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가맹점 줄줄이 '결제 중지' 선언…휴지 조각 된 상품권, 왜?

김형래 기자 2024. 8. 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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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오늘(2일)은 경제부 김형래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최근 티몬발 상품권 대란으로 피해자가 많이 늘고 있다는데 여기 보니까 티몬이 그동안 상품권을 굉장히 싸게 팔아왔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티몬은 약 두 달 전부터 5만 원짜리 해피머니 상품권을 4만 6천 원 안팎에 팔아왔습니다.

할인율로 보면 약 8% 정도인 건데, 통상 상품권의 온라인 할인율이 3% 정도인 걸 고려하면 사실 말도 안 되는 수치죠.

그러다 보니 이게 상품권 재테크 목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대량으로 구매한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문제는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이 상품권을 쓸 수 없게 돼버렸다는 겁니다.

[해피머니 상품권 피해자 : 가족들 것 다 합쳐서 5천만 원이 넘어요. 상품권을 사서 '상테크'를 하잖아요. 초반에 싸게 나와서 사놨어요. 사놨는데 갑자기 제휴 거래처가 다 일시 중지로 돼버려서….]

통상 소비자들이 티몬이나 위메프 같은 e커머스 플랫폼에서 상품권을 사서 사용하면, 해피머니 등 상품권 업체는 이들로부터 판매 대금을 받아 수수료를 떼고 실제 사용처인 가맹점에 지급하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티메프가 정산 대금 무기한 지급 정지를 선언하자 돈을 못 받을 걸 우려한 가맹점들이 줄줄이 결제를 중지했고, 결국 기껏 사 둔 상품권을 아예 쓸 수 없어진 겁니다.

특히 평소에 헌혈을 자주 하시는 분들은 한 번쯤 받아보셨을 텐데요.

적십자도 헌혈한 사람들에게 기념품으로 주기 위해 이 상품권 33억 원어치를 구매했다가 전부 무용지물이 돼 버렸습니다.

현재까지 소비자 피해액만 수천억 원이 넘는 걸로 추정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티몬은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서 적극적으로 이 상품권을 팔아왔던 것 같은데 이게 기업 입장에서 상품권 파는 게 돈이 되는 사업입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전자상품권 시장 규모를 보면 지난 2020년 4조 5천억 원 정도였던 판매액이 2021년에는 6조 1천억 원으로 늘어났고, 2022년에는 7조 5천억 원, 그리고 지난해는 아예 10조 원을 넘었습니다.

3년 사이 두 배 넘게 늘어난 건데, 그러다 보니까 기업 입장에서 상품권 판매는 소비자들에게 돈을 먼저 받아놓고 제품은 나중에 실제로 상품권을 쓸 때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그 차이만큼 유동성을 쌓아둘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할인이나 적립 등 각종 혜택까지 주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겁니다.

시청자분들도 아마 주변 사람들 생일에 스타벅스 카드 많이들 선물하실 텐데요.

이런 선불 충전식 전자상품권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스타벅스 카드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카드 등 상품권으로 충전해 둔 돈이 약 3천억 원 정도인데, 사실상 이 돈은 무이자 대출을 받은 거나 마찬가지죠.

스타벅스는 이 돈을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하면서 연간 수백억의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장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은 높은 할인률을 적용해서라도 상품권 판매를 늘려 현금을 당겨 쓰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티몬은 지난 5월 이후 할인 폭을 최대 10%까지 올리면서 대량의 상품권을 반복적으로 판매했고요.

지난 2021년 환불 대란을 일으킨 '머지포인트' 역시 20% 할인된 가격에 쓸 수 있다는 상품권을 팔면서 선결제 대금으로 돌려 막기를 했다가 1천억 원의 소비자 피해를 냈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 사실상 상품권이 종이조각이 됐잖아요. 소비자 피해가 너무 큰 상황인데 상품권 판매에 정부 규제는 없었던 겁니까?

<기자>

이번 '티메프' 사태로 이른바 '그림자 금융'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상품권이나 선불 충전금 제도를 운용하는 기업들은 금융 업체처럼 소비자 돈을 운용해 이익을 내지만, 사실상 규제는 적용받지 않는 업종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상품권 대란이 발생한 해피머니의 경우 판매 약관에 "별도의 지급보증 및 피해보상보험계약 없이 발행자의 신용으로 발행되었다"고 대놓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적자가 누적되는 자본잠식 상태인 데다 보증보험에도 들지 않았는데도 신용거래인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다음 달부터는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이 적용되는데, 이러면 연간 상품권 발행액이 500억 원이 넘는 업체들은 의무적으로 선불업자로 등록하고 충전금 잔액을 별도의 기관을 통해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법이 상품권 발행의 주체나 한도를 제한하는 법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누구나 인지세만 내면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건 그대로입니다.

현재 상품권은 발행 업체의 신용에만 의존하는 일종의 화폐인 만큼, 발행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자금 관리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형래 기자 mr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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