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방사성치료제' 도입한 이유는

김윤화 2024. 8.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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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라이프社 후보물질 개발권 등 7800억에 인수
경쟁약보다 약효 우수…"내달 사업계획 발표"

SK바이오팜이 RPT(방사성의약품 치료제)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이제 막 후보물질을 도입해 경쟁사보다 개발속도는 느리지만 강한 약효 등 차별성을 내세워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유럽과 중국에 본사를 둔 풀라이프테크놀로지로부터 RPT 후보물질 'FL-091'의 글로벌 개발과 판매권리를 도입했다. 개발이 진척됨에 따라 지급하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포함한 총 계약금액은 5억7150만달러(78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은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표적단백질분해(TPD), 세포·유전자치료제(CGT)와 함께 RPT를 선정하고 적극적인 투자계획을 밝혔다. RPT는 이제 막 개화한 시장으로 퍼스트무버(시장 선도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RPT는 암세포에 결합하는 리간드(수용체 특이 결합 물질)에 방사성 동위원소를 링커(접합물질)로 붙인 형태의 의약품이다. 리간드를 따라 암세포에 도달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높은 에너지의 방사성을 방출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원리로 암을 치료한다.

대표적인 RPT 치료제는 지난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스위스계 제약사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다. 지난해 플루빅토의 글로벌 매출액은 9억8000만달러(1조3400억원)로 전년대비 261% 성장했다.

이번에 SK바이오팜이 풀라이프사의 FL-091를 선택한 것은 약효 등에서 기존 치료제와 차별성이 있기 때문이다. FL-091은 대장암, 두경부암 등 고형암 세포에 주로 발현하는 NTSR1(뉴로텐신 수용체1)이라는 단백질에 결합해 향후 다양한 고형암종으로 적응증(치료범위)을 확대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실제 풀라이프사는 전임상시험에서 FL-091이 여러 암종에서 우수한 항암 효과를 낸 것을 확인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RPT 등의 신규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내는 방법)를 개발해 2026년까지 150억달러(20조5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지닌 빅바이오텍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사진=SK바이오팜

특히 FL-091은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자회사 퓨전파마슈티컬스의 경쟁약물인 'FPI-2059'보다 동일한 용량 기준으로 뛰어난 항암효과를 나타냈다. FPI-2059는 FL-091와 같이 NTSR1에 결합하는 리간드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인 약물로 현재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FL-091가 경쟁사의 약물보다 우수한 항암효과를 낸 이유는 NTSR1과 높은 결합 친화성이 꼽힌다. 현재 두 RPT 치료제는 모두 악티늄-225이라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고 있다. 악티늄-225는 플루빅토에 쓰이는 루테튬-177보다 질량이 크고 에너지가 센 알파입자를 방출한다. 암세포에 보다 강하게 결합하는 것이 약효나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악티늄-225는 강한 방사성 입자를 방출하고, 반감기(방사성 물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짧은 만큼 생산과 보관, 유통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SK바이오팜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미국계 원자력기업인 테라파워로부터 악티늄-225의 아시아 4개국(한국·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독점공급권을 확보했다. 또 한국원자력의학원과 악티늄-225 전용 생산설비 구축 등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SK바이오팜은 이밖에 필요한 시설 등을 구축해 원료공급부터 개발과 유통, 상업화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공급망)을 확보할 계획이다. 조만간 컨퍼런스콜을 열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퓨처앤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전립선암 치료시장은 지난해 109억2000만달러(14조9600억원)에서 연평균 8.5% 성장해 2033년 247억달러(33조7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번에 도입한 물질은 퓨전파마슈티컬스의 약물과 구조가 비슷하지만 여러 비교를 거쳐 성능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판단해 도입했다"며 "늦어도 다음 달 안으로 RPT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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