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우주정복론’에 인류는 속고 있다[북리뷰]
아메데오 발비 지음│장윤주 옮김│황호성 감수│북인어박스
머스크·베이조스 등 억만장자들
로켓·유인우주선 개발나섰지만
화성 최저기온 영하 150도 달해
비행때 노출되는 방사선도 극심
우주 진출 위한 많은 연구 덕에
지구의 소중함 증명된 아이러니
우주 정복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SF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비롯해 드라마 ‘스타트렉’과 크리스토퍼 놀런의 ‘인터스텔라’가 그 상상도에 가까웠다면 최근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 등 세계적인 갑부들의 행보는 우주 진출이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러나 꿈에 부푼 이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SF 소설과 영화, 민간우주선의 발사 성공 소식에 가려져 그 목적지인 화성의 기후와 환경, 그 여정에 대해서 간과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 이탈리아의 천체 물리학자인 아메데오 발비의 결론은 간단하다. 책의 제목 그대로 ‘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우주 이주 프로젝트는 이미 20세기에 시작됐다. 어쩌면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순간부터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서 가능성의 씨앗이 싹텄을지도 모른다. 책에 따르면 인간을 화성으로 보내겠다는 이야기는 이미 1970년대부터 나오고 있었다. 1990년대 초 미국의 항공우주공학자 로버트 주브린은 적은 비용과 절차로 화성으로 향하는 ‘마스 다이렉트’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 등장한 네덜란드 민간 기업인 ‘마스 원’은 화성으로의 편도 여행을 계획하고 우주선 승무원 지원자까지 모으기도 했다. 다만 ‘마스’라는 이름을 단 모든 계획은 나사(미 항공우주국)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등 전문 기관들에 의해 실현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테슬라의 CEO인 ‘괴짜 천재’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는 조금은 성과를 냈다. 로켓 개발에 집중하고 우주 운송 비용을 줄임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화성에 영구적이고 자급자족하는 정착지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스페이스X는 지구 저궤도에 액체 추진 로켓을 발사한 사상 첫 민간 회사가 됐다. 이후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선 개발부터 유인우주선 발사까지 연이어 들려오는 성공 소식 때문에 잊힌 중요한 사실들을 책은 짚어낸다.
화성은 1950년대 당시만 해도 막연하게 ‘건조하고 험한 지구’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실상은 평균 온도는 영하 60도 정도에 최저는 영하 150도에 달하는 혹독한 기후를 가지고 있으며 대기의 밀도가 낮아 고도가 높아지면 온도의 변화 폭이 매우 크다. 화성 표면에 서 있는 사람은 발밑은 쾌적해도 머리 보호구는 얼어붙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기후만이 제약이 아니다. 지구와 화성은 5500만㎞ 떨어져 있는데 이는 현재 기술로는 최소 9개월 이상의 우주 비행을 통해 다다를 수 있다. 이 기간 우주선 속 인류는 인간이 지구 표면에서 매년 받는 양의 100배 이상의 우주방사선에 노출된다.
인류가 기후에 가로막혀 정복하지 못한 사례는 이미 지구 내에도 있다. 인간이 정착하지 못한 유일한 대륙인 남극이다. 남극점 인근에는 3개의 영구 내륙 기지가 있지만 희박한 대기와 건조한 기후, 영하 80도까지 내려가는 기온으로 남극에는 제대로 된 도시조차 건설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화성에 비하면 사소한 수준의 어려움이다.
물론 우주 진출을 위한 노력이 전부 헛된 것은 아니다. 우주 연구와 우주 탐구는 환경과 기후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도 했다. 20세기 중반 금성의 뜨거운 대기 온도를 이해하기 위해 처음으로 행성 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만드는 효과에 관한 정밀 연구가 진행됐고 화성 연구를 통해 두꺼운 대기나 자기장에 의해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는 행성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저자는 태양계 내 모든 소행성의 위치와 속도를 향후 수십 년 안에 알게 될 것이고 덕분에 소행성 충돌과 같은 재앙을 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구를 탈출하기 위한 연구들이 지구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다.
책이 우주 이주에 대해 던지는 수많은 ‘비관’은 우리가 사는 지구에 대한 ‘낙관’으로 돌아온다. 태양과 너무 가까워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수성, 지표면 온도가 500도인 금성, 그리고 험난한 화성의 사이에 있는 우리 행성 ‘지구’는 떠나기엔 너무나 안전한 행성이다. 1960년대 인기 드라마였던 ‘스타트렉’의 주인공 캡틴 커크는 광활한 우주를 누비며 인류를 우주 진출의 꿈으로 부풀게 했다. 그러나 캡틴 커크를 연기한 배우 윌리엄 섀트너가 지난 2021년 10분간의 우주 비행 후 남긴 말은 이와 정반대다. “아래에는 생명이 있고, 저 위에는 죽음만이 있었다.” 260쪽, 1만7500원.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준석 “尹 너무 과소평가했다…내 예측 틀려”
- [속보]‘장검 살인’ 피의자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횡설수설
- 박나래, ‘나혼산’ 하차? “아이 낳고싶어, 결혼 알아보는 중”
- ‘10억 로또’ 동탄롯데캐슬 1가구에 294만명…사상 최고
- 하니예 암살 방법은?…“미사일·드론아닌, 숙소에 두달전 미리 설치한 폭탄으로” NYT보도
- “포옹 190원, 뽀뽀 1900원” 여친대행 서비스 길거리 등장에…中 SNS서 논란
- “우리 대대 3대 엉덩이”…병사가 여성상관 성적 모욕했는데도 선고유예
- ‘두 방’, 46초 만에 울며 기권… ‘XY’ 염색체 선수 여성 복싱 출전 논란
- 전북대 32만여 명 개인정보 유출…홍콩과 일본에서 해킹 공격
- ‘여직원 휴게실 몰카’ 서울교통공사 역무원…구속기소에 실직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