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리사이클링] 못 쓰는 텐트 대환영! 배낭, 장바구니로 다시 태어나다

윤성중 2024. 8. 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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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재활용
코너트립 오진곤 사장의 작업실.

30L 배낭으로 1박 2일 백패킹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이것이 늘 궁금했다. 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여름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계산만 하면서 여러해를 보냈다. 드디어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날씨가 푹푹 쪘다. 침낭과 보온 의류 없이도 백패킹을 갈 수 있는 여름이다!

주변에 널린 30L 용량 배낭 중 특별한 걸 메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시시하니까. 내가 평소에 갖고 다니는 일상용 가방에 짐을 넣고 산에 가는 건 너무 성의 없잖아! 바깥으로 주머니가 잔뜩 달린 장바구니, 노트북용 가방, 보자기처럼 생긴 신발주머니 등 이런 걸로도 백패킹을 할 수 있다! 같은 도전 정신이 깃든 스토리가 필요했다.

어느 날 갑자기 기발한 계획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배낭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마음에 품어왔던 배낭 모양을 연습장에 슥슥 그렸다. 장바구니로 쓸 수 있고, 필요하면 산에 갈 때 메고 갈 수 있는 용도였다. 스케치를 대충 한 다음 속초에 있는 배낭 제작 업체 '코너트립'의 오진곤 사장에게 이미지를 보여 줬다. 그리고선 그에게 전화했다.

"형, 배낭을 하나 만들고 싶은데, 이렇게 생긴 거예요. 만들 수 있을까요?"

오진곤 사장은 맹물같이 대답했다. "글쎄."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에 걸친 애매한 표현이었다. 그는 내가 그린 배낭 그림이 대체 어떤 모양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쨌든 나는 그의 애매한 대답을 '가능'이라고 해석했다. 별안간 기분이 들떴다. 이윽고 나는 배낭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탐구했다.

'나는 왜 이 배낭을 만들어야 할까? 대체 왜?'

머리를 계속 굴렸다. 한참동안 머리를 굴리다가 양수열 사진 기자에게 전화해 아무 말이나 던졌다.

"수열아, 혹시 버리려고 놔 둔 텐트 있냐?"

양수열 기자가 대답했다.

"음, 글쎄. 뭐하려고?"

나는 약간 뜸을 들였다. 그리고선 말했다.

"그걸로 배낭 만들자!"

양수열 기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나는 마무리를 해야 했다.

"있으면 촬영하는 날 가져와 줘."

전화가 끊어졌다. 그가 텐트를 가져온다면 '재활용 배낭'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고민은 끝났다. 구실이 생겼다. 재미있겠다!

며칠 뒤 속초로 가기 위해 동서울터미널에서 양수열 기자와 만났다. 그가 트렁크에서 콜맨과 제로그램 텐트를 꺼내면서 말했다.

"이거면 되겠어?"

나는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우리는 쏜살같이 속초로 달려갔다.

과연 예쁠까?

배낭을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건 천과 종이, 각종 부자재(등판에 넣는 폼, 배낭 끈 등), 재봉틀이다. 오랫동안 혼자서 배낭을 만들어 판매해 온 오진곤 사장의 작업실(코너트립)엔 배낭 만들 때 필요한 모든 재료가 있었다. 오진곤 사장은 여유로웠다. 작업대 앞을 왔다갔다 하면서 몸을 예열시키는 것 같았다. '뉴진스(아이돌 가수)'의 음악을 틀자 그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종이 위에 도면을 그린 다음 천을 가져와서 잘랐다. 잘린 천을 재봉틀로 이어 붙였다. 얼마 후 분홍색 천으로 만들어진 '자루'가 만들어졌다. 그가 설명했다.

"응, 이거 사이즈가 맞는지 확인해 본 거야."

시제품을 만들고 난 다음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오진곤 사장은 양수열 기자의 콜맨 텐트를 가져와 작업대 위에 플라이를 얹었다. 그가 양수열 기자에게 물었다.

"이거 진짜 버리는 거죠? 자릅니다!"

양수열 기자는 유쾌하게 대답했다.

"네, 자르세요!"

배낭 만드는 순서

도면 그리기

1 도면 그리기

배낭은 천으로 만든 '상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혹은 종이접기와도 같다. 종이를 접어 상자를 만들려면 사이즈를 체크하고 각 부위의 연결점을 파악해야 한다.

시제품 만들기

2 시제품 만들기

본 제품을 만들기 전 남는 천으로 시제품을 만든다. 제작된 도면대로 천을 오리고 붙였을 때 원하는 사이즈가 나오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시제품 확인하기

3 시제품 확인하기

"봐, 잘 맞지? 이 상태로 진행할까?"

시제품은 보통의 자루 모양이긴 하지만 여기에 배낭끈 등의 여러 요소가 달렸을 때를 상상하게 한다. "좋습니다, 이렇게 하죠!"라고 말하면 본 작업이 시작된다.

준비한 천 자르기

4 준비한 천 자르기

준비한 천(콜맨 텐트 플라이) 위에 오린 도면을 놓고 도면 모양대로 천을 자른다. 이것이 배낭이 될까 싶은 모양이 나타나는데, 이때 작업자를 재촉하면 모양이 틀어질 수 있다.

각 부위 모으기

5 각 부위 모으기

도면에 따라 자른 천을 중심으로 배낭 바닥과 등판, 배낭끈을 만들었다. 모두 콜맨 텐트의 플라이에서 떼어 왔다. 망사 부분은 텐트 본체의 앞문 모기장에서 뜯었다.

재료 이어 붙이기

6 재료 이어 붙이기

준비된 재료를 모두 이어 붙인다. 실제 사용할 때를 상상하면서 각 재료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봉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봉제한 부분을 여러 번 뜯었다가 다시 붙여야 한다.

90% 완성

7 대충 완성 90%

디테일한 부분이 빠진 배낭. 배낭 끝 테두리에 끈을 둘러 마무리한다거나 각 연결 부위를 더욱 촘촘하게 박음질해 튼튼하게 만든다.

마무리 점검.

8 마무리 점검

배낭끈을 연결하는 등 각 부위의 여러 곳을 살핀다. 이 외의 부족한 점은 필드 테스트를 통해 찾는다.

오래된 콜맨 텐트가 가방으로 변신을 마쳤다.

GOOD!

반나절 만에 배낭이 완성됐다. 지퍼가 없는 자루형 배낭이다. 짐을 넣거나 뺄 땐 배낭끈을 이용해 입구를 열었다가 닫을 수 있다. 배낭으로 쓰지 않을 땐 손에 들고 다니는 장바구니로 써도 된다. 모두 콜맨 텐트의 플라이를 이용해 제작했다. 앞부분 그물망에 그려진 랜턴 모양 그림은 콜맨의 로고다. 텐트 앞문에서 오려왔다. 완성된 배낭을 본 오진곤 사장이 말했다. "귀엽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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