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인데?' 153㎞ 냅다 꽂아 삼진, 19살 괴물루키 배짱투…"도망가지 않고 승부"

김민경 기자 2024. 8. 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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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김택연 ⓒ 연합뉴스
▲ 8회 승부처에서 두산 베어스 마무리투수 김택연 상대로 헛스윙 삼진에 그친 뒤 아쉬워하는 KIA 타이거즈 김도영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KBO 최고 타자니까. 그냥 도망가려 하지 않고 그래도 승부를 하려고 했던 게 결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두산 베어스 마무리투수 김택연(19)은 또 한뼘 성장해 있었다. 김택연은 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1-0으로 앞선 8회말 1사 1, 2루 위기에 등판했다. 불펜에 더는 몸을 푸는 투수가 없었다. 김택연에게 남은 아웃카운트 5개를 모두 책임지라는 벤치의 메시지가 담긴 교체였다. 김택연은 1⅔이닝 31구 1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시즌 12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벤치의 기대를 200% 충족한 호투였다. 두산은 1-0으로 신승하면서 3연승을 질주해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김택연다운 투구 내용이었다. 김택연은 인천고를 졸업하고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을 때부터 묵직한 직구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19살 어린 투수가 시속 153~154㎞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는데, 회전수가 워낙 좋아 타석에 공을 지켜보는 타자들에게는 조금 더 빠르게 느껴지는 강속구가 강점이다. 두산 안방마님 양의지는 "(김)택연이 직구는 누구한테도 밀리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칭찬했다.

김택연은 이날 31구를 던지면서 직구만 26개를 던졌고, 슬라이더는 5개만 섞었다. 정면승부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세웠고, 그 전략은 완벽히 통했다. 투구분석표에 따르면 김택연이 직구 구속은 최고 151㎞, 평균 150㎞로 찍혔는데, 투구 추적 장치로 '호크아이'를 쓰는 KIA 홈구장 자체 측정 구속으로는 154㎞까지도 나왔다. KIA 강타자들에게 묵직한 직구로 맞서는 루키에게 관중들은 연신 환호했다.

1-0으로 앞선 8회말 두산은 최대 위기였다. 좌완 이병헌이 이창진과 최원준을 차례로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 2루 위기에 놓인 가운데 두산은 우완 홍건희로 투수를 교체했다. 홍건희의 초구에 홍종표가 희생번트를 시도했는데, 이 공이 포수 머리 위로 높게 뜨면서 뜬공이 됐다. 여기서 두산은 바로 김택연을 붙였다. 타석에는 역대 최연소 30홈런-30도루까지 홈런 2개를 남겨둔 김도영이 들어섰다. 김도영은 MVP 시즌을 보내고 있는 만큼 분명 조심해야 할 타자였다.

김택연은 리그 최고 타자와 붙어도 거침없었다. 김도영을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시속 153㎞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면서 큰 산을 넘었다. 다음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 역시 볼카운트 2-2에서 시속 153㎞짜리 직구로 헛방망이를 이끌면서 삼진으로 잡았다.

8회는 깔끔하게 위기를 넘겼지만, 9회는 다소 고전했다. 김택연은 선두타자 나성범을 볼카운트 1-2에서 시속 154㎞짜리 빠른 공으로 헛스윙 처리하면서 삼진 퍼레이드를 이어 갔다. 1사 후에 서건창을 사구로 내보내긴 했지만, 박찬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만 남겨뒀다.

2사 1루에서 한준수와 승부가 가장 위험했다. 김택연은 한준수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몰리는 바람에 장타를 허용할 뻔했는데, 우익선상 밖으로 타구가 뻗으면서 파울이 됐다. 파울라인 안쪽으로 들어왔다면 1-1 동점이 될 뻔했다. 결국 김택연은 한준수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아 2사 1, 2루 위기에 놓였지만, 다음 타자 이창진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경기를 끝냈다.

