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장 "요양시설 종사자 처우 개선해야"
"건보공단 횡포에 고충 가중…견제기구 만들어야"
칠순 맞은 한노중…"국민께 실상 제대로 알릴 것"
(서울=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 "10년을 일해도 1년을 일한 직원과 월급이 10만원도 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제대로 돌보려면 요양보호사 등 직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지난달 16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한노중) 회장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에 높은 노동 강도 등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인해 구인난이 매년 악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1954년 한국양로사업협회로 출범해 올해 칠순을 맞은 한노중은 820여개 양로원(노인주거복지시설)·요양원(노인의료복지시설)이 가입된 비영리법인이다. 회원 단체 수는 전국 노인복지시설의 10% 정도지만, 돌보는 노인 숫자는 3분의 1에 육박한다.
한노중은 지난달 10일 연합뉴스와 노인복지 증진을 위해 상호 협력키로 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천만명을 초과, 초고령사회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노인복지시설을 통한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이 사회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다.
이와 관련, 권 회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에서 2008년부터 시행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노인 혹은 65세 미만 중에도 치매 등 노인성 질병으로 6개월 이상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목욕, 간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회보험제도다.
그는 "중증 상태로 들어온 어르신을 살뜰히 보살펴 요양 등급이 낮아지면 장기요양기관의 수입이 줄어드는 등 그 구조가 모순투성이"라고 꼬집었다.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시설 종사자에게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권 회장은 "2008년 당시 47.8세였던 요양보호사 평균연령이 61.7세까지 늘어나 '노노(老老) 케어' 현상이 고착됐다"며 "보험수가를 올리면 입소자 본인 부담금이 커지는 만큼, 현재 전체 재원의 20% 수준인 국고지원금을 상향, 적정수가를 보장해주는 것이 답"이라고 설명했다.
가족 요양보호사 등 명확한 관리·감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제도를 보완하거나 폐지해 새어나가는 구멍을 막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소정의 실습 과정을 거친 결혼이주여성 등을 요양보호사 보조 인력인 '요양보조사'로 활용하고, 5년 정도 경험을 쌓으면 요양보호사 자격을 주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권 회장은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해 "근본적 개혁이 시급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건보공단이 자의적으로 보험을 운영함으로써 장기요양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건보공단 등급판정위원회의 등급 심사가 일관성 없는 숫자놀음에 불과한 만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같은 '장기요양보험심사평가원'을 만들어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일변도'도 권 회장이 꼽은 건보공단의 문제점 중 하나이다.
"요양보호사가 옷가지 일부를 세탁기에 돌렸다고, 원장이 겨울철 따뜻한 밥을 따로 지었다고 '세탁물·급식 전량 위탁 위반'이라며 급여비용을 환수 당하는 실정"이라며 시설장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국회 차원에서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고 주요 쟁점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해야만 사회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오랜 생각이다.
요양병원협회 등 유관 기관과 정치권 일각에서 내세우고 있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에 대해서도 권 회장의 소신은 확고했다.
그는 "의료적 처치가 필요 없는 어르신까지 요양병원으로 유인해 장기 입원이 증가하면 건보공단 재정이 급속도로 바닥날 것"이라며 "중증이면서 형편이 어려운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대학 졸업 후 10년 이상 체육 교사로 재직했던 권 회장은 충북 청주 한 요양원 원장을 맡으며 한노중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19년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사회적 효'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일선 현장에서 마주한 불합리한 실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
2022년 재선에 성공한 이후에는 '법제혁신추진단'을 꾸려 제도적 허점을 메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내년 2월 시행을 앞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이 대표적.
장기요양 심사위원회·재심사위원회·급여심사위원회 등 기구의 위상을 법률로 규정, 제도 정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지난 2020년에는 부설 정책교육연구소인 '한국노인복지진흥원'을 열어 교육과 연구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회의실 한편 자신의 공약과 그 이행 현황을 빼곡히 적어둔 화이트보드에서 권 회장의 꼼꼼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70년간 미디어에 비친 노인장기요양시설은 보험 부정 수급 또는 노인 학대의 주범이었던 것도 사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어쩌다 생긴 작은 멍 하나에도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보호자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권 회장은 씁쓸해했다.
그의 숙원은 국민들에게 실상을 제대로 알려 그동안 쌓인 오해를 해소하는 것.
권 회장은 "시설 종사자 대부분은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모시고 있다"며 "가족이 든든하게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은 계속 채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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