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명체를 먹는다니" 놀라던 음식, 고급 요리로 탈바꿈한 사연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8.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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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모두 알다시피 꼬들꼬들한 식감과 톡 쏘는 겨자소스 맛이 조화를 이루는 해파리냉채(凉拌海蜇)는 중국 요리다.

다만 옛날 한국과 일본에서는 바닷가 마을이나 혹은 해산물에 익숙한 일부 식도락가들이 해파리를 먹었던 것과 달리 중국에서는 해파리를 냉채를 비롯해 다양한 고급 요리로 발전시켰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인데 여기에서도 특기할 만한 중국 역사와 음식문화사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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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중식삼림(中食森林)] 만주 귀족이 만든 식도락 해파리냉채

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모두 알다시피 꼬들꼬들한 식감과 톡 쏘는 겨자소스 맛이 조화를 이루는 해파리냉채(凉拌海蜇)는 중국 요리다. 해파리를 중국에서는 '하이저'라고 부르고 한자로는 해철(海蜇)이라고 쓴다. 철(蜇)이라는 한자는 전갈처럼 독침을 쏘는 벌레를 가리키는 글자다. 그러니 해철은 바다의 독충이라는 의미다.

해파리냉채. 출처 : 바이두

해파리는 거의 대부분 독성이 강해 먹을 수 없고 식용 해파리는 극소수에 불과한데 옛날 중국에서는 이런 식용 해파리를 어떻게 구분해 해파리냉채를 만들어 냈을까 감탄스러운데 그렇게 놀랄 것도 없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서도 진작부터 해파리를 먹었다.

우리만 해도 조선 후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해파리를 삶아 먹고 회로도 먹는다고 했고 서유구의 『전어지』에는 일부 어부들이 해파리를 잡으면 버리는데 심히 맛있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데쳐 먹으면 꼴뚜기와 맛이 비슷하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해파리를 쿠라게(くらげ)라고 부르는데 중세시대 무사의 식단에 해파리가 보인다고 하니 동아시아에서는 진작부터 식용 해파리를 선별해 음식으로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옛날 한국과 일본에서는 바닷가 마을이나 혹은 해산물에 익숙한 일부 식도락가들이 해파리를 먹었던 것과 달리 중국에서는 해파리를 냉채를 비롯해 다양한 고급 요리로 발전시켰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인데 여기에서도 특기할 만한 중국 역사와 음식문화사를 엿볼 수 있다.

재료로 다듬어진 해파리. 출처 : 바이두

먼저 중국에서는 언제부터 해파리를 먹었을까? 빠른 기록은 약 1,700년 전인 3세기 무렵이다. 삼국시대가 끝난 후 들어선 진(晉)나라 때 발행된 『박물지』에 보인다. 머나먼 이역 땅 바닷가 마을에서 먹는 특이한 해산물로 기록돼 있다. 주로 월(粤)나라 사람들이 먹는다고 했으니 지금의 광동성 일대다. 3세기 진나라 기준으로 보면 이역만리 낯선 이국땅에 해파리라는 듣도 보도 못한 생명체가 있는데 그곳 사람들은 그것을 음식으로 먹는다더라며 놀라는 수준이다. 이후에도 원명 시대까지는 광동, 복건 등 바다와 가까운 지방에서, 그것도 아는 사람만 아는 별미로 여겼다.

이랬던 해파리였는데 18세기 중국에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들어서면서 그 위상이 확 바뀐다. 머나먼 바닷가 마을에서 먹는 특이한 식재료에서 상류층들이 즐겨 찾는 고급 요리, 연회용 요리가 됐다.

해파리 요리의 위상 변화는 청나라 전성기 때의 문헌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18세기 중반에 나온 소설 『유림외사』에 부잣집 식탁에 차려진 음식 중 해파리 요리가 보인다. 비슷한 시기 강소성 일대 상류층의 요리를 기록한 『수원식단』에도 팔보육(八寶肉)이라는 이름의 요리가 수록돼 있는데 해파리를 돼지고기, 죽순, 표고버섯 등과 함께 참기름으로 요리한다고 적혀 있다. 해파리 요리가 만주 귀족과 부유층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1,700년 전부터 먹기는 했지만 중국에서 전혀 대접받지 못했던 해파리가 왜 청나라 때부터 고급 요리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일까? 그것도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그래서 해산물이라고는 구경도 제대로 못 했을 만주 여진족 출신의 청나라 귀족들과 한족 부유층의 관심을 받게 됐을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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