김택연은 5아웃 세이브 등판 상황과 관련해 "그 상황 자체에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확실히 득점권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김도영 형이랑 소크라테스가 나왔기 때문에 진짜 그냥 승부한다는 마음으로 올라갔다. 진짜 둘 다 한 방이 있고, 클러치 상황에 워낙 잘 치는 타자들이라 더 신경을 써서 던졌던 것 같다. 아웃카운트 5개에 부담이 있기 보다는 그냥 맡은 임무에 맞게 잘 던지려 했다"고 말했다.

첫 타자 김도영과 승부에 중점을 뒀다. 김택연은 "KBO리그 최고 타자고, 빠른 공을 잘 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근데 내 장점이 직구라서 피해 가는 투구보다는 그냥 장점을 살려서 투구를 하려 했다. 그냥 도망가려 하지 않고 그래도 승부를 해보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진짜 직구를 워낙 잘 치는 팀이고 저번에 (KIA에) 맞은 적도 있어서 조금 부담감이 있었는데 잘 이겨낸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 두산 베어스 김택연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김택연 ⓒ 두산 베어스

두산은 직전 경기였던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에서는 30-6으로 이기면서 KBO리그 역대 최다 득점 신기록을 작성했는데, 이날은 단 1득점에 그치는 바람에 투수 운용이 빡빡할 수밖에 없었다.

김택연은 "벤치에서 몸 풀 때도 '1점만 더 내라, 1점만 더 내라'하고 있었다. 한 방이 있는 팀이기 때문에 딱 한 방으로 동점이 될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렇게 1점이라도 더 내라고 기도를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막았고 이겨서 스윕했으니까 좋다"고 답하면서 양쪽 엄지를 들었다.

9회 한준수에게 파울타구를 허용했을 때가 최대 위기였다. 김택연은 당시 장타를 직감하고 마운드에서 주저앉기도 했다. 그는 "슬라이더를 맞자마자 장타 코스인 것은 알았다. 제발 파울라인으로 나가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나가서 큰숨을 쉬었던 것 같다. 맞는 순간 누가 봐도 장타성 타구였기 때문에, 순간 실투인 것을 나도 알았다. 낮게 던져야 하는 공인데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그 공을 소크라테스한테 던졌으면 더 위험했을 것이다. 큰일 날 뻔했다. 처음에 홈런인 줄 알았다"고 이야기했다.

파울이 된 뒤에는 심기일전했다. 김택연은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실투를 놓쳐서 파울이 나온 것이니까. 또 다른 실투만 던지지 않으면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투 2개를 던져서 (한준수와는)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한 것 같다"고 했다.

권명철 투수코치와 포수 김기연은 그런 김택연을 다독이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택연은 "자신 있게 승부하자고, 직구로 붙으라고 했다. 1스트라이크에서도 (김)기연이 형이 내가 변화구 사인을 냈을 때 계속 직구 던지자고 했다. 그래서 2스트라이크를 선점할 수 있었던 것 같고, 마지막 이창진 타자를 상대할 때도 계속 기연이 형이랑 마운드 위에서 소통하면서 믿음이 있었다. 올라와서 마음을 다스려줬다. 조금 땀이 많이 나서 힘들었지만, 잘 이겨낸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시즌 도중 마무리투수가 된 김택연은 KBO 역대 고졸신인 최다 세이브 신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기록 보유자는 2006년 롯데 나승현으로 16세이브를 기록했다. 김택연이 앞으로 5세이브만 더 하면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김택연은 "안 아프고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이렇게 안 아프고 지금처럼 하나하나 (세이브가) 쌓이다 보면 도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많이 남았다. 한두 개 남아야 실감 날 것 같다"고 답하며 웃었다.

김택연은 이날 김도영을 비롯한 KIA 강타자들과 정면승부에서 배웠듯 앞으로도 자신의 직구를 믿고 덤비려 한다. 그는 "내 장점은 직구다. 누가 나와도 일단 직구로 승부할 것이고 내가 맞으면 그냥 내가 부족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직구가 맞아 나갔다고 해서 직구가 안 좋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타자가 잘 쳤다고 생각하려 한다"고 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왜 "19살인데 39살 같다. 애늙은이 같다"고 했는지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이었다.

▲ 두산 베어스 김택연(왼쪽)과 이승엽 감독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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