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美·서방, 냉전 이후 최대 규모 수감자 맞교환

김리안 2024. 8. 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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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가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수감자를 맞교환했다.

이번 수감자 교환 협상에는 미국과 독일, 러시아뿐 아니라 튀르키예, 폴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벨라루스도 관여했다.

로이터통신은 "수감자 맞교환 성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관계 개선을 이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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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PA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가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수감자를 맞교환했다.

서방과 러시아는 1일(현지시간) 각각 수감 중이던 24명을 동시에 석방해 수감자를 맞교환했다. 러시아는 이날 간첩 혐의를 받고 러시아에 수감 중인 월스트리트저널(WS)의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 등 3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모두 16명을 석방했다. 서방에서는 8명의 러시아 국적 수감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백악관에 따르면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를 포함해 미국 해병대 출신 폴 휠런, 자유유럽방송(RFE)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 등 3명의 미국인과 1명의 영주권자가 풀려났다. 이외에도 5명의 독일인과 러시아인 7명 등 그동안 러시아에 수감돼 있던 총 16명이 석방 대상자에 포함됐다. 러시아에서 풀려난 러시아인 중 대부분은 수감 중 사망한 러시아의 반(反)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측근들이다.

서방이 풀어준 러시아 국적자 8명 가운데는 독일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암살자 바딤 크라시코프가 포함됐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교환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번 수감자 교환 협상에는 미국과 독일, 러시아뿐 아니라 튀르키예, 폴란드,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벨라루스도 관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러시아 당국은 어떤 합법적 이유도 없이 이들을 오랜 시간 구금해 왔다"며 "3명의 미국인들은 모두 부당하게 간첩 혐의를 받았다"고 규탄했다. 이어 "이번 석방은 외교와 우정의 개가(凱歌)"라며 "동맹국의 도움 없이 이번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 여부에 대해선 "그와 직접 접촉할 필요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저녁 미국으로 돌아오는 석방자들을 직접 맞이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복잡한 막후 협상을 거쳐 도출된 이번 맞교환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외교적 승리"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억류된 미국인들을 모두 집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약속을 해 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19일 에반 게르시코비치에게 간첩 혐의를 이유로 징역 16년형을 선고했고, 같은 날 알수 쿠르마셰바에게도 6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에반 게르시코비치는 지난해 3월 취재 목적으로 방문한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연방보안국에 체포됐다. 러시아 검찰은 그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지시를 받고 군수 업체의 비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쿠르마셰바는 지난해 6월 이중국적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권을 압수당한 뒤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활동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러시아군 관련 허위 정보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폴 휠런은 간첩 혐의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로이터통신은 "수감자 맞교환 성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관계 개선을 이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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