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의 히라노 격파 원동력은 위닝 멘탈리티…노쇠화 맞은 천멍과 4강전도 기대해! [비하인드 파리]
‘삐약이’ 신유빈(20·대한항공·8위)은 2024파리올림픽에서 팀 동료 임종훈(27·한국거래소·14위)과 함께 혼합복식 동메달을 합작하며 개인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탁구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가져온 이 기세를 이어가면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14위), 이은혜(29·대한항공·42위)와 출전하는 여자단체전에서도 메달 신화를 쓸 공산이 크다.
여자단체전에 앞서 여자단식에서도 승승장구하며 파리올림픽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 1일(한국시간) 사우스파리아레나에서 벌어진 파리올림픽 여자단식 8강에서 ‘난적’ 히라노 미우(일본·13위)를 게임스코어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으로 돌려세우며 기세를 높였다.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현 대한탁구협회장 이후 20년 만의 올림픽 단식 4강 진출이다.
1~3게임을 잇달아 따내고도 4~6게임을 연거푸 내줬고, 7게임 승부도 듀스까지 흘러가며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히라노는 과거 오광헌 한국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이 일본주니어대표팀 감독 재임 시절 키워낸 세계적 선수다. 유망주 시절엔 현재 일본 에이스 하야타 히나(5위)보다도 더 높게 평가받았다. 강적을 맞아 혹독한 상황에서 거둔 승리이기 때문에 신유빈이 승리 직후 눈물을 펑펑 쏟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이날 신유빈의 승리 원동력으로 ‘멘탈’을 꼽았다. 과거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7게임에서 무너졌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전보다 단단해진 멘탈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4~6게임에서 기세가 오른 히라노를 7게임에서 어떻게든 틀어막은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고교생 시절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송 코치는 이번 대회 기간 개인 사비로 파리에 와 신유빈의 경기를 분석하고 있다. 각 종목별 AD카드가 적게 발급된 탓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주세혁 남자대표팀 감독과 황성훈 코치, 오 감독, 석은미 여자대표팀 코치만 대회에 참가했다. 선수 역시 P 멤버(예비 멤버) 안재현과 김나영이 AD카드를 발급받지 못해 선수촌에 입소하지 못했다. 경기장 벤치에도 앉을 수 없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실정이다.
송 코치는 그 동안 신유빈의 서브를 높게 평가했다. 이게 현재 국제대회에서 주효한 무기로 자리 잡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송 코치는 “세계 혼합복식의 트렌드는 ‘왼손잡이 남자-오른손잡이 여자’ 조합이다. 오른손잡이 여자선수는 몸통의 회전각도 상 서브가 강해야 하며, 왼손잡이 남자선수는 백핸드 리시브가 좋아야 한다”며 “유빈이의 서브는 세계여자선수 중 정상급이다. 종훈이는 서브가 평범해도 백핸드 드라이브(치키타)가 좋다보니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공 궤적 차이만 주목했지만, 현재는 선수들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고려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배드민턴과 달리 탁구는 리시브를 번갈아가면서 해야하다보니 첫 리시브를 한 선수가 이후 동료의 리시브를 위해 비켜줘야 하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며 “‘왼손잡이 남자-오른손잡이 여자’ 조합은 리시브 동선이 단순해 공수 양면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 코치의 말처럼 왕추친-쑨잉샤(중국·1위), 웡춘팅-두호이켐(홍콩·4위), 린윤주-천쓰유(대만·7위) 등 대다수 혼합복식 톱랭커들은 ‘왼손잡이 남자-오른손잡이 여자’ 조합이다. 그들 사이에서 신유빈은 강한 서브를 앞세워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으니 높은 국제경쟁력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중국탁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도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탁구연맹(ITTF)이 주요 참가국에 여자단식 쿼터를 2장씩 배정했다. 이를 두고 각 국은 저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렀는데, 중국은 쑨잉샤(1위)와 천멍이 왕만위(2위)와 왕이디(3위)를 제치고 파리행 티켓을 얻었다”며 “이에 왕만위의 탈락을 놓고 중국에서 꽤나 잡음이 있었던 걸로 안다. 기량과 최근 실적 모두 왕만위가 더 나은데, 노쇠화가 온 천멍을 선발전 성적만 보고 뽑은 게 무리수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귀띔했다.
신유빈은 천멍까지 꺾으면 이번 대회 메달을 1개 더 추가할 수 있다. 3일(한국시간) 자정 같은 장소에서 펼쳐질 파리올림픽 여자단식 4강전에 한국탁구계는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다.
파리|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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