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의 히라노 격파 원동력은 위닝 멘탈리티…노쇠화 맞은 천멍과 4강전도 기대해! [비하인드 파리]

파리|권재민 기자 2024. 8. 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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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이 1일(한국시간) 사우스파리아레나에서 벌어진 2024파리올림픽 탁구 여자단식 16강에서 히라노 미우를 게임스코어 4-3으로 돌려세운 뒤 기뻐하고 있다. 대회 혼합복식 동메달 획득 이후 한층 더 강해진 멘탈을 앞세워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평가다.파리|뉴시스

‘삐약이’ 신유빈(20·대한항공·8위)은 2024파리올림픽에서 팀 동료 임종훈(27·한국거래소·14위)과 함께 혼합복식 동메달을 합작하며 개인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탁구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가져온 이 기세를 이어가면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14위), 이은혜(29·대한항공·42위)와 출전하는 여자단체전에서도 메달 신화를 쓸 공산이 크다.

여자단체전에 앞서 여자단식에서도 승승장구하며 파리올림픽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고 있다. 1일(한국시간) 사우스파리아레나에서 벌어진 파리올림픽 여자단식 8강에서 ‘난적’ 히라노 미우(일본·13위)를 게임스코어 4-3(11-4 11-7 11-5 7-11 8-11 9-11 13-11)으로 돌려세우며 기세를 높였다.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현 대한탁구협회장 이후 20년 만의 올림픽 단식 4강 진출이다.

1~3게임을 잇달아 따내고도 4~6게임을 연거푸 내줬고, 7게임 승부도 듀스까지 흘러가며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히라노는 과거 오광헌 한국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이 일본주니어대표팀 감독 재임 시절 키워낸 세계적 선수다. 유망주 시절엔 현재 일본 에이스 하야타 히나(5위)보다도 더 높게 평가받았다. 강적을 맞아 혹독한 상황에서 거둔 승리이기 때문에 신유빈이 승리 직후 눈물을 펑펑 쏟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이날 신유빈의 승리 원동력으로 ‘멘탈’을 꼽았다. 과거 비슷한 상황이었다면 7게임에서 무너졌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전보다 단단해진 멘탈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4~6게임에서 기세가 오른 히라노를 7게임에서 어떻게든 틀어막은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신유빈(왼쪽)은 임종훈과 2024파리올림픽 혼합복식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탁구에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가져왔다. 혼합복식 성공의 필수조건인 ‘오른손잡이 여자선수의 강한 서브’를 갖춘 그는 여자단식에서도 메달 수확을 노린다. 파리|뉴시스
특히 신유빈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송효동 대표팀 전력분석코치는 “(임)종훈이와 혼합복식 동메달을 따낸 게 위닝 멘탈리티로 이어진 것 같다.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마침 (신)유빈이의 어머님도 파리에서 응원을 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다. 이 또한 멘탈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교생 시절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송 코치는 이번 대회 기간 개인 사비로 파리에 와 신유빈의 경기를 분석하고 있다. 각 종목별 AD카드가 적게 발급된 탓에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주세혁 남자대표팀 감독과 황성훈 코치, 오 감독, 석은미 여자대표팀 코치만 대회에 참가했다. 선수 역시 P 멤버(예비 멤버) 안재현과 김나영이 AD카드를 발급받지 못해 선수촌에 입소하지 못했다. 경기장 벤치에도 앉을 수 없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실정이다.

송 코치는 그 동안 신유빈의 서브를 높게 평가했다. 이게 현재 국제대회에서 주효한 무기로 자리 잡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송 코치는 “세계 혼합복식의 트렌드는 ‘왼손잡이 남자-오른손잡이 여자’ 조합이다. 오른손잡이 여자선수는 몸통의 회전각도 상 서브가 강해야 하며, 왼손잡이 남자선수는 백핸드 리시브가 좋아야 한다”며 “유빈이의 서브는 세계여자선수 중 정상급이다. 종훈이는 서브가 평범해도 백핸드 드라이브(치키타)가 좋다보니 세계무대에서 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공 궤적 차이만 주목했지만, 현재는 선수들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고려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배드민턴과 달리 탁구는 리시브를 번갈아가면서 해야하다보니 첫 리시브를 한 선수가 이후 동료의 리시브를 위해 비켜줘야 하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며 “‘왼손잡이 남자-오른손잡이 여자’ 조합은 리시브 동선이 단순해 공수 양면에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 코치의 말처럼 왕추친-쑨잉샤(중국·1위), 웡춘팅-두호이켐(홍콩·4위), 린윤주-천쓰유(대만·7위) 등 대다수 혼합복식 톱랭커들은 ‘왼손잡이 남자-오른손잡이 여자’ 조합이다. 그들 사이에서 신유빈은 강한 서브를 앞세워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으니 높은 국제경쟁력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신유빈은 3일(한국시간) 사우스파리아레나에서 천멍(사진)과 2024파리올림픽 여자단식 4강전을 치른다. 최근 노쇠화가 뚜렷해 자국에서도 비판의 도마에 오른 천멍을 꺾고 결승에 오를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출처|WTT 공식 홈페이지
이제 여자단식 다음 상대인 천멍(중국·4위)과 맞대결만 바라보고 있다. 직전 대회인 2021년 2020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천멍은 올해 30대에 접어들며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탁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도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탁구연맹(ITTF)이 주요 참가국에 여자단식 쿼터를 2장씩 배정했다. 이를 두고 각 국은 저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렀는데, 중국은 쑨잉샤(1위)와 천멍이 왕만위(2위)와 왕이디(3위)를 제치고 파리행 티켓을 얻었다”며 “이에 왕만위의 탈락을 놓고 중국에서 꽤나 잡음이 있었던 걸로 안다. 기량과 최근 실적 모두 왕만위가 더 나은데, 노쇠화가 온 천멍을 선발전 성적만 보고 뽑은 게 무리수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귀띔했다.

신유빈은 천멍까지 꺾으면 이번 대회 메달을 1개 더 추가할 수 있다. 3일(한국시간) 자정 같은 장소에서 펼쳐질 파리올림픽 여자단식 4강전에 한국탁구계는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다.

파리|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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