MBC 장악을 위한 초석인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한 뒤 물러났다. ‘2인 체제’ 의결→야당의 탄핵 시도→자진사퇴를 반복해온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 바통을 이어받아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임무를 ‘완수’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6개 야당은 8월1일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동발의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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