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피해 야생동물로 간 코로나 바이러스…인간에게 다시 돌아올까

곽노필 기자 2024. 8. 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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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인간 거주지에 가까운 야생동물 6종서 발견
대유행때 계통과 유사…사람에서 전파된 듯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사람이 많은 지역 가까이 사는 동물 집단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조사 대상 동물 가운데 하나인 주머니쥐. 버지니아공대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인간 거주지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야생동물 집단에 널리 퍼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년여간 인간 세상에서 활개를 치다가 백신의 포위망이 좁혀 들어오자 야생동물 세상으로 몸을 피해 새 둥지를 튼 격이다.

미국 버지니아공대 연구진은 버지니아 지역에 많이 분포하는 23종의 야생동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종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5종에서는 이전 감염으로 인해 생긴 항체가 발견됐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인 동물은 사슴쥐, 버지니아주머니쥐, 너구리, 마멋(다람쥐과), 동부솜꼬리토끼, 동부붉은박쥐 6종이다. 이들은 2021년 미국 캐리생태계연구소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수용체 단백질(ACE2) 구조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분석한 포유류 5400종의 코로나19 감염 위험 목록에서 최상위권에 올라 있는 동물들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특히 검출 비율이 종에 따라 40~60%에 이를 정도로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도시 지역에서 외딴 황무지에 이르기까지 인간 접촉 정도가 다양한 지역의 동물을 분석 대상으로 골랐다. 분석 시료는 버지니아주에서 포획됐다가 풀려났거나 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야생동물의 코와 구강에 면봉을 넣어 확보했다.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 야생동물에서 검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팬데믹 당시 퍼져나갔던 변종과 매우 가까운 계통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서 야생동물로 전파됐음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그 근거로 하이킹 코스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공공장소에서 가까운 곳에 서식하는 동물한테서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검출된 점을 들었다. 사람이 많은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바이러스 검출 비율이 최대 3배 더 높았다.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지역이 종간 전파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은 포유류로 분류된 흰꼬리사슴. 케리생태계연구소 제공

새로운 변이도 출현…더 위험하게 변할 수도

연구진은 한 주머니쥐에서 확인된 바이러스의 경우, 지금까지 보고된 적이 없는 새로운 변이라는 점에도 주목했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을 순환하며 새로운 돌연변이를 일으킬 경우, 더 위협적이고 전염성도 강해져 향후 이에 대응할 백신 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동물에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만큼, 야생 동물과의 일반적인 접촉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칼라 핀키엘스타인 교수(생물학)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서 야생동물로 옮겨가는 것은 마치 히치하이커가 더 좋은 새 차로 갈아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인데, 백신으로 무장한 인간의 몸보다는 방어막이 허술한 동물 몸이 생존을 위한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생동물한테서 검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북미의 흰꼬리사슴과 북유럽의 밍크에서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많이 나왔다. 조지프 호이트 교수(생물학)는 “그러나 지금까지의 연구는 주로 흰꼬리사슴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사람과 가까운 야생동물 집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이를 확인한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러스는 어떤 경로를 통해 인간한테서 동물로 넘어갔을까? 연구진은 폐수를 통해 전파됐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쓰레기통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버지니아주에서 초점을 맞췄지만, 바이러스가 검출된 종들은 북미 전역에 분포해 있는 야생동물이다. 연구진은 “따라서 다른 지역의 사람 거주지 인근에서 볼 수 있는 야생동물도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467-024-49891-w
Widespread exposure to SARS-CoV-2 in wildlife communitie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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