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친환경' 올림픽, 그린워싱 아닌가요? [스프]

안혜민 기자 2024. 8. 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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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센강 수질2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지난 1편에서는 2024 파리올림픽의 수영 일부 종목이 치러지는 센강의 수질을 데이터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1편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7YlD9J9miK8 ]

✏️ 1900년 첫 파리올림픽에선 센강에서 수영 경기가 치러졌습니다.
✏️ 하지만 산업화를 거치면서 센강의 수질은 수영 금지를 공표할 만큼 심해졌죠.
✏️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개선된 센강 수질을 알리기 위해 일부 수영 종목을 센강에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하지만 여전히 센강 수질은 문제가 많았습니다. EU와 세계수영연맹의 기준치를 넘기면서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 파리올림픽뿐 아니라 지난 도쿄올림픽, 리우올림픽에서도 수질 문제로 선수들은 피해를 봤습니다.

2편에서는 친환경과 올림픽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봤습니다.

'친환경' 타이틀 갖고 싶지만... 지속가능성 점수는 낙제점

파리올림픽뿐 아니라 여러 올림픽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지만, 올림픽 조직위에서는 항상 강행해 왔습니다. 자신들이 개최하는 올림픽에서는 환경 오염 우려를 불식시키고, 친환경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올림픽이 친환경에 목메는 이유는 어쩌면 올림픽이 친환경적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올림픽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단일 이벤트입니다. 그래서 항상 뒤따르는 게 올림픽 경기장 개발 비용 부담과 환경 파괴 이슈가 있죠. 올림픽의 환경 파괴가 심하다 보니 어떻게든 올림픽에서 친환경 이벤트를 선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지난 2021년 네이처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자료입니다. 논문에서는 1992년부터 2020년까지 개최된 역대 올림픽 경기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해 봤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이렇게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지속가능성을 분석해 봤는데, 1992년부터 2020년까지 개최된 올림픽들의 지속가능성 점수는 100점 만점에 48점에 불과합니다. 그중에서도 환경적 지속가능성 점수가 44점으로 가장 낮았어요. 경제 점수는 47점, 사회 점수는 51점으로 환경보다는 높았지만 낙제점인 건 마찬가지지만요.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지속가능성 점수는 점점 더 내려가고 있습니다.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올림픽만 계산하면 점수는 평균 53점이 나옵니다. 하지만 2010년 밴쿠버올림픽 이후의 올림픽만을 두고 계산하면 그 점수는 39점으로 뚝 떨어져 버리죠. 연구진은 평균 75점 이상을 받을 경우 지속가능성이 가장 높은 Green 등급으로 분류했는데, Green 등급으로 분류되는 올림픽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이 71.1점으로 가장 높았죠. 참고로 평창올림픽은 전체 7위를 차지했고, 2010년 이후 올림픽 중에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친환경 강조하는 2024 파리올림픽, 그린워싱 논란도

올림픽을 주관하는 IOC에서도 지속가능성과 환경 문제는 매우 중요한 화두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파리올림픽도 마찬가지죠.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역대 어느 올림픽 때보다 이번 올림픽이 친환경 올림픽이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일단 새 경기장을 짓지 않고 파리 곳곳의 랜드마크를 활용한 것도 친환경 올림픽의 일환입니다. 이번 파리올림픽, 패럴림픽 시설의 95%가 기존 시설과 임시 시설을 활용할 정도로 추가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게다가 여기에 사용되는 전기도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전기죠. 탄소를 줄이기 위해 저탄소 수송을 운영 중이고, 숙소엔 에어컨은 설치하지 않고 골판지 침대를 설치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양을 줄이기 위해 재사용 컵 사용도 의무화하고 있고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파리올림픽이 그린워싱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센강을 따라 입장한 선수들은 보트를 타고 있었는데, 이 보트가 탄소를 뿜어대는 내연기관 보트였거든요. 원래대로 그냥 걸어서 입장했으면 발생하지 않을 탄소가 센강 입장식 때문에 추가로 발생한 거죠. 또 파리 시내 경기장에서는 페트병이 반입 금지되었지만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는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받고 있습니다. 현재 코카콜라는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를 재사용 플라스틱 컵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의 피, 땀, 노력은 어디로

센강과 도쿄만을 올림픽에 활용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친환경 도시를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만큼 잘 활용해야겠죠. 주민들에게 한층 더 가까운 자연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친환경 도시라는 유산을 올림픽을 통해 구체화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준비가 잘 되어있어야 합니다. 준비 없이 강행할 경우 피해를 보는 건 오롯이 선수들, 나아가 주민들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파리는 파리올림픽 이후에도 센강 정화를 이어가 2025년에는 센강에 26개의 수영장을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삐걱대는 상황이라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친환경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동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파리올림픽에는 친환경이 아닌 그린워싱이라는 딱지가 붙게 될지 모릅니다.


다시 파리올림픽 트라이애슬론 경기 얘기로 돌아와 보면... 28일에도, 29일에도 훈련은 취소됐고, 30일 경기도 31일로 연기되었습니다. 그래도 여자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된 만큼 여전히 실낱같은 희망이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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